[ET-초점] 칸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국내 흥행은 ‘글쎄’…‘아가씨’는 어떨까

사진: 영화 '아가씨' 포스터
사진: 영화 '아가씨' 포스터

한국영화는 지난 2000년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을 시작으로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하며 세계 영화인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칸영화제의 경쟁부문은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감독들의 새 영화를 초대해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놓고 겨루는 섹션이다.

박찬욱 감독은 신작 ‘아가씨’로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세 번째 초청을 받았다. 그는 국내서도 일명 ‘깐느 박’이라 불리며 칸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그의 영화제 초청 소식이 전해지며 국내에서도 그의 수상 여부에 기대를 걸었지만, 아쉽게도 불발됐다.

이제 관심은 ‘아가씨’의 국내 흥행 여부다. 6월1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만큼, 영화제 당시의 화제성이 국내 흥행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지난 2000년 ‘춘향뎐’을 시작으로 칸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들의 성적을 토대로 ‘아가씨’의 흥행을 미리 점쳐봤다.

사진: 영화 '춘향뎐', '취화선', '올드보이',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포스터
사진: 영화 '춘향뎐', '취화선', '올드보이',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포스터

◇ ‘춘향뎐’(감독 임권택, 2000년)

임권택 감독의 97번째 작품인 ‘춘향뎐’은 한국 영화사상 최초로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춘향뎐’은 우리의 고전 ‘춘향전’을 소재로 판소리와 영상을 융합, 독특한 형식미로 칸의 주목을 받았다.

1995년 정동극장에서 열린 조상현의 판소리 완창 ‘춘향전’ 공연을 담은 기록 필름을 바탕으로 한 ‘춘향뎐’은 조상현의 판소리가 음악과 내레이션의 역할을 겸하는 약 1시간 동안은 뮤직비디오 형식이고, 월매가 어사출두 직후 직접 판소리를 부르는 대목은 뮤지컬 스타일을 띠고 있다.

하지만 한국영화연감(1971~2010, 이하 동일) 통계를 기준으로 11만358명의 관객을 기록하는데 그쳐 흥행에는 실패했다.

◇ ‘취화선’(감독 임권택, 2002년)

임권택 감독은 ‘춘향뎐’ 이후 2년 만에 ‘취화선’으로 다시 한 번 칸의 초청을 받았다. ‘취화선’은 조선 화단의 3대 거장으로 추앙받은 오원 장승업의 치열한 삶을 그린 작품이다.

임권택 감독은 ‘취화선’으로 감독상을 수상하며 한국영화 최초로 칸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수상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43만4108명의 관객을 불러들이며 흥행과 연결시키지는 못했다.

◇ ‘올드보이’(감독 박찬욱, 2004년),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감독 홍상수, 2004년)

2004년에는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와 홍상수 감독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가 공식 경쟁부문에 함께 초청됐다.

‘올드보이’는 영문도 모른 채 15년간 감금됐던 대수(최민식 분)와 그를 가둔 남자 우진(유지태 분)의 이야기를 담았다. 박찬욱 감독은 이 영화로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다. 국내에서도 326만9000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작품성과 흥행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데 성공했다.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는 대학시절 선후배였던 두 남자가 옛 연인을 만나러 가는 이틀간의 일을 그렸다. 홍상수 감독은 이 작품으로 칸영화제를 세 번째로 방문하며 세계 영화인들에게 인지도를 높였다. 국내에서는 28만4872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다소 부진한 결과를 보였다.

사진: 영화 '극장전', '밀양', '숨', '박쥐' 포스터
사진: 영화 '극장전', '밀양', '숨', '박쥐' 포스터

◇ ‘극장전’(감독 홍상수, 2005년)

‘극장전’은 홍상수 감독에게 ‘칸이 사랑하는 감독’ 임을 확실하게 각인시켜주는 작품이다. 2년 연속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을 받았으며, 총 4차례 초청되는 기록을 세웠다. 이 작품은 제작 단계부터 프랑스 유력 영화사 MK2의 투자를 받으며 주목받았다.

‘극장전’은 선배의 영화를 보고 나온 극장 앞에서 영화 속 여주인공과 우연히 마주친 한 남자의 하루 이야기를 담았다. 현지에서 비평가, 영화 관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으나, 4만1919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칸의 인정과는 별개로 국내 관객들에게는 번번이 인정을 받지 못하는 홍상수 감독이었다.

◇ ‘밀양’(감독 이창동, 2007년), ‘숨’(감독 김기덕, 2007년)

이창동 감독의 ‘밀양’은 남편을 잃은 여자 신애(전도연 분)와 카센터 사장 종찬(송강호 분)의 평범하지 않은 사랑을 다룬 작품이다. 전도연은 이 작품으로 한국영화 최초 칸영화제 경쟁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칸의 호평과 더불어 국내에서도 171만364명의 관객들을 불러 모으며 좋은 성적을 거뒀다.

김기덕 감독의 ‘숨’은 죽음을 앞둔 사형수와 남편의 외도를 목격하고 실의에 빠진 여자가 교감을 나누며 벌어지는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를 다뤘다. 칸 현지에서도 극과 극의 반응을 불러일으켰던 이 작품은 국내에서도 1만2293명의 마음밖에 얻지 못했다.

◇ ‘박쥐’(감독 박찬욱, 2009년)

박찬욱 감독이 ‘박쥐’로 5년 만에 다시 한 번 칸 경쟁부문에 초대를 받았다. 이 작품은 존경받던 신부 상현(송강호 분)이 흡혈귀가 되고 친구의 아내 태주(김옥빈 분)와 위험한 사랑에 빠져든다는 내용을 다뤘다.

‘박쥐’는 제작 당시부터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미국 메이저 영화사로부터 투자를 유치했으며, 특히 칸영화제 심사위원 상을 수상했다. 한국에서도 220만6275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사진: 영화 '하녀', '시', '돈의 맛', '다른 나라에서' 포스터
사진: 영화 '하녀', '시', '돈의 맛', '다른 나라에서' 포스터

◇ ‘하녀’(감독 임상수, 2010년), ‘시’(감독 이창동, 2010년)

‘하녀’는 김기영 감독의 동명 원작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해외 매체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이 작품은 상류층 가정의 하녀로 들어간 한 여자가 주인 남자와 육체적 관계를 맺으면서 벌어지는 파격적인 스토리를 그린 에로틱 서스펜스를 다뤘다. 국내서도 230만4487명의 관객을 불러 모으며 흥행을 거뒀다.

‘시’는 칸영화제에 출품 당시부터 기대를 모아왔던 작품이다.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은 이창동 감독에게 직접 이메일로 작품에 대한 극찬을 보내기도 했다. 결국 ‘시’는 제63회 칸국제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하지만 국내서는 22만2017명의 관객들만이 극장에서 이 영화를 찾았다.

◇ ‘돈의 맛’(감독 임상수, 2012년), ‘다른 나라에서‘(감독 홍상수, 2012년)

2012년은 ‘두 상수’ 감독들의 해였다. 임상수 감독은 ‘하녀’의 차기작 ‘돈의 맛’으로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이 작품은 돈에 지배돼버린 재벌가의 욕망과 애증을 그렸다. 대한민국 최상류층 모습을 완벽하게 재현했다고 호평 받으며 한국에서도 116만6018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다른 나라에서’는 홍상수 감독과 프랑스 여배우 이자벨 위페르와 만남으로 눈길을 끌었었다. 모항이란 해변 마을의 한 펜션으로 여름휴가를 온 세 명의 안느와 함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홍상수 감독은 ‘다른 나라에서’로 경쟁부문에 세 번이나 진출했다. 하지만 3만590명의 관객들만이 그의 영화에 관심을 보였다.

사진: 영화 '아가씨' 포스터
사진: 영화 '아가씨' 포스터

◇ ‘아가씨’(감독 박찬욱, 2016년)

박찬욱 감독이 ‘아가씨’로 4년 동안 뜸했던 칸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에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영국 작가 사라 워터스의 소설 ‘핑거스미스’를 원작으로 한 ‘아가씨’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김민희 분)와 그의 재산을 노리는 백작(하정우 분), 그리고 백작에게 거래를 제안 받은 하녀(김태리 분)와 아가씨의 후견인(조진웅 분)까지, 돈과 마음을 뺏기 위해 서로 속고 속이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그동안 경쟁부문에 초청을 받았던 작품들을 보면 대부분 흥행과는 거리가 멀었다. 반면 ‘올드보이’, ‘박쥐’ 등 경쟁부문에 초청됐던 박찬욱 감독의 작품들은 국내에서도 흥행에 성공했었다. 따라서 ‘아가씨’의 국내 개봉에 거는 대중들의 기대와 관심도 남다르다.

예술성을 중시하는 영화제의 특성상 초청을 받았던 작품들이 대중들에 입맛을 사로잡기는 쉽지가 않다. 박찬욱 감독이 ‘아가씨’로 영화제에 관한 편견을 깰 수 있을지, 이번 ‘아가씨’의 흥행 성적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조정원 기자 jwc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