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 때 누구를 살리나…자율차 딜레마

자율주행 자동차가 주행 중에 보행자 10명이 갑자기 도로로 뛰어들었다. 충돌을 피하려고 방향을 왼쪽으로 틀면 벽을 들이받아 탑승자가 사망하고, 오른쪽으로 틀면 다른 보행자 1명을 치게 된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 자율주행차 개발사는 어떻게 프로그래밍해야 할까.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는 24일(현지시각) 이와 관련해 재미있는 연구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충돌 때 누구를 살리나…자율차 딜레마

사람들은 대부분 자율주행차가 승객을 희생시키더라도 더 많은 사람을 구해야 한다고 답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그런 차에 타고 싶지 않다고 응답했다. 자율주행차 프로그래밍이 윤리문제에 봉착한 것이다.

프랑스, 미국 등 국제공동연구진은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6차례에 걸쳐 총 1928명을 대상으로 자율주행차에 탄 승객 수와 보행자 수 등이 다른 여러 시나리오를 주고 자율주행차가 어떻게 움직였으면 좋겠냐는 온라인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에 참가한 사람은 대부분 자율주행차가 최대한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게 프로그래밍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자율주행차가 그대로 돌진하면 보행자 10명을 치지만 방향을 꺾으면 승객 1명만 희생시키게 될 경우 설문 참여자 76%는 1명을 희생시키는 편이 낫다고 대답했다. `다수의 행복이 공공의 행복`이라는 공리주의적 입장을 취한 것이다.

다른 사람이 아닌 본인의 이야기라면 대답은 달라졌다. 사람들은 보행자 10명을 지키는 자율주행차보다 자신을 보호하는 차를 택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승객보다 더 많은 수의 보행자를 보호하도록 프로그래밍된 자율주행차가 시장에 나온다면 구입할 사람이 별로 없을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많은 수의 보행자보다 승객을 우선적으로 보호하는 자율주행차를 내놓는다면 타인 생명을 경시한다는 이유로 제조업체가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연구진은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기 전 어떻게 프로그래밍해야 할지 공론화해 잘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