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공포와 기회 사이

“중국에서는 3년 안에 투자금을 회수한다는 생각으로 최악의 경우 몸만 빠져 나올 수 있다는 각오가 필요합니다.”

STX 다롄조선소에서 일했던 고위 관계자 말이다. 그는 “잘 진행되던 일부 사업 부문 매각이 갑자기 중단된 적이 있다”며 “다롄시가 인수에 관심을 보이던 중국 기업에 압력을 행사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다롄조선소는 3년 전부터 방치돼 있다. STX조선해양은 이달 초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3조원 넘는 돈이 투자된 다롄조선소가 STX조선해양 몰락을 불렀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중국에 기술과 설비를 뺏기고 쫓겨날 수 있다는 인식이 증폭된 계기였다. 중국에서 사업하는 사람들은 “중국에서 돈을 벌었다는 사람이 없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한다.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기회의 땅이다.

국내 반도체 소재 업체 영업팀장과 명함을 주고받았다. 교환한 명함의 한 면은 영문이었다. 나머지 한 면은 한자로 적혀 있었다. 이름과 직책은 전통 한자인 번체자로 쓰였고 주소는 간체자였다. 그는 “중국에서 영업에 초점을 맞추느라 한글이 그다지 필요 없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간 중국 정부는 디스플레이 산업에 집중 투자했다.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BOE는 올해 1분기 삼성디스플레이를 제치고 대형 LCD 패널 출하량 2위를 차지했다.

중국 정부 관심사는 반도체로 옮아갔다. 지난달 말 미국 글로벌파운드리는 충칭에 12인치 웨이퍼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대만 TSMC, UMC, 파워칩도 각각 난징, 샤먼, 허페이에 공장을 짓는다.

얼마 전 만난 특수가스 제조업체 임원은 중국 정부 방침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특수가스는 반도체 공정에 필수라 중국에 반도체 팹이 늘어날수록 수요가 증가한다. 이 업체가 중국에 지은 공장 중 한 곳은 중국 국영기업과 합작한 것이다.

중국은 공포와 경계의 대상이다. 한편으로는 기회와 발전의 장이기도 하다. 중국이 기회와 발전의 장이 되려면 중국을 알아야 한다. 중국 소설가 위화의 책을 권한다. 중국 정부는 왜 막무가내이며 일사불란한지 인문학적 성찰이 필요하다.

이종준기자 1964wint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