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제4차 산업혁명의 본질과 전략 조건

[미래포럼]제4차 산업혁명의 본질과 전략 조건

기술사상가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케빈 켈리는 그의 최신작 `the inevitable`에서 앞으로 인공지능(AI)이 마치 전기처럼 일상생활에 파고드는 상황을 맞이할 것이라고 전제한다. 그는 앞으로 30년에 걸쳐서 저렴하면서도 강력한 AI가 어디에나 편재하는 문명 트렌드를 `인지화(Cognifying)`라고 명명했다. 더구나 이 메가트렌드는 거부할 수 없으며, 파급 효과는 18세기 산업혁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을 뒤바꿀 것이라고 단언한다.

주지하듯 지금까지 세 차례의 산업혁명은 인간의 신체 공간과 감각 공간을 한없이 증강시켜 왔다. 이에 따라 인간의 활동무대는 물리적 행성을 넘어 사이버 행성 차원으로 확장되고, 기능상으로 더욱 편리하고 안전한 삶을 영위하게 했다. 켈리의 탁견대로라면 AI 기술 진보에 의해 인류 문명을 구성하는 온갖 사물과 공간에 AI가 탑재되고, 그들이 마치 공기처럼 인간세계를 에워싸는 지능환경(Ambient Intelligence)으로 진화한다. AI끼리 서로 통신하고 연계를 통해 자율 판단하며, 인간의 의사결정과 행동을 지원하는 AI 작동 네트위킹 사회(AI〃driven Networking Society)의 도래는 피할 수 없는 인류 미래라는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은 이러한 차세대 AI 생태계를 기반으로 사회시스템이 운용되고, 경제와 산업 구조가 재편되는 대변혁의 총체라 할 수 있다. AI와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BD) 등이 우리의 삶을 규정하고 국가경쟁력을 결정짓는 필수 조건이라면 지금부터 다 함께 고민해 가야 할 수많은 국가 과제에 직면한다.

첫째 차세대 AI가 실현하는 미래상을 전제로 AI 기술의 발전단계별 국민 생활의 무엇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에 대한 담대한 비전과 정교한 분석이 필요하다. 이 경우 제조업, 교육, 의료·건강, 노동, 복지, 환경, 도시기반, 안심·안전, 농수산업 등 국가 영역별로 AI 작동 네트워킹 사회의 활용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 또한 지능형 IoT, 초연결 빅데이터, 스마트 로봇, 생명과학 등과 연계해 세계를 선도할 국가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국가 시스템에 접목하는 전략 접근이 요구된다.

둘째 AI와 관련 기술의 급격한 혁신으로 산업 및 취업 구조는 물론 사회 시스템까지 극적으로 변화시킬 가능성을 전제로 우리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한국형 미래 전략을 설계한다. 국가 주력 산업의 경쟁우위를 확보해 가기 위한 AI융합 산업 모델과 미래 국토 및 도시 인프라 등을 다차원으로 검토해 가야 한다. 무엇보다 수년 앞서 제4차 산업혁명을 준비해 온 미국, 독일, 일본 등의 대응 모델과 전략을 치밀하게 분석해 비교우위를 획득할 수 있는 국가 개조 차원의 혁신 전략이어야 승산이 있다.

셋째 이상에서 언급한 국가미래상과 혁신 전략을 아우르는 개방된 AI 플랫폼 확보와 함께 AI 제품 및 서비스 등을 연계한 산업화 로드맵을 구상해야 한다. 특히 고품질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AI 기술과 뇌 기능에 바탕을 둔 AI 기술, 이들 간에 고도화되고 융합화된 고차원 AI 기술 등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통해 국가 역량을 총동원하는 추진 체제, AI 인재 육성과 확보, 연구개발(R&D) 체계를 삼위일체화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

넷째 앞으로 AI와 융합한 지능형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에 따라 AI 하드웨어(HW) 또는 소프트웨어(SW) 단독으로 인간을 지원하는 `Stand-alone AI 모델`, 다양한 AI 구성 요소가 상호 연계해 시스템을 지원하는 `Networking AI 모델`, 이들 요소가 융합하는 모델 등 입체 전개 상황을 고려한 `만물초지능네트워크`에 대한 거대 디자인이 필요하다. 이러한 고차원 네트워크의 설계와 운용은 IoT, BD, CPS, AI가 긴밀하게 초연결되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국가 대동맥이다.

제4차 산업혁명이 질풍노도처럼 밀려오고 있다. 지금 우리는 위대한 활로(Splendid Path)를 찾아 나서야 하는 거대 위기와 거대 기회의 분수령에 와 있다. 그러나 국가백년대계를 기획하고 전략을 고민하기보다는 눈앞의 기득권 고수와 파쟁에 치열하게 집착하는 정치 지도자의 모습에서 제4차 산업혁명의 선봉 국가로 굴기하는 진정성을 기대할 수 있을까?

하원규 ETRI 초연결통신연구소 초빙연구원 wgha@et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