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방송 View] ‘수상한 휴가’&‘꽃브로’, ‘진짜 친구’가 그려낸 ‘리얼 예능’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가상 결혼 프로그램인 ‘우리 결혼했어요’보다 실제 부부의 삶을 보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친구 예능도 마찬가지다. 예능프로그램에서는 제작진들이 임의대로 조합해서 만들어놓은 구성으로 모여야 하기 때문에 멤버들은 초반에 어색하거나 아니면 억지로 친한 척을 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KBS2 ‘수상한 휴가’와 MBig TV ‘꽃미남 브로맨스’는 그럴 필요가 없다.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게스트가 아닌 ‘진짜 친구’들이기 때문이다. 가상이 아닌 실제 친구들이 펼치는 ‘친구 예능’이 요즘 주목받는 이유와 그 효과를 알아봤다.

출처 : KBS2 '수상한 휴가' 캡쳐
출처 : KBS2 '수상한 휴가' 캡쳐

◇ KBS2 ‘수상한 휴가’

지난 5월 초부터 방송을 시작한 ‘수상한 휴가’는 8회 동안 조연우-이승준의 인도네시아 소순다 열도를 시작으로 오민석-전석호의 칠레 여행, 최여진-이시영의 인도 여행, 김승수-손진영의 탄자니아 여행기까지 그려졌다. 앞으로는 류승수-조동혁의 모로코 여행, 정진운-빈지노의 멕시코 여행기가 예고돼 관심을 끌고 있다.

‘수상한 휴가’의 멤버들은 오랫동안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절친이다. 특히 류승수-조동혁은 16년 전 연기 선생님-학생 지간으로 만나 어려운 시절을 함께 겪으며 진한 우정을 나눈 사이다. 평소 바이크를 좋아해 국내 바이크여행을 함께 다닐 정도로 끈끈하다.

‘수상한 휴가’는 한 명이 먼저 여행을 떠나기로 한 뒤 그들이 친구를 부르는 식으로 함께 하게 된다. 인도 여행에서 최여진은 에어컨은커녕 선풍기도 없는 3등칸 기차를 타게 되자 이시영에게 “괜히 같이 가자고 했다”며 미안한 마음을 털어놓았고, 이시영도 “괜히 온다고 했다”고 맞받아쳐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수상한 휴가’ 제작진은 “출연자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를 위해 절친 여행을 콘셉트로 잡았다. 서로의 성향을 잘 알고 있는 친구가 함께 여행하게 되면 시청자가 모르는 출연자의 진짜 매력을 제작진의 개입 없이도 서로가 뽑아낼 수 있다. 반면에 여행을 하며 힘들고 당황스러운 상황에 부딪혔을 때 서로 몰랐던 모습을 발견하며 알아가는 과정 또한 하나의 재미”라고 이야기 했다.

게다가 세팅되고 짜인 여타 예능프로그램과 달리 현지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에 현실감 있께 부딪히기 때문에 지치고 힘들 수 있지만, 친한 친구가 함께하기에 서로를 이끌고 함께 극복해나갈 수 있다. ‘수상한 휴가’ 제작진은 “제작진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둘만의 새로운 루트를 뚫어가는 여행이기에 정보성 여행프로와 달리 진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결국 출연자들은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게 되고, 다시 한 번 출연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낸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조연우는 이승준과 9년 째 알고 지내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다고 자부했지만, 이승준이 여행 첫날 발리 야시장에서 의외의 까다로운 식성을 보이자 놀라워했다. 그는 “여행을 다녀온 후 확실히 서로에 대한 마음과 우정이 더 깊어진 느낌이다”라며 “여행을 통해 승준이의 구석구석을 알게 됐고, 이후로는 승준이가 더 귀여워 보인다”라며 여행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출처 : MBig TV ‘꽃미남 브로맨스’ 캡쳐
출처 : MBig TV ‘꽃미남 브로맨스’ 캡쳐

◇ MBig TV ‘꽃미남 브로맨스’

‘수상한 휴가’보다는 조금 더 젊은 감각의 2인1조 ‘절친 예능’이 있다. ‘수상한 휴가’가 오랜 시간 우정을 쌓아온 친구들이 낯선 여행지에서 서로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면, ‘꽃미남 브로맨스’는 ‘뭐하고 놀까’ ‘어디를 갈까’ 등 일상에 대해 고민하는 아이돌 절친들의 평소 모습을 담았다.

지난 2월 첫 방송한 ‘꽃미남 브로맨스’는 한 회에 15분가량으로 한 팀당 4~5클립이 방송된다. 그동안 방탄소년단 뷔-김민재, 블락비 지코-최태준, 슈퍼주니어 려욱-제국의아이들 형식, 지수-남주혁, 갓세븐 잭슨-몬스타엑스 주헌, 인피니트 엘-김민석, 빅스 엔-이원근, 신화 이민우-방탄소년단 정국이 출연했다.

이들은 평소에 다른 예능프로그램에서 많이 볼 수 없는 아이돌이나 라이징스타다. ‘꽃미남 브로맨스’의 황지영 PD는 “아이돌이 나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프로그램을 기획할 당시에 영화 ‘검사외전’처럼 남남 케미스트리에 대한 관심이 높았기 때문에 친한 남남 친구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만들게 됐다. 팬들도 짜여져 있는 예능에서는 볼 수 없는 리얼한 모습을 보고 싶어 하지 않을까란 마음이었다”고 이야기 했다.

지금까지 다양한 멤버들을 섭외했지만, 이렇게 ‘진짜 절친’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심지어 제작진들은 평소 잘 알려진 친구들이 아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연예계 남남 절친들을 직접 찾아내 시청자들에게 신선함을 줬다. 황 PD는 “처음에는 자료나 매니저를 통해서 많이 알아봤고, 관심이 가는 친구가 있으면 사전 인터뷰를 많이 해서 진짜 친구를 섭외했다. 때문에 섭외 과정이 쉽지 않다. 친한 친구로 알려져 있고, SNS에서 활발하게 활동하지만 알고 보면 인사말 정도만 주고받는 사이일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절친들이 편하게 방송을 하다 보니 평소 방송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들이 공개된다. 특히 남주혁과 지수는 시도 때도 없이 노래를 부른다거나 “얘(지수)는 정신이 이상한 것 같다” “죽는다”등 20대 남자애들이 흔히 나눌법한 친밀한 대화를 선보이며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다른 방송에서 말주변이 없던 친구들도 절친 앞에서는 화려한 언변이 쏟아져 나올 때가 있다.

친한 친구들이기 때문에 그들끼리의 히스토리나 에피소드들이 자연스럽게 나오기도 하고, 서로에 대한 속마음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으며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다. 즉 스타의 맨 얼굴을 보는 것이다.

최태준의 경우엔 집을 공개했고, 게임 실력도 선보였다. 이런 일상의 모습은 스타의 일거수 일투족을 알고 싶어 하는 팬들에게 큰 선물이 된다. 잘 짜여진 예능프로그램이 아닌 사적인 친목 모임을 보고 있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은 예능프로그램으로서도 신선함을 준다.

게다가 스케줄에 치여사는 아이돌과 배우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공식적인 촬영을 하면서 친한 친구와 놀면서 추억거리를 만들 수도 있기 때문에 연예인 개인으로서도 일거양득이다. 황 PD는 “우리는 판을 벌려주고 그 친구들이 알아서 한다. 일단 출연자들이 너무 좋아한다. 그래서 한 번 찍고 나면 고정하면 안되겠냐고 물어본다. 본인들이 좋아서 촬영하니까 즐거운 모습을 보이게 되고 팬들도 좋아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