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만회 접었다 폈다` 코오롱 투명 PI, 폴더블 스마트폰 앞당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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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만회 접었다 폈다` 코오롱 투명 PI, 폴더블 스마트폰 앞당기나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차세대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로 주목 받는 투명 폴리이미드(PI)를 개발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화면을 반으로 접을 수 있는 `폴더블(Foldable)` 디스플레이를 상용화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폴더블 스마트폰 상용화도 앞당겨질 전망이다.

◇투명 PI, 왜 주목 받나

코오롱인더스트리가 개발한 PI 특징은 열에 강하면서 유연하고 투명하다는 점으로 요약된다. 극저온과 고온에서 물성이 변화하지 않고, 필름 형태로 만들면 종이처럼 유연해진다. 여기에 무색, 투명성까지 갖춰 차세대 디스플레이에서 유리를 대체할 것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유리는 지금까지 디스플레이 기판과 윈도 커버 소재로 사용돼 왔다. 기판은 액정이나 발광소재를 증착하게 하는 일종의 지지대다. 윈도 커버는 외부 충격에서 디스플레이를 보호하는 부품이다. 고온 공정에서 이뤄지는 디스플레이 제조 특성과 충격을 견뎌야 하는 강도를 이유로 유리가 기판과 커버 윈도 필수 소재처럼 쓰였다.

그런데 디스플레이는 `딱딱한(Rigid)` 형태에서 유연한 `플렉시블(Flexible)`로 진화하고 있다. 화면을 구부리거나 접을 수 있는 방향으로 기술 발전이 이뤄지고 있다.

유리는 바로 이 점에서 한계가 드러난다. 단단한 유리 특성상 유연성을 갖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코닝과 쇼트 등에서 휘어지는 유리가 개발되고 있지만 반으로 접는 데는 기술적 어려움이 적지 않다는 평가다.

투명 PI가 차세대 디스플레이에서 유리 대안으로 주목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휘어지는 정도를 넘어 화면을 접을 수 있는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구현하려면 종이처럼 유연한 소재가 필요한 데, `투명 PI`가 이를 충족할 가능성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유리처럼 무색, 투명해야 디스플레이에서 필요로 하는 광학적 특성을 만족시킬 수 있다.

◇코오롱 투명 PI의 기술적 특징은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실제로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겨냥해 투명 PI를 개발했다. 구부릴 수 있는 수준을 넘어 접는 것까지 기술 개발을 마쳤다는 설명이다.

투명 PI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강충석 코오롱인더스트리 상무는 “우리가 개발한 투명 PI 필름은 곡률반경(Bending Radius) 1㎜까지 반복적으로 접어도 부러지지 않는 기계적 특성을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곡률반경은 휘어지는 정도를 나타내는 것이다. 곡률반경 1㎜는 접히는 부분의 반지름이 1㎜라는 뜻으로, 필름 양면이 거의 닿기 직전 정도다. 그 만큼 접히는 정도가 크다는 뜻이다.

반복적으로 접어도 부러지지 않는다는 건 자주 접었다 펴도 투명 필름에 금이 생기거나 흠집이 나지 않는다는 의미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수십만회를 접었다 펴도 문제없는 내구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또 투명 PI 필름 위에 특수한 코팅을 더해 유리와 동등한 수준의 표면 경도를 구현했다고 강조했다. 강 상무는 “투명 PI를 하드 코팅하면 유리와 같은 강도를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디스플레이에 쓰이던 기판 유리와 커버 윈도 유리를 대체할 준비가 됐다는 것이다.

◇폴더블 디스플레이·스마트폰 시대 열리나

폴더블 디스플레이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중에서도 가장 각광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제품이다. 펼치면 태블릿, 반으로 접으면 스마트폰이 되는 전혀 새로운 기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폴더블 디스플레이가 현재의 스마트 기기 폼팩터(하드웨어 구조)를 뒤바꿀 것이란 전망이 많다. 시장조사 업체들도 폴더블이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시장을 주도할 것이란 예상을 내놓는다.

업계에 따르면 폴더블 디스플레이는 현재 삼성과 LG에서 개발하고 있다. 특히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가 폴더블 디스플레이와 폴더블 스마트폰에 상당한 공을 들여, 앞서 있다는 평가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투명 PI가 삼성이나 LG에서, 또는 제3의 디스플레이 업체에서 활용될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상용화할 수 있는 기반이 이번 투명 PI 개발로 마련됐다는 점에서 긍정적 결과가 기대된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요구하는 기술 수준을 충족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실제 폴더블 디스플레이나 스마트폰으로 상용화까지 과제도 적지 않아 보인다. 코오롱의 투명 PI는 아직 시양산 단계이기 때문에 양산성을 검증해야 한다. 가격 문제도 살펴볼 대목이다. 코닝, 쇼트와 같은 유리 업체도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을 놓치지 않기 위해 유연성을 갖춘 제품 개발에 뛰어든 상황이어서 PI 진영과 유리 진영의 주도권 다툼도 예상된다. 무엇보다 디스플레이와 디바이스 제조사의 폴더블 제품 상용화 의지와 시점도 중요한 문제다.
배병수 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투명 PI는 차세대 디스플레이에서 유리 역할을 대체할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면서 “양산성과 가격 경쟁력이 확보되면 국내 산업에 의미 있는 소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디자인 특허를 출원한 폴더블 스마트폰 이미지(출처: 스터프).
삼성전자가 디자인 특허를 출원한 폴더블 스마트폰 이미지(출처: 스터프).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