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드론, 하늘길을 열자

[미래포럼]드론, 하늘길을 열자

드론이 개인 취미나 레저용을 벗어나 전 세계로 쓰임새와 관련된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우리에게 친숙한 항공 촬영부터 교통 및 산림 감시, 도로와 교량 등 사회 인프라 상태 조사, 3D지도 제작, 탐색과 구조, 물류 등 애초에 군사용 목적으로 사용되던 드론은 이제 의료·기상·생물·지리·농업·방송·예술 등 다양한 분야로 이용이 확대되고 있다.

이와 관련된 세계 시장 규모도 2014년 53억달러에서 2023년에는 125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우리가 눈으로 직접 볼 수 있거나 관심이 있는 드론들은 대부분 지표로부터 150m 이하 저고도 상공에서 운용된다. 현재는 운용자의 가시거리 이내, 주간 비행, 비 인구밀집 지역 등 제약 조건 아래에서만 승인 절차 없이 비행이 가능하다. 취미나 레저용의 경우 이러한 제약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공공용이나 상업용의 경우에는 활용 분야 및 서비스 지역을 크게 한정짓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응급환자 탐지 및 수송, 실종자 수색과 구조, 기상 관측 및 태풍 등 기상 변화 실시간 감시, 멸종 동물의 분포 지역 및 이동 경로 확인, 국토의 지리 특성 파악 및 정밀 지도 제작, 농약 살포, 풍·수해와 농수산 작황 파악, 영화 및 방송 등 다양한 촬영, 송유관 점검, 해상 석유시설 관리 등 지리상 넓은 범위에 분포해 많은 인력과 장비가 필요한 경우 드론의 이용 가치가 매우 높아진다.

산업 분야 활용도가 큰 저고도에서의 드론 비행을 자유롭게 해 주면 활용 분야와 수요를 크게 증가시킬 수 있어 관련 산업을 활성화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육성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드론을 위한 하늘길을 새롭게 만들고, 드론이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도록 드론 `교통관리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드론 하늘길은 3차원 공간에 가상으로 만들어지며, 각각의 드론은 항공 위치 측정 및 항법 기술 등을 이용해 정해진 하늘길을 따라 비행하게 된다. 드론 교통관리 인프라는 기상 정보 등을 이용하고 드론 운용자와의 협력을 통해 최적 비행경로를 설정해 주며 드론이 안전하고 효율 높은 비행을 할 수 있도록 저고도 항공 교통량 감시 및 관리, 공간 장벽(geo-fence) 관리, 비상상황 관리 등 역할을 수행한다.

드론 교통관리 인프라 도입 및 적용으로 드론 비행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확보해 인명 및 물자 손실과 혹시 발생할 사회 혼란을 최소화하고, 관련 운영 및 인증 기준도 마련해 드론 개발 및 활용 시 법〃제도상의 불확실성도 해소할 필요가 있다.

드론 교통관리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는 무선통신 기술이 필수로 사용된다. 무선으로 드론의 위치와 상태에 대한 정보를 모니터링하고 교환해야 함과 동시에 드론의 3차원 위치를 아주 정밀하게 측정해야 한다. 또한 고정·이동 장애물 탐지, 장애물 충돌 회피, 교통관리 프로토콜 표준화, 인증 및 사이버 보안 등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해야 한다.

우리의 앞선 ICT 역량을 바탕으로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다른 나라보다 먼저 안전하고 효율 높은 드론 교통관리 인프라를 구축해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새로운 드론 관련 기술과 산업의 국제 경쟁력 확보가 충분히 가능하다. 이미 중국이 주도권을 쥔 취미·레저용 드론과 달리 공공 및 상업용 드론 국제 시장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다.

드론 교통관리 인프라의 선도 개발·구축 및 운영은 국내 공공 및 상업용 드론 산업 성장의 촉매제가 될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한 돌파구도 마련될 수 있다.

우리나라도 국토교통부와 미래창조과학부가 협력해 저고도 드론 교통관리 인프라 기술 개발 및 실증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 시장을 목표로 체계화한 준비와 전략 접근을 통해 우리나라가 드론 선진국이 되어 새로운 4차 산업혁명의 `퍼스트 무버`가 되길 기대한다. 땅 위에서의 ICT 선진국 위상을 하늘까지 높여 나가자.

안치득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방송·미디어연구소장 ahnc@et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