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A 칼럼] 소셜헤드헌터

정익수 서울산업진흥원(SBA) 일자리본부장
정익수 서울산업진흥원(SBA) 일자리본부장

헤드헌터는 기업의 고위 임원이나 고액연봉의 기술자 등 고급 경력인력을 기업 및 기관에 소개해 주는 직업이다. 이들은 대가로 기업이나 기관으로부터 통상 소개 인력 연봉의 2~6개월치 가량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직업은 1920년대 미국 대공황 시절 월가 기업들이 연쇄 도산하던 당시 기업 회생을 위해 유능한 외부 경영자를 찾아 투입하는 시도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본격적으로 헤드헌터가 활성화된 계기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경제발전과 함께 증가한 고급인력 수요가 전 세계로 확산된 것으로 이해된다.

우리나라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채용 시장과 이직에 대한 인식이 급변하면서 헤드헌팅 시장이 확대됐다. 최근 금융·IT·제약·마케팅 기업 전 분야로 헤드헌팅 수요가 확산되면서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는 헤드헌팅 업체는 1,500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시장규모도 3천억 원대까지 성장한 것으로 추산된다.

새삼스레 헤드헌터를 언급하는 이유는 헤드헌터라는 직업에 근래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일자리 문제해결을 위한 중요한 역할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다. 헤드헌터는 일자리 공급자와 수요자를 중간에서 잘 연결하면서 시장을 만들고 양측의 미스매칭 문제를 원만히 해결해간다. 하지만 이들의 수입원이 구인기업이라는 점에서 일자리 문제의 핵심인 청년 신입일자리 창출에는 적용되기 어렵다.

경력이 없는 청년신입사원 채용은 주로 공채를 통해 이뤄진다. 우리나라 신규 일자리 창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기업들은 대기업같이 정제된 채용인사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현장의 문제점이다. 필자는 바로 여기에 일자리 미스매칭의 커다란 원인 중 하나가 있다고 본다.

그러면 어떻게 청년신입 일자리 미스매칭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그것은 수익만 추구하는 기존 헤드헌터 시장 원리에 맡기기보다 사회적 가치를 두고 문제해결에 나설 미들맨, 소위 ‘소셜 헤드헌터’라는 새로운 직업군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우리나라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소기업들을 위해서는 신뢰있는 ‘인사부서’ 역할을 해줄 수 있고, 동시에 미래 불확실성에 낙담하고 있는 청년들을 위해서는 중소기업들의 채용의뢰에 근거해서 실전과 같은 면접 코칭과 멘토 역할을 해줄 사회적 신직업군의 출현이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이러한 역할은 수십 년간 직업현장에서 많은 경험을 하고 은퇴전선으로 쏟아져 나오는 우리 베이비부머 세대에게 맡겨볼 것을 건의한다. 이들은 한편으로는 기업들을 잘 이해하고 있고 동시에 청년세대를 자식으로 두고 있어 다른 어떤 일보다 보람 있고 심도 있게 이 역할에 주어진 사회적 가치를 잘 실현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들에게 어떠한 보상을 통해 지속가능하게 할 지 공론화해보면 어떨까 한다.

정익수 서울산업진흥원(SBA) 일자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