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밸류업]<6>립하이 "국내에 없던 전기변색 유리, 우리가 생산합니다"

“대화면·대량 생산으로 저렴한 가격과 활용성을 갖춘 전기변색 유리시장을 선점하겠습니다.”

립하이(Leaphigh)는 전기변색 유리를 생산하는 스타트업이다. 전기변색 유리는 특수 박막을 씌운 유리에 전기를 흘려보내면 특수 박막 물질이 반응해 유리가 불투명하게 변하는 제품이다. 룸미러, 사이드미러 등 자동차 부품부터 건축자재까지 활용 분야가 다양하지만 해외에서 전량 수입하고 있다.

김병동 립하이 대표(왼쪽)와 박상현 부대표가 전기변색 유리 제품을 들고 기념촬영했다.
김병동 립하이 대표(왼쪽)와 박상현 부대표가 전기변색 유리 제품을 들고 기념촬영했다.

립하이가 가진 가장 큰 자산은 사람이다. 김병동 대표와 박상현 부대표는 대기업 연구원을 지낸 업계 베테랑이다. 각각 액정디스플레이(LCD)와 태양전지 연구개발 업무를 맡았었다. 2013년 IR52장영실상을 수상할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두 사람은 3년간 퇴근 후와 주말을 할애해 창업을 준비했고 올해 2월 립하이를 설립했다.

두 사람은 기업에서 쌓은 LCD와 태양전지 연구개발 기술을 전기변색 유리에 접목했다. 공정기술이 LCD와 태양전지 유사한 부분이 많아서다.

김 대표는 “경쟁사 제품과 달리 특수 박막을 유리에 진공증착하는 공정을 단순화해 생산성을 높이고 생산단가는 낮췄다”고 말했다.

립하이 전기변색 유리가 가진 첫 번째 장점은 생산성이다.

김 대표는 “경쟁사는 이중으로 유리를 세우고 그 안에 액체를 채워 넣어 전기변색하는 방식이지만 립하이 제품은 유리 표면에 특수 박막을 씌우는 방식”이라며 “LCD 생산 방식처럼 대형 유리를 생산한 후 자르는 식으로 공정 비용을 줄이고 대량생산, 대형생산이 용이하게 만든 것이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립하이 전기변색 유리의 두 번째 장점은 활용성이다. 곡선형 유리 생산이 가능하고 대화면 생산도 용이하다.

김 대표는 “경쟁사가 생산하는 이중 유리 사이에 액체 화합물을 주입하는 공정으로는 구현이 어렵다”며 “립하이 제품은 특수 박막을 씌우는 방식이기 때문에 크기, 모양에 구애받지 않고 내구성이 우수하며 비용절감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립하이가 노리는 분야는 자동차 시장이다. 룸미러, 사이드미러 등 자동차 유리에 자사 제품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사이드미러 같은 경우 기존 제품이 있지만 기술적 제약으로 공급이 제한적”이라며 “립하이 기술을 활용하면 사이드미러 기준 변색 속도가 2초로 기존 제품 대비 3배 빠르다”고 강조했다.

립하이는 장기적으로 건축자재용 유리 시장에 진출, 건물 내외부 인테리어용 유리도 납품한다.

김 대표는 “집에서 쓰는 블라인드, 차량용 선팅, 선루프를 대체하는 것이 목표”라며 “전기변색 기술은 상대적으로 적은 전기를 이용하면서 외부 적외선을 차단할 수 있어 에너지 절감에서도 효과가 있다”고 자신했다.

립하이는 연말 개발라인을 마련하고 시제품을 생산한다.

조욱제 MAPS(엠에이피에스) 공동대표

조욱제 MAPS 공동대표
조욱제 MAPS 공동대표

전기변색 유리 기술 자체는 오래된 기술이다. 복잡한 기존 적층구조 때문에 대중화와 대면적화가 어려워 제한된 분야에서 사용하고 있다.

립하이는 고체 상태 필름을 이용해 단순한 구조의 전기변색 유리를 발명했다. 대량 생산을 위한 증착, 패터닝 핵심 공정을 함께 개발해 시장성과 기술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박막형 구조와 대면적화 공정기술 개발이 상용화되면 자동차 부품 시장뿐 아니라 건축물 유리 시장까지 진입이 가능해 상당한 파급력을 가질 전망이다.

양산용 장비 수요로 매출 발생까지는 상당한 투자가 필요한 것이 약점이다. 이를 보완할 비즈니스모델 수립이 필요하다. 핵심 품목은 직접 사업화를, 나머지 분야는 기술 라이선싱 사업을 진행한다면 약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