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챗봇이 당신 자리를 노린다

[이슈분석] 챗봇이 당신 자리를 노린다

마치 인간처럼 정보를 대신 검색해주고 쇼핑 주문도 대신해주고 음식이나 여행, 여행지를 추천해준다. 심지어 개인의 감정을 읽어내고 달콤한 말까지 속삭여준다.

인공지능 운용체계(OS)와 사랑에 빠진다는 영화 `그녀(Her)`가 더 이상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사람과 대화하는 인공지능 챗봇(Chatbot) 시대가 오고 있다.

챗봇이란 인공지능을 적용해 컴퓨터가 인간 대화를 기계적으로 학습해 사람과 대화하는 `가상 대화친구`를 말한다. 사람이 메시지를 건네면 챗봇은 개인 맞춤형 대화를 이어간다.

챗봇은 마치 인간처럼 정보를 대신 검색해주고, 쇼핑주문, 금융결제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상황에 맞는 대화를 먼저 걸어오기 때문에 전 산업권에서 미래 맞춤형 고객 서비스로 각광받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챗봇`이 인공지능(AI) 광고 및 미디어 시장에서 AI 채팅앱 서비스로 응용되면, 세계 시장은 연평균 43%로 성장해 2020년 11억51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국내 시장은 연평균 51%로 성장해 336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게다가 지능화된 챗봇은 인격체에 가까운 대화로 관계지속이 가능하다. 오랜 시간 대화를 통해 수집한 사용자 정보를 바탕으로 스스로 학습하기 때문에 인간과 신뢰를 형성하고 더욱 가까워질 수 있다.

국내외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대변되던 모바일 생태계는 이제 `챗봇 플랫폼`으로 변하는 모습이다.

챗봇을 이용하면 한번에 모든 서비스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에 각각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수십 개의 앱을 설치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챗봇 플랫폼을 활용해 기업과 고객이 일대일 대화를 하고 정보 제공, 구매, 예약, 결제까지 가능한 원스톱 서비스를 선점, 제공하기 위해 전 산업권이 분주하다.

가장 먼저 챗봇 개발에 불을 지핀 곳은 `페이스북`이다.

지난 4월 연례 개발자회의에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인공지능 챗봇과 이를 제작하는 데 필요한 엔진 등 개발 도구를 공개했다.

메신저에서 기업들이 운영하는 챗봇에 메시지를 보내면 챗봇이 자동으로 응답, 원하는 기업으로부터 뉴스정보를 수신하거나, 날씨 검색, 레스토랑 예약, e커머스 문의, 택시 호출, 비행기 티켓 구매 등이 모두 가능하다.

페이스북 메시저 내 CNN 챗봇은 사용자가 선호하는 뉴스를 파악하고 선호에 따른 기사와 간략한 뉴스 개요를 추천할 수 있다. 전자상거래 스프링(Spring) 챗봇은 사용자가 특정 군의 제품과 가격 범위를 입력하면 다양한 제품을 추천해준다.

챗봇 생태계 확장을 위해 페이스북은 챗봇을 개발할 수 있는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와 챗봇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봇 엔진`도 공개했다.

API를 이용하면, 텍스트나 이미지 뿐 아니라 소비자의 다양한 구매 의사결정 혹은 콘텐츠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버튼 설계가 가능하다.

현재 CNN과 월스트리트저널 등 언론을 비롯해 이베이와 스포티파이, 익스피디아, 버거킹 등 쇼핑, 여행, 음식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이들 기술을 활용해 챗봇을 서비스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나 페이스북, 아마존 같은 글로벌 기업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IT 기업뿐 아니라 금융사들도 앞다퉈 챗봇을 개발 중에 있다.

네이버는 이용자가 모바일에서 대화하듯 자연스레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챗봇 `라온(LAON)`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자판 입력이 익숙치 않은 어린이들이 음성 인터페이스로 대화하듯 정보를 찾을 수 있도록 쥬니버앱에 음성검색을 시범적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쇼핑 시 상품 판매자가 부재 시 상품 재고 여부 등에 대해 자동으로 응답해줄 수 있는 `톡톡 쇼핑봇 beta(가칭)`기능도 지원할 예정이다. 향후 부동산 영역 톡톡에도 적용해 고객 질문에 자동으로 답하고, 조언을 해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 챗봇을 이용한 금융서비스 제공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개인 간(P2P) 금융업체 8퍼센트는 금융권 최초로 챗봇 `에이다`를 개발, 오는 10월부터 도입한다. `에이다`는 알파고에 적용되었던 딥러닝(Deep Learning)을 활용해 에이다에게 사투리와 오타를 섞어서 질문해도 대응이 가능하다. 대화가 축적될수록 스스로 학습해 정확도를 높여나가는 방식이다.

인터넷 전문은행 `카카오뱅크`도 새로운 금융서비스로 챗봇(Chatbot)을 전면에 내세웠다. 고객 질문을 24시간 실시간으로 상담해 주는 카카오톡 기반 금융봇이다.

금융봇은 공과금 납부 일정, 자동이체 결제 내역, 쿠폰을 사용할 수 있는 주변 식당을 안내할 예정이다. 또 고객 재무 상황를 점검·관리해 주고, 상품 추천 및 상담 서비스까지 지원할 예정이다.

우리은행도 최근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전담팀을 신설하고 챗봇 개발에 착수했다. 고객이 유선전화를 통해 금융서비스에 관해 문의하면 챗봇이 대화를 인식하고 음성으로 안내하는 방식이다.

일각에서는 챗봇의 기반이 되는 인공지능 기술의 정확성이 떨어지는 한계로 인해 챗봇 확산을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축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챗봇 스스로 학습함에 따른 부작용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지난 3월 마이크로소프트(MS)가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인공지능 채봇 `테이(Tay)`를 선보였다가 일부 사용자들이 세뇌시킨 욕설, 인종차별, 성차별적인 내용을 학습해 부적절한 발언을 쏟아낸 바 있다. 결국 테이는 16시간 만에 운영을 중단했다.

이에 챗봇이 개인의 삶에 깊숙이 침투하면 인공지능 적용에 있어서 윤리적 문제와 개인정보보호와 보안정책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게다가 일자리 감소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챗봇이 주문접수 뿐 아니라 상담원의 역할을 대체하면서 자연스레 인간의 일자리가 줄어들 확률이 높다.

김지혜 금융산업/금융IT 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