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이미 3년 뒤졌다...기획 하는동안 선진국은 대중교통 테스트까지

자동차 분야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자율주행 분야에서 한국 경쟁력이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해 온 자율주행 자동차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는 데만 3년을 소비하면서 이미 출발점부터 한참 뒤졌다. 주력산업인 자동차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빠른 캐치업(Catch-up)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유럽 소도시에도 자율주행 버스를 도입하는 등 대중교통 시범 서비스가 시작됐다. 유럽과 미국은 개발 초기 단계를 벗어나 테스트 단계에 접어들었다. 우리나라는 국가 주도 연구과제를 이제 세부 기획하는 단계로 최소 2~3년은 뒤진 셈이다.

스위스의 대중교통 회사 포스트버스는 지난 6월 스위스 `시온(Sion)`이라는 소도시에서 프랑스 나비아의 자율주행 버스 2대를 셔틀버스로 운영한다. 도시에서 운전자가 없는 자율주행 버스를 운영하는 것은 포스트버스가 처음이다. 연방정부 허가를 받은 사업이다. 프랑스도 오는 9월 이 버스가 리옹 지역에 도입될 예정이다.

스위스에서 운영중인 나비아의 자율주행 버스. 출처 : 나비아
스위스에서 운영중인 나비아의 자율주행 버스. 출처 : 나비아

일본에서도 인터넷 회사 디엔에이(DeNA)가 12명이 탈 수 있는 전기셔틀버스를 지난 1일 도쿄 인근에 도입했다.

국내에서는 기업과 대학에서 자율주행 시험 면허를 발급받아 운전자가 탑승한 상태에서 고속도로 위주로 테스트를 하는 상황이다.

문영준 한국교통연구원 소장은 “해외 콘퍼런스에서 정책 동향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우리가 미래 기술이라며 실행 없이 관심만 높이는 사이에 선진국은 이미 테스트를 시작하는 수준까지 갔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한국이 이제 자율주행 기술을 캐치업하는 수준으로 평가하는 보고서가 나왔다. 독일 컨설팅 업체 롤란드버거는 지난 7월 말 각국 연구기관의 전문성을 평가하는 자율주행자동차 인덱스를 내놓았다. 보고서에서 한국을 자율주행 전문성에서 중간 이하로 평가했다. 미국·독일·스웨덴이 리딩하는 위치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한국은 중국을 간신히 제친 수준으로 조사됐다.

롤란드버거의 자율주행 자동차 전문성 평가. 출처 : 롤란드 버거
롤란드버거의 자율주행 자동차 전문성 평가. 출처 : 롤란드 버거

한국의 기술 향상 속도에 주목했으나 한국 자동차 산업의 세계 지위를 비교했을 때에는 한참 뒤처진 것으로 진단했다. 보고서는 기업의 자율주행 관련 연구 활동에 대해서도 연구개발 수준은 중간 정도지만 대량생산 역량에 대해서는 낮게 평가했다.

한 전문가는 “자율주행 연구를 시작한 것은 선진국에 비해 전혀 늦은 시점이 아니었다. 하지만 자동차 산업은 대기업 위주 산업이라고 홀대한 사이, 선진국과 격차가 많이 벌어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이를 따라잡기 위해 전략적 연구지원이 절실하며 기업의 위험부담을 낮춰주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선도 프로젝트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문보경 자동차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