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 <29> 지식 전하기

[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 <29> 지식 전하기

“속일본기에는 간무 천황의 친모가 백제 무령왕의 자손이라고 기록돼 있습니다. 한국과 인연을 느끼고 있습니다.“ 한일 월드컵을 몇 달 앞둔 2001년 12월, 아키히토 일왕은 자신의 68세 생일에 맞춘 기자회견에서 밝힌다.

정작 `속일본기`는 이렇게 전한다고 한다. “황태후의 성은 화씨다. 이름은 신립이다. 선조는 무령왕의 아들 순타 태자다. 그 조상인 도모왕은 하백 딸의 아들이다. 황태후는 그 후손이다.”

간무의 즉위로 왕통은 덴무계에서 덴지계로 바뀐다. 수도를 나라에서 교토로 천도하고, 백제계 씨족을 중용한다. 간무는 자신의 즉위를 새 왕조의 창시로 보았던 듯하다. 교토 히라노 신사는 이 신립 황후를 모신 곳이다. 효심이 깊었던 간무는 천도하면서 위패를 이 신사로 옮겼다한다. 일왕가가 거론될 때면 자주 언급되는 곳이 하나 더 있다. 이세 신궁으로 불리는 곳이다.

이세 신궁에 `식년천궁`이라는 행사가 있다. 20년마다 건물을 다시 짓고 유물을 옮기는 일이다. 20년마다 식년이 돌아온다. 주기적 건설사업인 셈이다. 하지만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다. 건물은 야요이 시대 양식이다. 초석 위에 기둥을 놓고, 지붕은 삼각형에 억새풀로 이었다. 바닥은 높이 들려있다. 건축을 담당하는 궁목수는 일반 가옥을 짓는 일은 피한다. 20년 마다 한 번씩 다시 짓는 오래 된 건축양식. 거기다 목공이 다른 직업을 갖기 힘들다면, 어떻게 이 기술을 전수하고 유지할 수 있을까.

대규모 정보시스템을 생각해 보자. 한번 구축되면 한동안 큰 손질은 없다. 어쩌다 한 번씩 생기는 업무다. 중요한 인프라다. 운영 기술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간헐적 업무에 담당자를 두기란 어렵다. 낭비처럼 보인다. 상식은 아웃소싱을 지목한다. 이유는 수없이 많다. 핵심 업무가 아니고, 굳이 독자 시스템이 필요하지도 않다.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아웃소싱은 최신 기술과 유행도 따른다. 기업의 핵심기술이 아니라면 모두 타당해 보인다.

히토쓰바시대학 이타미 히로유키 교수와 동료들의 결론은 상식과는 다르다. 비용 절감은 뚜렷하지 않았다. 서비스 수준도 그만그만 했다. 아웃소싱업체 문제가 본사로 전이되기도 한다. 본사의 지식과 노하우를 위협할 수 있었다. 자신의 저서 제목처럼 `지식경영에 있어 잘못된 상식`이라고 한다.

궁목수에게 공사는 20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이벤트였고, 야요이 시대 지식은 전수돼야 했다. 이 간헐적인 업무를 위해 항상 고용할 수는 없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들은 지식관리의 몇 가지 창의적 제안이 여기 있다고 한다. 첫째, 20년이란 기간에 주목한다. 10대와 20대는 보조, 30대에서 40대는 주관, 50대는 감리. 이 식이라면 평생 2번의 천궁을 경험할 수 있고 기술은 전수될 수 있다. 둘째, 새로운 건물은 오래된 건물과 다른 장소에 세운다. 오래된 건물을 보면서 지을 수 있게 했다. 바닥 높은 창고 같은 건축양식은 흔한 것이 아니었다. 구조를 볼 수 있게 했고 선배에게 경험을 들었다. 셋째, 오래된 건물을 해체해 나온 자재는 근처 건물에 재사용한다. 정작 궁목수가 나머지 시간에 하는 일은 해체된 자재로 다른 건물을 수리하는 일이었다. 이 용재가 다 사용될 즈음 또 한번의 천궁이 시작된다. 일종의 시차를 둔 겸업이자 큰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한 작은 프로젝트인 셈이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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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들은 오래 된 경험으로부터 오늘의 기업에 몇 가지 제안을 던진다. 첫째, 지속적으로 업무의 장을 확보하라. 작은 업무를 지속해 기술 전수를 생각하라. 둘째, 지식을 활용하고 순환시켜라. 낡은 자재는 재사용됐고 이 과정에 경험은 쌓여 돌아왔다. 셋째, 무엇을 내부화할지 판단하라. 무인양품으로 유명한 양품계획은 기민함과 유연성이 요구되는 것은 안에 두고, 확실함과 안정성이 필요한 것은 오히려 외부화했다.

아웃소싱은 손쉽고 주위에 넘쳐난다. 식년방식은 아웃소싱이 문제라 말하지 않는다. 단지 역량과 기회를 너무 쉽게 던진 것은 아닌지 묻는다. 천궁 업무는 간헐적이었다. 작은 업무를 지속해 지식을 전수하는 방식을 찾았다. 손쉬운 선택 대신 찾은 `지식 전하기` 방법이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