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SW교육, 20년 후를 대비하자

[기자수첩]SW교육, 20년 후를 대비하자

20년 전 중학생 때 처음 컴퓨터 과목을 접했다. 당시 1990년대 후반에 컴퓨터 교육이 화두였다. 컴퓨터 과목 전담 교사는 딱히 없었다. 가정 과목 담당 교사가 컴퓨터 수업을 병행했다. 수업은 일주일에 한 시간. 대부분 용어 공부였다. 최초 컴퓨터 이름이 무엇이었는지 비트와 바이트가 무엇을 뜻하는지를 외우고 또 외웠다. 컴퓨터 시험은 사회, 한문을 잇는 대표 암기 과목의 하나였다.

20년 후 다시 컴퓨터 교육이 화두다. 컴퓨터 대신 소프트웨어(SW)로 용어가 바뀌었다. 암기 대신 사고력을 요한다. 암기 과목 같던 컴퓨터에 사고력이 어떻게 더해질 지 궁금했다.

지난달 23일 경기도 분당 SK주식회사 사옥에서 열린 `제1회 드림업 SW교육` 에 참여한 학생들이 카드 놀이를 통해 사고력 학습을 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경기도 분당 SK주식회사 사옥에서 열린 `제1회 드림업 SW교육` 에 참여한 학생들이 카드 놀이를 통해 사고력 학습을 하고 있다.

답은 현장에 있었다. 전자신문과 초등컴퓨팅교사협회가 지난주까지 여름방학 기간을 맞아 공동 주최한 `드림업 SW교육`은 20년 전과 180도 달라진 수업 환경을 느낀 자리였다. 초등학생들은 어떻게 하면 로봇이 미로를 통과해 결승선까지 들어설 지 고민을 거듭했다. SW는 로봇을 움직이는 도구였다.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학생들은 수업에 몰두했다. 컴퓨팅식 사고력은 어려운 게 아니었다. 말 그대로 컴퓨터 SW 프로그램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연습을 반복하는 과정이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지금부터 20년 후를 생각해 보자. 영화 `그녀(HER)`에서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사만다가 주인공의 연인이 된 것처럼 SW는 우리 삶 깊숙한 곳까지 들어올 것이다. 무인자동차는 물론 인간 대신 SW가 움직이는 사물과 시스템이 다수 등장할 것이다.

올해 초 미국 정부는 4조원의 기금을 조성,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SW교육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SW교육에 대한 미국 정부의 강한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우리도 2018년부터 초·중등학교 SW교육 의무화를 실시한다. SW교육 출발선에 섰다.

지난달 경기도 분당 SK주식회사 사옥에서 열린 `제1회 드림업 SW교육` 에 참여한 학생들이 로봇 프로그래밍을 위한 사전 교육을 듣고 있다.
지난달 경기도 분당 SK주식회사 사옥에서 열린 `제1회 드림업 SW교육` 에 참여한 학생들이 로봇 프로그래밍을 위한 사전 교육을 듣고 있다.

SW교육은 지금보다 더 적극 이뤄져야 한다. 입시와 사교육을 우려하는 이들에게 수업 현장을 보여 주자. 현장에서 학생들이 SW로 어떤 교육을 받고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직접 보면 생각의 틀이 바뀐다. SW 조기교육을 미뤄야 할 이유가 없어진다. 정부 역시 SW교육에 대한 의구심을 걷어 내고 아낌없는 지원과 밑그림을 마련해 줘야 한다.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