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소프트웨어 개발자 환경의 합종연횡

[미래포럼]소프트웨어 개발자 환경의 합종연횡

합종은 소진, 연횡은 장의가 기원전 4세기 후반 중국 전국시대에 각각 진언한 책략이다. 합종연횡은 남북으로 합류하고 동서로 연합한다는 뜻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합종연횡을 꿈꾸며 윈도10에 리눅스와 배시를 탑재함으로써 드디어 윈도만의 아성을 접었다. 맥(Mac)과 대등한 소프트웨어(SW) 개발자 환경을 지원하게 된 셈이다.

그동안 윈도7, 8에서 모바일 시대에 제때 적응하지 못한 대가를 혹독하게 치렀다. 그러나 여전히 윈도 시리즈의 전 세계 점유율은 무려 89.8%에 이르고, 윈도10은 1년 사이 21.1%까지 오르는 등 오피스와 게임 영역에는 윈도의 아성이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다.

반면에 애플 맥 운용체계(OS) X는 7.9%의 점유율에 불과하다. 게다가 비싸다. 그럼에도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웹이든 베이터베이스(DB)든 SW를 개발한다는 사람들이 대부분 맥 개발 환경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OS X는 리눅스 체계를 계승했기 때문에 개발 환경이 유사하고, 이미 다양한 개발 툴과 지원 언어 및 기술 문서가 풍부할 뿐만 아니라 안정되고 프리징이 적기 때문이다.

구글 개발자회의(IO) 등 개발자 콘퍼런스나 세미나에 가면 강사부터 개발자까지 맥으로 발표하고 시연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아쉬운 점은 대체로 간단한 프로그래밍에도 선택의 폭이 없이 제한된 업체의 고가 장비를 구매해야 하는 어려움이 많았다는 것이다. 직업으로서의 개발자가 아닌 프로그래밍에 취미가 있는 일반인이 SW 개발 환경을 만들어 쓰기에는 상당히 어려운 여건이었다.

윈도가 덜 안정되고 부족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수십년 동안 검증돼 온 훌륭한 OS임에 틀림없다. 다만 오피스 환경에 가장 적합하게 개발돼 왔다. 하지만 개발자 개발 환경으로는 적합하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맥을 쓰면 X11이 지원되고, 유닉스(Unix) 명령어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오픈소스를 바로 핸들링할 수 있다. 패스(Path)를 따로 변경하지 않고도 리눅스 서버에 커밋(commit)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편리함을 준다.

올해 초의 알파고와 인공지능(AI) 신드롬으로 말미암아 근래에 들어와 오픈소스 관심이 높아지고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삼성과 네이버 등을 비롯해 IBM, 구글 등 글로벌 주요 기업도 오픈소스 커뮤니티 지원을 강화하고 있고, 오픈소스 생태계에 적극 참여하는 의미에서 자사의 알고리즘과 플랫폼을 깃허브(Github)에 공개하고 있다.

최근 들어 프로그래밍 의무 교육, SW중심대학 선정으로 SW 개발과 공개SW에 대한 국민 관심이 높아지다 보니 SW 개발 환경 구축 시 컴퓨터 구입 총비용(TCO)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MS도 이런 트렌드에 편승해 윈도에 리눅스를 탑재하게 됐다. 지난 2일 오후 4시(한국시간) 윈도10 출시 1주년 업데이트 버전이 출시된 가운데 그동안 수백 번 빌드 릴리즈 과정을 거쳐 정식으로 배포됐다.

많은 파워유저가 지난 1년 동안 윈도10 개발자 모드로 진입해 인사이더 프리뷰를 써 왔다. 잦은 빌드 릴리즈로 길게는 30분 이상 업데이트 작업으로 성가셨지만 이제는 윈도 상에서 배시, 아파치와 우분투(Ubuntu)를 사용할 수 있어 매번 용도에 따라 재부팅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이 편리해졌다.

이제 개발자의 개발 툴에는 윈도와 리눅스가 공존하는 세상이 왔다. 리눅스 상에서는 윈도의 C, D 드라이브가 각각 /mnt/c, /mnt/d에 마운트된 것처럼 보인다. 윈도 상에서는C:..Locallxssrootfs에 루트 파일 시스템이 들어 있다. 모든 파일, 디렉토리는 상호 접근이 가능하고, 또한 읽고 쓸 수 있게 됐다. 윈도에서도 문서 작업과 온라인 뱅킹을 하면서 다른 창으로 배시와 엑스텀(Xterm)를 띄워 SW 개발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다.

더 이상 비싼 개발 환경에 종속되지 않고 어느 PC에서나 SW 개발이 가능해졌다. SW 개발 환경의 가격이 비싸 엄두를 못 낸 중·고·대학생을 비롯해 누구나 프로그래밍에 젖어 들 수 있게 됐다.

합종연횡. 최강국 진나라에 대항하기 위한 6국의 합종, 그러나 진은 개별 동맹인 연횡 전술로 결국 합종을 타파하고 6국을 차례로 멸망시켜 중국을 통일했다. 리눅스를 탑재한 SW 개발자 환경은 과연 합종일까 연횡일까. 귀추가 주목된다.
신상철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연구위원 ssc032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