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 전략 바꾼다…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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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의존 탈피…어보브 등 국내외 중소 팹리스 고객사 유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연구원이 장비를 체크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연구원이 장비를 체크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 전략을 바꾼다. 소품종 대량 생산 체제를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전환하는 것이 골자다. 애플과 퀄컴 등 한두 개 대기업에 의존해 온 매출 구조를 벗어나기 위한 방안이다. 이를 위해 중소 규모 업체에도 파운드리 공장을 개방하기로 했다. 미국, 한국, 중국의 중소 잠재 고객사를 대상으로 영업 활동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이른바 `오픈 파운드리` 전략을 펼치기로 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30일 중국 상하이에서 `삼성 파운드리 포럼`을 개최한다. 삼성은 이 자리에 중국 내 주요 팹리스 업체 설계 담당자를 초청했다.

삼성전자는 자사 파운드리의 주요 공정 기술과 설계 지원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미 삼성전자는 지난 4월 19일, 7월 6일 각각 미국 실리콘밸리와 한국 판교에서 잠재 고객사를 불러 주요 공정 및 설계 기술 지원 내용을 발표하고 “한번 써 보시라”며 영업 활동을 적극 펼쳤다.

삼성전자는 14나노, 10나노 핀펫 등 첨단 공정뿐만 아니라 원가 효율을 높인 28나노 완전 공핍형 실리콘-온-인슐레이터(FD-SOI) 공정과 200mm 반도체 공장의 65~130나노 공정 공장을 오픈한다. FD-SOI의 경우 자체 테스트 결과 골든 수율을 확보했다. 3분기 양산에 들어간다. 65~130나노 팹에서도 국내외 중소 팹리스 업체를 신규 고객사로 유치했다.

채재호 어보브반도체 개발본부총괄 부사장은 “32비트 MCU를 삼성전자 65나노 e플래시 공정을 통해 생산한다”면서 “삼성의 앞선 공정 기술력을 기반 삼아 32비트 MCU 시장 진출을 성공시키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사진DB]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 오스틴 시스템반도체 생산공장
[사진DB]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 오스틴 시스템반도체 생산공장

삼성전자는 자사 파운드리의 강점을 칩 면적 감소에 따른 원가 절감, 수율 확대로 꼽았다. 90도 직각이 아닌 45도로 비스듬하게 금속 배선이 가능한 독자 크로스커플(XC) 기술을 활용하면 동일 설계라도 상당한 면적 축소 효과가 나타난다. 칩 면적이 축소되면 그만큼 원가 절감이 가능하다. 특정 패턴에서 불량이 나타나는지를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 설계 완료 파일(GDS)에서 이를 걸러 내는 프리즘 서비스도 실시한다. 보안을 걱정하는 고객사를 위해 제 3의 업체로 설계 완료 파일을 보내고, 마스크(회로 패턴이 새겨진 금속 원판)를 제작하는 프로세스도 구축했다.

삼성은 다품종 소량 생산 파운드리 사업을 정착시키기 위해 국내외 디자인하우스와도 손을 잡았다. 국내에선 하나텍, 알파칩스, 코리아칩스가 주요 협력사다. 해외에서는 올칩, e실리콘, 베리실리콘, 위니퀴파이 등이 디자인하우스 협력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팹리스 업체가 칩 설계 코드를 짜서 보내면 디자인하우스는 파운드리 업체의 공정 IP에 맞춰 실제 웨이퍼 공정에 활용될 마스크 제작, 테스트 등 백엔드 작업을 맡는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파운드리 사업 전략을 바꾼 데에는 한두 고객사에 의해 전체 사업팀 실적이 휘청거리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그간 일부 `전략 고객사`에만 열어줬던 파운드리 공장 문호를 중소·중견 기업으로 확대한 것은 긍정적 신호”라며 “국내 팹리스도 좋은 환경에서 사업을 이끌어나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이 질 높은 파운드리 서비스를 지속 제공해 고객사와 신뢰를 쌓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