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품칼럼] 인공지능 발전을 위한 원천 기술

[소재부품칼럼] 인공지능 발전을 위한 원천 기술

프로바둑 기사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바둑 대결은 세간에 큰 관심을 끌었다. 이세돌 9단과 1200대 이상의 고성능 컴퓨터를 활용하는 알파고가 동등하게 대결한다는 것이 불공정하다고 느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인간을 모방해 만들어진 AI가 인간 한 명과 대결하기 위해 1200대 이상의 컴퓨터를 활용해야 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인간 두뇌가 사고하는 방식과 컴퓨터가 작동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인간의 두뇌는 단순한 기능을 하는 뉴런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외부 자극을 받으면 동시에 반응하면서 병렬로 동작한다. 이 때문에 인간은 판단을 직관으로 잘할 수 있다. 컴퓨터는 알고리즘이라 불리는 처리 순서에 따라 입력 데이터를 받으면 순차 처리를 한다. 이렇게 순차 처리를 잘하는 컴퓨터가 병렬로 동작하는 인간의 두뇌를 모방하는 작업은 쉽지 않다. 그래서 많은 컴퓨터가 필요한 것이다.

초기 AI 기술은 입력 데이터를 순차 처리하려는 방식으로 발전했지만 곧 한계를 노출했다. 이 때문에 인간의 두뇌를 모방한 인공 신경회로망 기술이 개발됐다. 이 기술은 1980년대 중반 이후 크게 각광받게 된다. 하지만 당시 컴퓨터 성능으로는 뉴런을 2~3단계 거치는 정도가 최대였다. 인간 두뇌에 비해 기능이 크게 떨어지는 한계에 부닥쳤다. 1990년대 들어 AI에 대한 관심이 점차 줄어든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컴퓨터 하드웨어(HW) 기술은 1990년대에도 발전을 거듭했다. 특히 게임을 위해 개발된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컴퓨터 속도를 한 단계 발전시켰다. GPU는 속도 향상을 위해 병렬 처리 방식을 채택한다. 이 방식은 인간의 두뇌 구조와 상통한다. 인간 두뇌를 효율 높게 모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GPU를 활용해 신경회로망을 처리하는 연구는 2000년대에 활발히 진행됐다. 그 결과 뉴런이 6~7단계 또는 그 이상 심층 연결되는 것까지 가능했다. 이는 AI 기술의 혁신 발전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심층 신경회로망 처리 기술을 이른바 `딥러닝`이라 부른다. 바둑 대결을 펼친 알파고의 개발 회사인 딥마인드의 이름 역시 딥러닝 기술에서 따온 것이다.

어찌됐든 최근의 바둑 대결은 AI 기술의 가능성과 한계를 봤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적지 않다. 또한 앞으로 AI 기술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한 원천 기술이 무엇인지도 알려줬다.

바둑 한 판 두기 위해 1200대 이상의 컴퓨터를 사용한다면 경제성 측면에서 이를 상용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AI의 성능 향상을 위해서는 더욱 복잡한 신경회로망이 필요한지만 이를 위해 수천 대 또는 수만 대의 컴퓨터를 사용한다면 경제성은 더욱 떨어질 것이다.

이에 따라서 AI 기술 발달을 위해서는 이를 효과 높게 구현하기 위한 고성능의 컴퓨터 HW 기술이 필수 원천 기술임을 알 수 있다. 기존의 GPU보다 더욱 인간의 두뇌 구조와 유사한 프로세서를 개발하고, 인간의 두뇌를 효율 높게 모방할 수 있는 반도체 칩을 개발해 수백 또는 수천 대의 컴퓨터가 하는 일을 하나의 컴퓨터나 하나의 반도체 칩으로 구현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이혁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hjlee@capp.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