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KBS UHD 본방송 연기 재고해야

KBS가 내년 2월로 예정된 UHD 본방송 연기를 요청할 것이라는 소식이다. KBS는 시청자의 수신 환경을 비롯한 여러 이유로 UHD 본방송을 일정 기간 연기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UHD 기술 표준이 2개월 전에 결정돼 고가 시제품 장비 사용으로 시스템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고, UHD 방송을 송출해도 시청자는 볼 수 없는 반쪽짜리 불통 서비스로 전락할 개연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광고 수익 급락과 제작비 급증 등으로 경영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2조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UHD 투자에 대한 부담도 엿보인다.

이 밖에도 가전사와 난항을 겪고 있는 UHD 안테나 내장 문제 등도 거론했다. KBS 입장에선 여러모로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하지만 KBS와 동일한 조건임에도 MBC와 SBS는 당초 계획대로 내년 2월에 맞춰 UHD 본방송을 준비할 것이라고 한다.

공영방송 KBS의 제도와 기술 측면에 대한 주장이 설득력이 떨어지는 변명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여론의 공감도 얻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 UHD 본방송은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등 정부와 지상파 방송사, 가전사 등 이해관계자가 합의한 것이다.

KBS를 비롯해 지상파 방송사는 특혜 논란에도 지난해 7월 1조원이 넘는 가치가 있는 700㎒ 대역 주파수를 UHD 방송용으로 받았다. 대규모 UHD 투자 계획도 약속했다.

정부는 방송사별로 주파수 대역도 확정했다.

그럼에도 KBS가 UHD 본방송 연기를 요청하는 건 지상파UHD 본방송 기본 계획을 흔드는 것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KBS가 UHD 본방송 연기를 요청하는 등 사회 합의를 임의로 번복할 게 아니라 해결해야 할 문제를 공론화해 지혜를 모으는 일을 선행하지 않은 게 아쉽다.

자칫 공영 방송의 역할과 공공 의무에 적합한지에 관한 논쟁으로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