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부품가격 공개제도...좋은 취지에도 검색 힘들어 `유명무실`

#1.폭스바겐 `비틀`을 타는 성모씨는 접촉 사고 후 보험사 직원 추천대로 직영 사후관리(AS)센터가 아닌 정비업소에서 수리를 받았다. 수리비는 옆 펜더와 타이어 파손 등으로 450만원이 나왔다. 수리비가 너무 비싸다고 느낀 김씨는 부품 정보를 검색하기 위해 폭스바겐코리아 홈페이지에 접속, 부품 가격을 조회했다. 그러나 2014년 이전 모델은 아예 정보가 없었다.

#2.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를 운전하는 박모씨는 주차하다가 실수로 기둥에 부딪혔다. 교체하기 위해 홈페이지에서 가격 정보를 검색했으나 60만원대부터 100만원대까지 다양하게 나왔다. 정확한 가격을 알 수 없으니 `바가지`를 쓸까 걱정돼 정비소를 찾는 게 꺼림칙했다.

메르세데스-벤츠 부품가격을 검색하면 비슷한 부품이 수십개가 뜬다. C클래스 범퍼만 해도 100만원대와 60만원대로 다양하다. 자료 = 홈페이지 캡처
메르세데스-벤츠 부품가격을 검색하면 비슷한 부품이 수십개가 뜬다. C클래스 범퍼만 해도 100만원대와 60만원대로 다양하다. 자료 = 홈페이지 캡처

2014년부터 자동차 부품 가격공개제도가 시행됐지만 완성차 업체 공개 범위가 제각각이어서 소비자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28일 자동차 회사들의 부품가격 공개 현황을 비교한 결과 2014년 이전 모델은 찾기 어렵거나 정확한 부품명을 사용하지 않아 가격을 찾기 힘들었다.

아우디는 2015년, 폭스바겐은 2014년 모델부터 가격을 검색할 수 있다. 게다가 부품가격을 조회하는 코너도 메인 페이지에 배치하지 않아 찾아보기 힘들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1982년 모델부터 검색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지만 이 역시 카테고리를 10년 가까운 단위로 구분지어 정확한 부품을 찾기 힘들다. 게다가 외래어로 된 부품명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면 검색 자체가 힘들었다. BMW는 가격정보 사이트를 두 번이나 개편하면서 수입차 중에서는 개선된 편이지만, 여전히 일부 부품은 정확한 모델에 맞는 부품을 찾기 어려웠다. 배기량에 따라 다른 부품이 사용되는 때가 많지만 배기량 정보와 동의어 확인도 불가능했다.

아우디 부품가격정보. 2015년 모델부터 검색이 가능하다.
아우디 부품가격정보. 2015년 모델부터 검색이 가능하다.

국산차도 사정은 비슷하다. 현대·기아차는 연식 정보는 확인이 가능하지만 배기량 정보와 동의어 확인이 불가능하다. 르노삼성자동차와 쌍용자동차는 가격 확인 페이지를 신설했지만 메인 페이지에는 연결 통로가 없다. 한국지엠은 가격 확인 페이지를 메인에 배치하지 않아 홈페이지를 찾는 것조차 힘들었다.

자동차 부품 가격공개제도는 소비자가 정확한 부품 가격을 인지함으로써 부당하게 수리비를 지불하는 일을 막고, 가격을 비교해 부품 가격 인하 효과도 거두기 위해 시행됐다.

2014년부터 완성차 업체들이 가격 정보를 공개하고 있지만 전문가가 아닌 소비자가 정확한 부품 가격을 찾기 어려워서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소비자가 보다 저렴한 대체 부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대체 부품 인증제도까지 만들었으나, 가격 비교가 사실상 불가능해 대체부품인증제도조차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부품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부품이 너무 비싸서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도입된 제도지만 실제 가격이 얼마인지 알 수 없으니 공개를 하나마나”라며 “정부가 시행규칙 개정 등을 통해 정확한 정보 공개가 가능하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국토교통부는 이처럼 정보 공개가 제각각 이뤄지고 있어 별도 홈페이지(cartuning.kr)에 공개 표준을 만들고 일부 부품 가격을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공개 부품 수는 극히 제한돼 있어서 보완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 관계자는 “사실상 정확한 부품을 알려면 차대번호까지 알아야 하는데 소비자가 차대번호까지 기억하도록 하는 것은 무리”라면서 “소비자가 편리하게 더 많은 부품 가격을 확인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보경 자동차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