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시사…증시에도 찬바람 부나

[이슈분석]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시사…증시에도 찬바람 부나

미국이 올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력하게 언급하면서 그동안 상승세를 탔던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 증시에 찬바람이 불 전망이다. 연내 한 차례 인상 가능성을 점쳐왔던 국내외 전문가 의견과 달리 당장 9월부터 시작해 두 차례 인상 가능성까지 나오면서 월요일 열리는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가운데)이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리는 연준의 연례 경제심포지엄에서 연설하기 전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왼쪽),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은 총재와 함께 산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가운데)이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리는 연준의 연례 경제심포지엄에서 연설하기 전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왼쪽),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은 총재와 함께 산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일반적으로 증시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 변수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은 미국발 뉴스다. 전날 뉴욕증시 시황이 다음날 우리 증시에 바로 나타나는 식이다. 중국 경제 흐름도 영향력이 커지고 있지만 미국만큼은 아니다. 금리, 환율, 경제지표 등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신흥국 모두가 미국의 영향권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 연준, 올해 두 차례 금리인상 가능성 시사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재닛 옐런 의장이 26일(현지시각)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은 여기에 더해 최대 두 번까지 올릴 수 있다고 밝혀 세계 경제계에 긴장감을 더했다.【사진1】

옐런 의장은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캔자스시티연방준비은행 주최 경제정책회의에 참석해 “최근 몇 달간 금리인상을 위한 여건이 강화됐다”고 밝혔다. 견조한 고용시장 흐름과 경제활동·물가전망을 고려할 때 인상을 고려할 시기가 됐다는 의미다.

옐런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월가와 미국 언론들은 기준금리가 올해 안에 더 오를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고 풀이했다.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은 이날 CNBC 인터뷰에서 옐런 의장의 발언이 오는 12월은 물론이고 9월에도 투자자들이 금리인상을 준비해야 한다는 뜻이냐는 질문을 받자 “(옐런) 의장의 이날 발언은 당신이 질문한 두 가지 질문 모두에 `예`라고 답하는 것과 일맥상통하지만, (앞으로 발표될) 경제지표들을 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런 피셔 부의장 발언에 금융시장에서는 9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높인다고 해석했지만, 만약 연준이 금리를 올해 한 번만 더 올린다면 9월보다 12월에 비중을 두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부담이 될 금리인상을 9월에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26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 우려가 부각된 가운데 혼조세를 나타냈다. 뉴욕증권거래소 입회장에서 한 트레이더가 단말기를 응시하고 있다. <AFP/Getty=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 우려가 부각된 가운데 혼조세를 나타냈다. 뉴욕증권거래소 입회장에서 한 트레이더가 단말기를 응시하고 있다. <AFP/Getty=연합뉴스>

연준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 경제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에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우리나라에 들어온 외국인 자본의 이탈을 초래할 수 있다.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제기됐던 한국은행은 현 금리를 유지할 전망이다.

미국 금리인상이 9월로 앞당겨지면 신흥국을 중심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당장 우리나라에서 외국인 자본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미국 금리인상을 앞두고도 벌어졌던 일이다.

미국 금리인상은 기업, 가계 등 경제 주체 불안감을 확산시켜 실물경제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 등 신흥국 시장이 타격을 받으면 우리 기업의 수출에 먹구름이 짙어진다. 하반기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대량실업이 우려되고 수출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경제가 더 어려운 국면을 맞을 수 있다.

◇예고된 금리인상 영향 있겠지만 오래가진 않을 듯

옐런 의장 발언이 공개된 이날 뉴욕 증시는 혼조세였다. 일각에서는 주말 휴장을 앞두고 발언이 나오면서 시장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있다.

월요일 개장하는 우리 증시도 직접적 영향에서 벗어나긴 어려울 전망이다.

문제는 피셔 부의장 발언처럼 9월부터 두 차례 금리인상이 될 경우다. 미 대선 변수로 가능성은 낮지만 다음 주 나올 경제지표가 호전된다면 배제할 수 없는 카드가 된다.

정부는 27일 한일 재무장관회의에서 작년 2월 전면 중단했던 한일 통화스와프를 재개하기로 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등 대외 리스크가 커지면서 금융 안전망을 구축하는 스와프 재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가운데)이 25일(현지시각) 각국 중앙은행 총재와 정책당국자 등이 참석하는 연준의 연례 경제심포지엄 개막 리셉션에 참석하기 위해 미 와이오밍주 잭슨홀의 잭슨레이크로지에 도착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가운데)이 25일(현지시각) 각국 중앙은행 총재와 정책당국자 등이 참석하는 연준의 연례 경제심포지엄 개막 리셉션에 참석하기 위해 미 와이오밍주 잭슨홀의 잭슨레이크로지에 도착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증시 전문가들은 “시장에서 예상하던 수준의 발언으로 조금 흔들릴 수 있겠지만 오래가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8월 중순쯤 연준 지역 총재들이 돌아가면서 매파적 발언을 쏟아내며 지나친 시장 낙관론에 브레이크를 걸고 시장 기대치를 관리해 왔는데 옐런 의장 발언도 이런 연장선에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매크로 팀장은 “옐런의 이번 발언은 연내 금리인상이 예고돼 있음을 다시 한 번 알려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옐런 의장 발언이 우리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일단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하는 대목으로 외국인 투자금의 꾸준한 유입과 2분기 기업실적 개선 등 증시에 긍정적 신호가 다수인 상황인 점이 고려된 탓이다.

하지만 시장 경계심리는 유지될 전망이다. 신흥국 증시에서 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가면서 급락하는 장세가 연출되진 않겠지만 강달러로 인해 자금 이동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성민 코스피 전문기자 s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