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현희 기자의 날]청문회 정국 `첫 단추`, 더민주 지도부와 만나야

[성현희 기자의 날]청문회 정국 `첫 단추`, 더민주 지도부와 만나야

`추풍(秋風·추미애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야당 사상 처음으로 TK(대구·경북) 출신이 선출직 여성 당수로 탄생했다. 문재인 전 대표를 둘러싼 계파 논란 속에서도 추미애 의원은 과반 이상을 획득하며 압도적 지지를 얻었다. 친노·친문 진영 지지를 받아 왔던 만큼 큰 이변은 없었으나 야당 첫 TK 출신 여성 당 대표가 나왔다는 점에서 앞으로 어떤 변화를 불러일으킬지 크게 주목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와 함께 추 대표는 1958년 개띠 동갑내기다. 또 다른 공통점은 `험지` 출신으로 지역 구도를 깬 대표주자다. 이 대표는 호남에서, 추 대표는 영남에서 각각 차가운 시선을 뚫고 당 대표까지 올랐다. 두 대표 모두 각각 새로운 역사를 썼다.

이번 주 제20대 국회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여소야대 지형에서 열리는 이번 정기국회는 `청문회 정국`으로 시작한다.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여부가 1일 정해지고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도 같은 날 열린다. 백남기 농민 사건 청문회와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청문회(서별관회의 청문회)도 바로 이어진다.

추석 연휴가 끝나면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쟁은 물론이고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각종 의혹에 대한 야당 공세는 더 거세질 것이다.

사실상 추가경정 예산안(추경) 처리 협상에서 새누리당에 다소 밀렸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더민주는 새 지도부 출범과 함께 청문회와 국감에서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줄 태세다.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 입장에서 이번 정기국회 100일이 박근혜 정부 핵심 국정과제를 구현하기 위한 마지막 기회다. 내년은 대선 국면이다. 청와대 역시 이번 정기국회를 중점 추진 법안의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이정현 신임 대표가 선출되자마자 새누리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했다. 야권의 `철벽 방어`에 막혀 있는 현안과 법안처리의 첫 단추는 새롭게 구성된 제 1야당 더민주 지도부와의 만남이다. 머리를 맞대고 정국현안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앞서 3당 대표 회동을 정례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시기상 제1야당과 얽힌 실타래를 먼저 푸는 게 급선무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번 주 후반 러시아와 중국·라오스를 순방한다. 이후엔 추석 연휴다. 하루하루가 아까운 임기 말이다. 때론 어려운 문제처럼 보여도 해답은 의외로 쉬울 수 있다. 청와대가 마음의 문을 열고 야당과 대화한다면 추풍에도 온기가 실리지 않을까.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