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신산업과 정부 역할

[기자수첩]신산업과 정부 역할

3D프린터와 로봇은 미래 먹거리 산업을 언급할 때 항상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시장조사 업체 홀러스리포트는 세계 3D프린터 시장은 2015년 52억달러에서 2020년 210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로봇 관련 기술조사 업체인 영국 아이디테크이엑스는 오는 2026년 로봇 시장 규모가 12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점쳤다.

우리나라도 3D프린터와 로봇에 관심이 높다. 하지만 이들이 제대로 성장하고 육성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3D프린터를 대표하는 센트롤, 캐리마 등은 모두 중소기업이다. 대기업으로 분류된 신도리코는 3D프린터 분야에 뛰어든 지 이제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미래를 이끌어 나갈 산업으로 분류되는 기업의 매출 규모는 100억원을 넘지 못한다.

로봇 분야도 마찬가지다. 국내 500여개 로봇 관련 기업 가운데 중소기업 비중이 90%가 넘는다. 삼성전자와 현대중공업 등 산업용 로봇을 만드는 기업이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대외에 산업용 이외에 로봇 개발을 진행한다고 밝히지 않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자동차 생산 등 조립용 로봇에만 집중한다. 이들도 세계적 로봇 기업과 비교할 때 관련 매출은 아주 미미한 수준이다.

[기자수첩]신산업과 정부 역할

당장 시장성이 낮아 대기업은 시장 진출을 꺼리고 중소기업은 연구개발(R&D)이나 인력 확보의 어려움으로 산업을 키우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시장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분야에 적극 뛰어들어 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단순히 자금 지원으로 산업을 육성해 달라는 것은 아니다. 필요하다면 정부가 나서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과제를 만들고, 수요처와 연계한 프로젝트를 고민해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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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지금의 3D프린터, 로봇 등 신산업은 중소기업에 모든 것을 맡겨 두고 미래 산업을 이끌어 가라고 부추기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3D프린터와 로봇산업은 당장 성과나 수익성을 내기 어렵다. 하지만 미래를 생각한다면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다. 정부가 `마중물`을 넣어 산업에 활기가 돌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