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스타트업 글로벌 진출,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준비하자

박성혁 컴퍼니디 대표
박성혁 컴퍼니디 대표

얼마 전 스타트업 기업설명회(IR) 심사를 나갔을 때 일이다. 전자상거래 플랫폼 스타트업이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겠다며 발표했다. 좋은 평가를 줄 수 없었다. 해외 시장 개척에 대한 순진함 때문이다. 예를 들어 중국 시장은 도시 하나의 인구가 우리나라 전체 인구에 육박하는 규모다. 현지 인프라가 미비된 추상 계획으로는 성공이 어렵다. 문제는 많은 스타트업이 자신들의 서비스에만 집중하고 현지 사정에는 무관심하다는 점이다.

스타트업 글로벌 진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내수 시장이 크지 않으니 해외에서 길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총론 차원에서는 동의하지만 추진하는 방식이나 내용 등을 들여다보면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글로벌` 진출이라는 말 자체의 모호함이다. 특정 국가, 특정 지역, 특정 도시로 진출하는 것만 해도 벅찬 일인데 전 세계를 상대로 사업을 추진한다니 그게 쉬운 일인가? 특히 스타트업처럼 작은 규모의 조직은 역량을 집중해야 하고, 특정 지역으로 한정해서 진출한다고 해도 만만치 않은 일임을 기억해야 한다.

다음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은 진출하고자 하는 지역의 역사, 문화, 관습 등을 이해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관련 지식을 교육하거나 전수하는 기관이 거의 없다시피 하는 것이 현재 상황이다. 단순히 비즈니스를 하는데 그런 것들이 왜 필요하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해당 지역에 대한 이해와 맥락을 파악하지 못하고 진출한다는 건 어떤 면에서 보면 상당한 어려움을 처음부터 안고 시작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또 스타트업이 추가로 고려해야 하는 요소는 언어다. 한국에 있는 많은 스타트업이 글로벌 표준이라고 할 수 있는 영어나 중국어의 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해외 진출을 포기하는 경향이 높은 편이다. 여러 요소를 고려하면 한국 스타트업이 해외로 진출하는 건 어찌 보면 무모한 도전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좀 더 효과 높은 사업 전개를 위해 해외로 진출해야 한다는 당위성에는 동의한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견 몇 가지를 적어 본다.

먼저 스타트업에서 필요한 핵심 중 핵심 자산은 인력이다. 이에 따라 모든 문제의 접근은 인력에서부터 출발할 필요가 있다. 사업 초기부터 영어나 중국어 구사가 가능한 인력 참여를 고민해야 한다. 대표가 이런 문제에서 자유롭다면 조직 구성이나 인력 운영 상 이점이 될 수 있다.

진출 지역도 사업 초기부터 면밀하게 검토하고 추진해야 한다. 진출 국가나 지역이 선정됐다면 해당 국가나 지역 출신 멤버를 처음부터 영입하고, 관련 사항은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해야 한다. 해당 지역에서 오랫동안 사업을 추진한 유경험자를 멤버로 참여시키는 방안 역시 가능하다면 초기 단계부터 추진해야 한다.

스타트업 육성 기관이 실시하는 글로벌 진출 지원 교육 프로그램 등의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스타트업 글로벌 진출은 관련 기관이 지원 프로그램을 적극 추진해야만 스타트업처럼 작은 조직이 안고 있는 역량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육성 기관에서는 효과 높은 교육 제공을 위해 해당 국가나 지역에서 사업을 영위했거나 프로젝트를 수행한 인력으로 구성된 전문가 확보가 필수다. 해당 국가나 지역의 비즈니스 에티켓 및 종교·역사·문화 등에 대한 기본 학습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성, 제공해야 한다.

스타트업들이 이러한 당연한 것들을 놓치고 있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다소 늦었는지도 모르는 글로벌 진출에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추진 방식과 프로그램 재검토가 필요하다.

박성혁 컴퍼니디 대표 sh.park@companyd.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