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폭 축소는 한계… “반도체 생산성 높이는 `공정진단` 기술 확보 시급”

[전자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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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로 선폭 축소로 대표되는 반도체 공정 미세화 속도가 더뎌지면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공정진단` 기술 분야에 업계와 학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공정진단이란 다양한 외부 센서나 계측장치로 생산장비의 갑작스런 결함을 발견(Fault Detection)해 생산 신뢰성을 끌어올리는 일련의 기술 혹은 과정을 의미한다. 예컨대 챔버(웨이퍼가 가공되는 공간) 내 부산물 누적 등으로 인한 불량 발생 여부를 실시간으로 알아내고 이를 바로 잡으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공정진단의 일반적 흐름은 이렇다.

챔버(Chamber)에 부착된 센서가 이상 여부를 진단(FDC:Fault Detection and Classification)하면 공정 프로세스(AEC:Advance Process Control)나 장비(APC:Advance Equipment Control) 설정을 조절하는 시스템이 이에 대응한다. 하나의 챔버에 이상이 발생하면, 다른 챔버에도 문제 발생 소지가 있다고 판단, 자동으로 설정을 맞춰주는 C2C매칭(Chamber to Chamber Matching) 기술도 있다. FDC, AEC, APC, C2C매칭을 모두 연계한 것을 가상계측(VM:Virtual Metrology) 시스템이라고 업계에선 부른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현재 메탈 증착 공정에 OES(Optical Emission Spectroscopy) 센서를 장착, 실시간으로 가스 흐름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OES는 플라즈마의 빛 정도를 재는 센서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역시 일부 증착 공정에서 OES를 진단 센서로 활용한다. 다만 아직은 진단 수준에 그칠 뿐이어서 생산성 향상 기여율을 크지 않다.

최근에는 주요 장비 업체가 장비 내 계측장치를 적용하는 IM(Integrated Metrology) 전략으로 공정진단 분야 대응력을 높이고 있다. 램리서치가 계측, 검사 전문업체 KLA-텐코를 인수한 이유도 이 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램리서치는 KLA-텐코 외에도 영국 메트릭스(Metryx), 아일랜드 스트라툼(Straatum) 등 계측기술 업체를 계속 사들이고 있다.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역시 램리서치와 마찬가지로 계측 장비를 보유하고 있으므로 IM 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업계에선 관측한다.

글로벌 장비 업계가 공정진단 기술을 내재화한 장비를 전략적으로 공급할 경우 후발 업체와 격차는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범용 프로세스보단 `맞춤형`을 선호하는 소자 업체도 이 경우 운신의 폭이 좁아질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글로벌 장비 업체가 IM 전략을 추진할 경우 장비 가격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도 대항마를 키워야 장비 가격 상승을 억제할 수 있다.

국내 장비 업체 중에서는 원익IPS가 공정진단팀을 수 년째 운용하며 기술을 개발 중이다. 피에스케이도 애셔 장비의 진공 챔버 내 대기 수준을 측정하는 기술을 적용해 고객사에 공급한 사례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장비 업체가 공정진단에 관한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곤호 서울대 공과대학 교수는 “연구소와 학교가 중심이 돼 차세대 공정진단 기술 기반을 확보하고 관련 인력도 양성해야 한다”며 “이 기술은 중국 등 후발국가와 기술격차를 벌릴 수 있는 최후의 보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상진 명지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공정진단 기술을 확보하려면 공정, 설비, 소프트웨어, 알고리듬, 자동화 등 다양한 기술의 폭넓은 이해가 필요하다”며 “현재 국내에는 공정 진단을 위한 소수의 센서 업체가 존재하고 있으나 규모가 작고 기술적으로 해외 업체 대비 뒤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설비나 센서 업체의 공정진단 솔루션을 평가하기 위한 `공동 평가팹`을 구축해준다면 국내 공정진단 분야 기술력이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