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4주년 특집1-新](13) 초미세반도체, 4차산업의 `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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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 시대에도 반도체는 모든 산업의 `쌀`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산업 그 자체만 놓고 본다면 2020년 이후 어떤 방식으로 발전할 것인가를 놓고 산업계와 학계에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회로 선폭 미세화가 조만간 한계에 부닥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간 반도체 업계는 회로 선폭 미세화로 저전력, 고성능, 저비용이라는 세 가지 발전을 동시에 이뤄왔다.

선폭이 줄어들면 칩 하나에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집적할 수 있다. 칩 면적이 좁아지기에 전력 소모량 역시 적어진다. 가장 큰 요소는 생산비용 절감이었다. 학계와 산업계는 최근에는 물리적으로 선폭을 축소하는 것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고 분석한다. 해야겠다면 어떻게든 선폭을 축소할 수 있겠으나 공정비용 상승으로 `경제성`이 떨어지면 선폭을 줄여야 할 가장 큰 이유가 사라지게 된다. 50년 넘게 전자산업을 발전시켜왔던 반도체 진화가 멈추면 4차산업 성장동력도 사라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무어의 법칙은 이미 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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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마다 반도체 트랜지스터 집적도가 두 배 증가한다는 인텔 창업자 고든 무어의 이론은 이미 폐기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인텔마저도 최근 프로세서 미세화 주기를 2년에서 3년으로 바꿨다. 앞으로는 이 주기가 4년, 5년으로 길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세계 각국 산학연이 모여 만들어오던 국제반도체기술로드맵(ITRS:International Technology Roadmap for Semiconductors)은 올 상반기 `ITRS 2.0` 로드맵 발표를 마지막으로 활동을 끝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이면 현재 반도체 제조공정 `표준`으로 쓰이는 CMOS(Complementary Metal-Oxide Semiconductor) 방식의 회로 선폭 축소 움직임은 한계를 맞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있다. 말하자면 2021년 이후에는 어떤 방식으로 반도체 발전이 계속될지 모른다는 의미다.

분명한 것은 반도체 소자, 장비, 재료 등 관련된 모든 업계가 저전력, 고성능, 저비용이라는 세 가지 발전 방향을 향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 생산 설계 기술은 일대 혁신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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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업계에선 몇년 전부터 `모어 댄 무어(More than Moore)`가 주요 키워드로 떠올랐다. 모어 댄 무어는 무어의 이론을 지속시키기 위한 방법론을 의미한다. 핵심은 더 높은 성능, 더 저렴한 원가를 달성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실리콘 칩을 패키징하고 테스트하는 후공정 중요도가 높아졌다.

실리콘 외 새로운 재료를 활용하고자 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실리콘은 4족 원소지만 3족과 5족 원소를 결합한 차세대화합물 재료를 사용해 반도체를 생산하게 되면 보다 저전력, 고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 제조원가를 낮추는 것이 과제다.

설계 분야에선 인공지능(AI)에 맞는 뉴로모픽(Neuromorphic) 아키텍처에 개발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뉴로모픽 칩은 순차적 처리방식의 중앙처리장치(CPU)와 달리 수많은 신호 스위칭 체계를 마치 사람의 뇌 세포처럼 구성, 확장성을 높이고 초저전력과 고성능을 구현한다.

아주 장기적으로는 0과 1에 기초한 CMOS에서 벗어나 양자컴퓨팅 기술을 활용해 컴퓨팅 파워를 높이자는 목소리가 높다. 양자컴퓨팅 기술은 0과 1 사이 무수히 많은 값을 연산에 이용한다. 근본적 작동원리가 다른 만큼 설계와 생산 기술에 관한 새로운 혁신이 필요하다.

최리노 인하대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무어의 법칙이 폐기됐다는 것은 반도체의 발전, 다른 말로 컴퓨팅 파워를 높이는 방법론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0과 1에서 벗어난 양자 컴퓨팅 기술, 새로운 물질, 새로운 로직 아키텍처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혁재 서울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설계 관점에선 인공지능(AI)에 맞는 뉴로모픽 아키텍처 개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은 “반도체 기술 진화 한계는 없다”며 “단지 우리가 해결책을 찾지 못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