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A 칼럼] 책방 주인이 된 “더 퍼스트 크리에이터”

[SBA 칼럼] 책방 주인이 된 “더 퍼스트 크리에이터”

박정래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강의교수

지난 8월 내내 폭염경보와 폭염주의보가 김정은의 미사일보다 무섭게 번갈아가며 하늘에서 한반도를 공격하였고, 모든 일정이 까맣게 타버리듯 엉겨 엉망진창이 된 주중 어느 날이었다. 메신저로 아주 예쁘고 심플한 초청장이 하나 삐리릭 날아들었다.

‘오픈합니다. 최인아 책방’

최인아 전 제일기획 부사장, 최프로(광고회사 제일기획에서는 모든 직급, 직책을 떼고 이름 뒤에 OO프로라고 호칭을 불렀다.)는 제일기획의 성공(유행) 광고제조기라고 불리 울만큼 뛰어난 카피라이터였고, 최초의 여성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전문가트랙 상무, 전무를 거쳐, 삼성 계열사에서 최초의 여성 부사장이 되었던 입지전적인 크리에이터였다. 회사를 퇴사한 후에는 역사를 공부하러 다시 대학원에 진학했다는 소문만 어렴풋이 들었던 터였다.

책방?
에이, 뭔가 잘못된 거겠지. IT 선진국 대한민국, 심지어는 IoT, 인공지능, 초연결 네트워크 등 제4의 산업혁명에서 신산업 성장동력을 찾겠다고 국가정책과 기업의 모두 역량이 모아지고 있는 이 때가 아니던가. 시각을 좁혀서 서점시장만 본다고 하여도, 대형서점은 성장이 멈추었고, 중소 서점들도 줄줄이 폐업하고 커피숍으로 바뀌며, 오프라인 출판사나 저술가들은 눈에 띄게 감소하는 독서인구로 인해 발만 동동 구르는 그런 시절 아닌가? 서점도 아니고 책방을 열겠다고?

나의 어리석은 좁은 식견은 그 책방을 방문하고 나서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책방은 책방이었다. 그러나 그 책방에는 그 누구도 아닌 광고계의 퍼스트 크리에이터 최인아 프로가 방장으로 있었고, 최인아 프로와 선배 광고인들이 정선한 ‘생각’을 도와줄 수 있는 5천여 권의 책들이 있었고, 그랜드 피아노와 원두커피, 편안한 의자, 토론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소규모 공간들, 하늘로 열린 옥상정원이 있었다. 말하자면 생각을 도와주는 책과 그 책을 매개로 누구나가 함께 편하게 만나고, 토론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멋진 공간이 있었다. 아마도 다양한 생각의 커뮤니티 탄생을 기대하는 창의의 요람이 아닐까 느껴졌다. 그래서 최프로가 내건 최인아 책방의 슬로건도 ‘생각의 숲’이었다.

필자는 지난 25년을 광고전문가로 활동했고, 최근 7년 동안 컨설턴트로서 다양한 기업사례를 만났으며, 후학을 양성하는 대학교수로 강단에 섰지만, 현장에서 가장 절실하게 느끼는 고민은 다양한 ‘생각의 스펙트럼’ 부족과 합의를 도출하는 토론문화의 부재라는 것이었다. 이 두 가지 사안은 아마도 국가와 기업이 늘 추창하는 ‘패스트 무버(The Fast Mover)’에서 ‘퍼스트 무버(The First Mover)’로 도약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특성이 아닐까. ‘퍼스트 무버’가 될 창의적인 생각과 사람을 키우기 위해서 결국은 ‘독서’와 제대로 된 ‘토론’, 새로운 담론들의 빠른 공유와 지속적인 진화, 발전에 있지 않겠는가.

8월, 그 무더위에 최인아 책방 주인인 최인아 퍼스트 크리에이터는 실험적인 생각과 크리에이티브를 위한 새로운 오프라인 ‘광장’을 만들었다. 디지털화에서 나타나는 경박단소적인 비트문화를 넘어 변하지 않는 창의적인 본질을 찾고, 그 본질로 어떤 변화도 수용할 수 있는 퍼스트 무버가 탄생할 수 있도록 하는 작은 몸부림을 시작했다. 이제 우리도 프랑스 알랭드보통의 ‘인생학교’나 일본 마쓰시다 고노스케의 ‘정경숙’같은 세상을 돕고 이끄는 커뮤니티 시대를 열어야 할 때 아니겠는가. 더 나아가 로마클럽이나 다보스포럼 보고서 같은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예측하고, 만들어 나가는 세상의 중심으로 나설 때가 되지 않았는가.

9월, 최인아 책방에서는 최인아 프로를 포함한 6명의 광고마케팅 크리에이터들이 여는 ‘새로운 아이디어, 쟁이의 생각법’이란 담론이 시작되었다. 진정 서로 만나, 생각하고, 부딪치고, 나누고, 보태고, 발전하고, 진화하다 보면, 어디선가 ‘퍼스트 무버’적인 아이디어가 탄생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