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식 삼성 혁신시작됐다

등기이사 맡아 경영 전면…내달 주총서 선임

이재용식 삼성 혁신시작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등기이사로 올라서며 경영전면에 나선다. 최근 일어난 갤럭시노트7 리콜 사태를 딛고, 더 강도 높은 사업구조 재편을 통해 사실상 차기 경영체제 확립을 위한 선택이다.

삼성전자는 12일 이사회를 열고 이재용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을 위한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결의했다.

이사회는 “변화무쌍한 IT 사업환경 아래 미래 성장을 위한 과감하고 신속한 투자, 핵심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업재편, 기업문화 혁신 등이 지속 추진돼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 부회장의 이사 선임과 공식적인 경영 참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 부회장이 최고운영책임자(COO)로서 수년간 경영전반에 대한 폭넓은 경험을 쌓았으며 이건희 회장 와병 2년 동안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실적반등, 사업재편 등을 원만히 이끌며 경영자로서 역량과 자질을 충분히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 부회장은 10월 27일로 예정된 임시주총에서 이사로 선임되면 그날부터 등기이사 직무를 수행하게 된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이사회 구성원으로 이사회에 참석해 삼성전자 경영과 관련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고 법적인 책임도 진다.

이 부회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되면 현재 4명의 사내이사(권오현, 윤부근, 신종균, 이상훈) 중 경영지원 업무를 총괄하는 이상훈 사장(CFO)이 이사직을 사임할 예정이다. 전체 이사회 멤버는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5명의 현 체제를 유지한다.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로 전격 나서는 것은 갤럭시노트7 리콜사태가 영향을 미쳤고 글로벌 사업환경이 급변하는 것도 이유로 꼽힌다. 세계 10개국에서 갤럭시노트7 사용중지를 권고하는 등 확산되는 사태 수습을 이 부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함으로써 대내외에 신뢰와 함께 책임지고 마무리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 사업구조 재편도 한층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지주사 출범 등 그룹차원 변화는 물론이고, 지분조정과 승계 등 작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삼성전자 이사회는 프린팅솔루션 사업부를 물적분할하고, 휴렛패커드(HP)에 1조1500억원에 매각하는 것도 의결했다. 또 삼성디스플레이는 중국 TCL그룹 계열사 차이나스타(CSOT)가 추진하는 11세대 LCD 생산 법인에 지분 9.8%를 투자하고 이곳에서 생산되는 LCD를 공급받기로 했다.

비주력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주력사업에 집중한다는 이 부회장식 실용주의 경영이다. 향후 이 같은 실용적인 경영판단이 더욱 속도를 내며 삼성의 사업 재편작업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