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디스플레이 산업 주도권을 지키는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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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희 서울대 교수
<이창희 서울대 교수>

최근 디스플레이 산업은 중국의 무서운 추격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중국 정부는 `제12차 5개년 경제계획(2011~2015)`에서 액정표시장치(LCD) 디스플레이 패널을 국산화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하고 중국 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왔다. 그 결과 BOE, TCL 등 중국 기업은 공격적으로 LCD 라인을 증설해서 공급과잉으로 채산성이 급속히 악화됐다.

대형 LCD도 2~3년 후에는 중국으로 주도권이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BOE의 10.5세대 LCD 공장은 2018년 생산을 시작하고 차이나스타(CSOT) 11세대 LCD 공장은 2019년부터 가동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은 OLED 디스플레이 투자를 확대하면서 스마트폰과 프리미엄 TV 시장을 중심으로 디스플레이 산업 주도권을 유지하려고 한다. 그런데 중국 정부는 올해부터 시작한 `제13차 5개년 계획(2016~2020)`에서 OLED로 투자 방향을 전환해 중국 기업의 OLED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중국 기업은 적극적으로 OLED 투자에 나섰다. 특히 기술 난도가 높은 플라스틱 기판을 사용하는 플렉시블 OLED에 대한 투자까지 시작해 우리 기업을 추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직 우리 기업도 양산에 성공하지 못한 잉크젯 프린팅을 이용한 OLED 공정기술 연구에도 힘쓰고 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로 부상하고 있는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 디스플레이 연구도 활발하다.

LCD뿐만 아니라 OLED, Q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우리를 크게 위협하는 중국에 대응해 한국이 디스플레이 산업 주도권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첫째, 우리가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한 OLED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혁신적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현재 OLED 디스플레이는 진공 증착 방법으로 화소를 형성하므로 재료 손실이 많고 LCD 대비 제조가격이 높다. 따라서 적·녹·청색 화소를 직접 형성할 수 있으면서도 제조가격을 크게 낮출 수 있는 혁신 공정기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가장 유망한 기술은 잉크젯 프린팅 기술이다. 유기발광재료나 양자점을 잉크로 만들어서 잉크젯 프린팅 방식으로 제조하는 경우 진공증착 방식보다 발광효율과 수명이 낮은 문제점이 있다. 중국에서 10.5~11세대 LCD가 쏟아지기 전까지 2~3년 기간 동안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잉크젯 프린팅을 이용한 디스플레이 양산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그동안 디스플레이 산업 성장을 이끌어온 TV와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이 줄고 수익성도 떨어지고 있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최근 빠르게 성장하는 자동차용 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사물인터넷(IoT), 스마트홈 등은 큰 확장 가능성이 있다.

이 분야는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맞춤형 디스플레이가 필요하다. 다품종 소량 생산이 특징이므로 벤처 또는 중소·중견기업에도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셋째, 이러한 혁신 기술과 새로운 응용 제품 개발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종합팹`이 필요하다. 기판 투입부터 TFT, 화소형성, 봉지, 모듈 공정 등을 종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곳이 국내에는 대기업을 제외하고 없는 실정이다. 일부 연구소와 대학 등에 분산된 소규모 공동연구시설은 부분 공정만 수행할 수 있어서 효율적인 연구가 어렵고 새로운 용도에 맞는 시제품 개발이 어렵다. 디스플레이 종합팹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결론적으로 현재 디스플레이 산업은 위기이지만 크게 도약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이기도 하다. 이 기회를 살리기 위해서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종합팹을 설립해 디스플레이 혁신 기술과 신제품 개발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팹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설립 비용과 운영비가 많이 들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큰 기판을 사용하는 `메가 팹(mega fab)`과 달리 연구와 시제품 개발에 최적화된 작은 기판을 사용하는 `미니멀 팹(minimal fab)`은 훨씬 적은 비용으로 구축할 수 있다.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진 벤처들이 이 팹을 이용하면 적은 비용으로 시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정부와 산업체의 적극적인 관심을 기대한다.

이창희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chlee7@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