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웅 서플러스글로벌 대표 “반도체 산업에 국가적 관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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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웅 서플러스글로벌 대표 “반도체 산업에 국가적 관심을”

김정웅 서플러스글로벌 대표는 19일 “대만이 반도체 강국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관련 산업에 국가적 관심이 높은데다 고객사 중심 서비스 마인드가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대만 타이베이에서 개최된 `세미콘타이완` 전시회 참석 직후 기자와 만나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서플러스글로벌은 세계 1위 반도체 중고장비 전문 유통업체다. 매년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대만, 유럽에서 각각 개최되는 반도체 장비 소재 전문 전시회 세미콘에 전시 부스를 차린다. 서플러스글로벌은 국내 기업은 물론 마이크론, 글로벌파운드리, TSMC, UMC 등 글로벌 톱 반도체 기업으로부터 중고 장비를 구매하고 판매한다. 그만큼 관련 업계 사정에 밝다. 김 대표에게 세미콘타이완의 전시 동향과 대만 반도체 산업 현주소를 들었다.

-대만이 세계 반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대만의 세계 반도체 소비량은 단지 1%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매출액 기준 시장점유율은 20%를 웃도는 반도체 강국이다. TSMC, UMC 등이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의 75%를 차지하고 있고, 팹리스는 미디어텍 등의 활약으로 미국에 이은 세계 2위다. 후공정 패키징 분야에서도 ASE, SPIL 등 세계적 기업이 있다. 우리는 스스로 반도체 강국이라고 말하며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걱정한다. 대만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메모리 반도체는 한국이 지배하고 있지만 파운드리나 팹리스, 패키징 시장을 종합하면 대만보다 강하다고 얘기하기란 힘들 것 같다.

-대만은 어떻게 성장했나.

▲대만 인구는 2300만명으로 한국의 절반 수준이다. 작은 섬나라다. 지진도 많이 난다. 반도체 생산에 그리 좋은 환경이 아니다. 그러나 국가적 관심사는 대단하다. 지난 8일 세미콘타이완 첫날 만찬에는 대만 총통 차이잉원이 유창한 영어로 대만 반도체 산업 비전을 발표했다. 대만은 국가적 차원에서 본인이 잘할 수 있는 파운드리와 후공정 패키징 분야에 집중 투자해 왔다. 대만 사람들의 고객 지향적 서비스 마인드가 지금의 TSMC와 ASE를 키운 토양으로 보인다. 팹리스 역시 마찬가지 아니겠나. 반면에 한국은 반도체 관련 예산을 계속 줄이고 있다. 한국은 메모리만 1등이지, 다른 분야에서는 경쟁력이 취약하다. 이 산업을 계속 키우려면 국가적 관심이 필요하다.

-국내 장비, 재료 업체의 대만 진출 성과는.

▲한국 반도체 장비, 재료 기업 가운데 TSMC나 UMC에 납품 실적을 가진 곳은 많지 않다. 대만의 반 한국 정서가 큰 장벽이다. TSMC는 삼성전자와 파운드리 경쟁이 격화되면서 한국 엔지니어의 자사 공장 출입을 금지시키고 있다. 공공연하게 한국 장비를 구매하지 않겠다고 한다. 그럼에도 핵심 기술 경쟁력을 가진 이오테크닉스, 한미반도체, 피에스케이, 유니테스트, 테크윙, 리노, 아이에스씨 등 한국 기업은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납품 실적이 꽤 되는 것으로 안다. 한국 반도체 장비, 소재 기업에 대만 진출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포기해서는 안 되는 큰 시장이다. 올해 세미콘타이완에는 중국 장비, 소재 기업 전시 참가가 크게 늘었다. 아직 성과는 미미하다. 그러나 이들 역시 국가적 지원을 받고 있어 앞으로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대만이 중국 반도체 굴기를 바라보는 시각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위기감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파운드리 분야에서 정부 지원을 받는 중국 SMIC, 화홍그레이스 같은 업체가 공격적인 증설, 고객사 영업으로 대만 업체가 적지 않은 타격을 받고 있다. UMC나 뱅가드 같은 대만 파운드리 업체는 5년 후 중국 기업에 따라잡힐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다. 미세공정 경쟁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기에 TSMC 미래도 보장할 수 없다는 말도 나온다. 대만의 시설투자는 TSMC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후발주자 투자는 크게 위축된 상태다. 이들은 중국 성장에 위협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기회를 찾으려 한다. 최근 정치적 갈등으로 대만 기업의 중국 진출이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기회를 잡기 위해 중국 진출은 꾸준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