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 제대로 보자]〈2〉 떼돈버는 통신사? ···현실은 농림어업과 수익률 `꼴찌` 다툼

[통신비, 제대로 보자]〈2〉 떼돈버는 통신사? ···현실은 농림어업과 수익률 `꼴찌` 다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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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는 떼돈을 버는 것처럼 알려져 있다. 하지만 통신사는 수익률 하락에 신음하고 있다.

행정자치부 물가정보(서울시 4월 기준)를 비교해보면 통신요금이 얼마나 저렴한지 알 수 있다. 1인당 일평균 통신요금은 2196원으로, 스타벅스 아메리카노(4100원) 절반 수준에 그친다.

시내버스 왕복요금(2600원)보다 저렴하다. 전 국민이 웬만한 커피 한 잔 값보다 적은 돈으로 편리한 통신생활을 누리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돈을 잘 버는 통신사는 SK텔레콤이다. 이 회사는 10년 전인 2006년 영업이익률이 24.3%에 달했다. 잘 나가는 소프트웨어나 게임 회사가 아니고는 넘보기 힘든 수익률이다. 하지만 그때가 정점이었다. 줄곧 하락세를 면치 못하며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10%에 그쳤다. 이 회사는 지난 2분기까지 7분기 연속 전년동기대비 매출이 감소했다.

메릴린치가 지난해 3분기 세계 25개국 1위 통신사 `세전·이자지급전이익(EBITDA)` 마진율을 비교한 결과 SK텔레콤은 30.3%로 꼴찌를 면치 못했다. 다수 국가가 40~50%를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 그나마 1분기 23위에서 두 계단 하락했다. 이동통신 매출에서 설비투자(CAPEX)가 차지한 비중은 16.5%로 12위였다. 그만큼 마진은 박하고 투자부담이 크다는 의미다.

다른 통신사 사정은 더 심하다. KT는 적자를 면한 해에도 영업이익률이 3~5%대다. LG유플러스 역시 최근 3년 평균 영업이익률이 5.3%다.

사업이 어려워 매각을 추진했던 CJ헬로비전 3년 평균 영업이익률이 8.9%다. 같은 기간 네이버는 평균 24.6%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산업간 비교에서도 통신사 수익률 하락은 여실히 드러난다. 통계청 경제총조사(2011년 기준)에서 공공부문을 제외하고 영업이익률이 5%에 미치지 못한 산업은 농림어업(3.6%)과 건설업(4.3%), 사업지원서비스업(4.7%)밖에 없었다. 자칫 통신산업이 농림어업과 수익률을 다투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우울한 통신산업...통신시장 포화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가운데 통신비 인하 압박을 받는 통신업계가 우울한 한 해를 보내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우울한 통신산업...통신시장 포화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가운데 통신비 인하 압박을 받는 통신업계가 우울한 한 해를 보내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통신사 수익률에 비상등이 켜진 이유는 통신시장 성장세가 둔화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스마트폰 가입자는 4366만명으로, 전체 이동통신 시장 81.4%를 차지했다. 롱텀에벌루션(LTE) 가입자도 70~80%를 넘나든다. 이달 초 1000만 가입자를 돌파한 선택약정(20% 요금할인)도 부담이다. 알뜰폰까지 치고 들어온다. 데이터 사용량 확대와 사물인터넷 등 신사업을 시도하지만 전세를 뒤집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통신시장 포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는 세계적 현상이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가 펴낸 `모바일 이코노미 유럽 2013`에 따르면 2012년 유럽 주요국 이동통신 사업자 매출은 2008년 대비 12% 감소했다. 스페인(-25.3%), 이탈리아(-17.9%), 프랑스(-8.7%), 영국(-7.1%) 등 주요국에서 매출 자체가 줄었다.

GSMA는 매출이 감소한 주요 원인으로 경쟁 확대로 인한 가격인하, EU 통신시장 규제 강화, 경제 악화 등을 꼽았다.

미국 통신사는 T모바일을 제외하고 버라이즌과 AT&T, 스프린트 모두 2014년 3분기를 정점으로 무선서비스 매출이 지속 하락하고 있다. 버라이즌이 2014년 3분기 183억달러에서 지난해 4분기 171억달러로 줄었고, AT&T도 같은 기간 154억달러에서 148억달러로 감소했다. 스프린트 역시 69억달러에서 62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요금을 올렸다. T모바일과 스프린트는 데이터무제한 요금을 각각 15달러, 10달러씩 인상했다. 심지어 버라이즌은 지난해 11월 가입비 20달러를 부활시키기도 했다. 국내에선 감히 꿈꾸기 어려운 일이다.

통신업계는 `통신사가 떼돈을 번다`는 인식 아래 무조건 요금을 대폭 인하하라고 하는 것은 이 같은 국내외 통신산업 현황을 포괄적으로 이해하지 못한 포퓰리즘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산업별 영업이익률 현황(자료:통계청 경제총조사·통신3사 IR자료)>


산업별 영업이익률 현황(자료:통계청 경제총조사·통신3사 IR자료)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