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스타트업에 도전하기 전, 이것만은 알고 가자

최병희 K-ICT창업멘토링센터 센터장
최병희 K-ICT창업멘토링센터 센터장

K-ICT창업멘토링센터 센터장으로서 아이템이 다양한 500여 스타트업을 만나 그들의 창업 성공을 돕고 있다. 기술 기반 창업에 직접 도전한 벤처 1세대 최고경영자(CEO) 출신 멘토 37명도 함께하고 있다. 센터를 운영하는 동안 수많은 창업가를 만나면서 평소 느낀 아쉬운 점을 몇 가지 적어 본다.

첫째 아이템이 비슷한 스타트업이 너무 많다. 이미 시장에 똑같은 업종이 있는 상황에서 해당 업종 창업은 성공 확률을 떨어뜨린다. 창업에서 벤치마킹이란 카피캣(모방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에 불과하다.

눈에 띌 정도로 비슷한 창업이 많은 분야는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스마트 헬스케어다. 웨어러블 스마트 디바이스를 토대로 사용자의 신체 정보를 수집, 이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콘셉트다. 그런데 그러한 기기들이 몇 가지 정보 수집에 그치고 있다. 디바이스라는 하드웨어(HW)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데이터 확장성이다. 데이터를 담을 콘텐츠가 없다면 사업 지속성은 사라진다. 스타트업 입장에서 데이터를 활용, 다양한 콘텐츠 사업을 펼칠 역량을 갖추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또 자주 보이는 사업 아이템으로는 젊은이에게 패션을 추천하는 큐레이션 서비스다. 헬스클럽을 묶어서 이용권을 공유하고 트레이너가 훈련을 제공하는 헬스장 이용 공유 서비스도 비슷한 창업이 많은 사업 분야다.

둘째 정부 자금 지원 의존도가 너무 높다. 대학생 예비 창업가는 물론 일반 스타트업 대부분이 정부 정책 자금에 의존하다 보니 창업경진대회 상금과 연구개발(R&D)비 등 정부 과제 확보를 위한 제안서 작성에 몰입한다.

대학생 창업가 사업비 조달에서 정부지원금이 84%를 차지한다는 조사가 있다. 여러 대회에서 상 및 상금을 탄 경력과 정부과제 수주 실적이 곧바로 사업 성공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 평가와 실구매자인 소비자의 관심은 많이 다르다. 한 창업 3년차 스타트업의 경우 상품 매출은 뒤로한 채 정부 과제 확보를 위한 제안서만 80개가 넘고, 현재 3~4개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고 한다. 고객과 부딪치면서 현장에서 얻은 경험만이 지속 가능한 창업을 보장할 수 있다.

셋째 손쉬운 서비스 창업에 몰린다. 언제부터인가 카페가 젊은이들의 창업 장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인터넷만 연결되면 컴퓨터를 통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등은 손쉽게 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쉬운 창업은 경쟁도 치열하다. 기술 기반 창의융합제품을 개발하는 메이커 제조 창업이 더욱 진작돼야 한다. 최근 정부가 2018년까지 100만 메이커 배출을 위한 정책 발표는 잘한 일이다. 특히 대학과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성과물을 활용한 메이커 창업이 활성화돼야 한다.

유명 만화가 이현세씨는 창업가들에게 최근 뜨겁게 뜨고 있는 `웹툰` 시장에 뛰어드는 것을 삼가라고 충고했다. 남이 가지 않는 길을 힘들지만 꿋꿋이 가다 보면 분명 성공의 길이 열리게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한 해 대학 졸업자 13만명이 취업을 못하고 청년실업률이 10%를 넘는 고용 없는 저성장 시대에 허덕이는 것이 대한민국의 오늘이다. 멘토링센터 멘토들은 젊은이들에게 창업을 너무 어렵게만 생각하지 말고 누구나 맘만 먹으면 도전할 수 있는 하나의 길이라는 점을 강조하곤 한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창업가의 발굴·육성을 위해 멘토링센터가 출범한지 올 9월로 3년째가 된다. 멘토링센터는 지난 3년 동안 총 493명의 창업가를 배출했다. 이 과정에서 법인 설립 233건, 고용 창출 289명, 특허 출원·등록 354건, 투자 유치 462억원 등 상당한 성과도 일궈 냈다. 멘토링센터는 앞으로도 대한민국이 창업 모범 국가로서 글로벌 시장을 견인하는데 앞장서 나갈 것이다.

최병희 K-ICT창업멘토링센터 센터장phchoi@koef.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