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처 홈페이지, 日 기상청보다 70배 무거워…"설계부터 잘 못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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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필요한 이미지 수두룩…접속시간도 10배 더 걸려

국민안전처 홈페이지가 일본 기상청보다 70배 이상 무겁게 설계된 것으로 나타났다. 접속시간도 10배 이상 더 걸린다. 재난 정보가 아닌 부처 홍보 창구로 전락한 탓이다.

안전처 홈페이지는 12일 첫 지진으로 장애를 겪은 후 처리 용량을 최대 80배까지 높였지만 19일 여진에서 또다시 다운됐다.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웹 개발 전문가들은 안전처 홈페이지에 들어간 무거운 이미지와 동영상 콘텐츠를 지목한다. 홈페이지가 긴급 상황에 많은 사람이 접속했을 때 정보 전달에 적합하지 않게 설계됐다는 지적이다.

안전처를 비롯해 대국민 홈페이지는 분산 처리로 부하량을 줄여 다운되지 않고 정상 서비스가 되는 게 핵심이다.

재난시 정보를 전달한 국민안전처 등 국내 공공기관 홈페이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재난시 정보를 전달한 국민안전처 등 국내 공공기관 홈페이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안전처 홈페이지 성능을 알아보기 위해 글로벌 서비스 `웹페이지 테스트(webpagetest.org)를 시행했다.

이 결과 안전처 첫 홈페이지 화면을 보려면 1만4357kB(14MB)에 이르는 콘텐츠를 내려 받아야 한다. 일본 기상청 첫 페이지 용량은 187kB다. 안전처보다 76분의 1 수준으로 가벼워 정보를 빠르게 전달한다. 미국 연방재난관리청은 350kB 수준이다.

이 때문에 첫 페이지를 보는데 걸리는 시간도 큰 차이를 보인다. 안전처는 27초, 일본 기상청은 2.4초다.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한국 기상청 홈페이지 첫 화면을 보는데 걸리는 시간은 19.9초에 달했다. 내려 받아야 하는 콘텐츠는 안전처보다 작았지만 1069kB였다. 일본 기상청보다 5.7배 많다.

국민안전처 VS 일본기상청 VS 한국기상청 VS 미국 재난관리청 홈페이지 성능 비교
국민안전처 VS 일본기상청 VS 한국기상청 VS 미국 재난관리청 홈페이지 성능 비교

19일 지진 발생 직후 안전처 홈페이지는 5만1800명이 동시 접속, 먹통이 됐다. 12일 조치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안전처 홈페이지 자체에 재난 정보 외에 불필요한 이미지가 많아 이를 처리하다 병목현상이 발생했다.

한 개발자는 “안전처 홈페이지에서 첫 화면을 보는데 데이터를 14MB 이상 받아야 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면서 “웹 페이지를 위한 서버만 늘리면 또다시 다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웹 페이지 자체를 가볍게 정리하지 않고 서버 성능을 100배 이상 늘린다 해도 무용지물”이라면서 “오히려 다수의 저사양 웹 서버와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고 분산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21일 긴급 소집된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서도 안전처의 무거운 홈페이지가 도마에 올랐다.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안전처 홈페이지가 영상, 사진, 홍보 위주인 반면에 일본은 텍스트 위주”라고 지적했다.

안전처와 행정자치부 정부통합전산센터는 장애 후 이틀이 지났지만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다.

홍윤식 행자부 장관은 “하드웨어(HW) 또는 프로그램 문제인지 정밀 진단을 시작했다”면서 “(가능한) 이번 주에 원인 분석을 끝내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홍 장관은 해결 방안으로 “통합전산센터 내에 독립된 안전처 전용 서버를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안전처와 통합전산센터는 단기 대책으로 재난 발생 시 홈페이지를 필수 정보 제공에 초점을 맞춰 가벼운 형태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김인순 보안 전문기자 insoon@etnews.com, 이호준 SW/콘텐츠 전문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