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P2P 금융산업을 이루는 세 개의 다리

김성준 렌딧 대표
김성준 렌딧 대표

`개인간전자상거래(P2P) 금융 산업은 세 개의 다리가 모두 균형을 이뤄야 하는 의자와 같다.`

세계 P2P 금융 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프로스퍼의 론 수버 회장이 자주 사용하는 비유다. 프로스퍼는 2005년에 설립된 미국 최초의 P2P 금융기업이다. 수버 회장은 미국 내 여러 P2P 금융기업에 투자하고 있는 산업 리더다.

수버 회장에 따르면 P2P 금융이라는 의자를 구성하는 3개 다리는 대출 수요, 투자 수요, 기타 서비스와 규제다.

첫 번째 다리인 `대출 수요`는 대상에 따라 개인대출, 소상공인을 포함한 법인대출, 부동산대출로 나뉜다. 이때 대출 대상의 특징이 모두 상이하기 때문에 서로 다른 심사 평가 모델과 리스크 관리 기법이 요구된다.

금융 산업을 분석할 때 늘 이 세 가지 대출 대상이 기준이 되는 이유다. 개인신용대출만 한정해서 보더라도 국내 중금리 대출 수요는 연간 약 100조원대에 이른다. 이에 따라서 대출 수요를 담당하는 첫 번째 다리가 지속해서 길어질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두 번째 다리인 `투자 수요`는 대출 채권에 투자하는 대상에 따라 개인 투자자와 기관 투자가로 나뉜다. 지구촌 전반으로도 P2P 금융기업이 집행하는 대출 채권에 투자하는 주요 투자자는 개인 투자자에서 기관 투자가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현재 세계 P2P 금융시장 투자의 70% 이상이 기관 투자자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산업 명칭 또한 P2P(Peer-to-Peer) 렌딩에서 I2P(Institution-to-Peer) 렌딩을 포함한 마켓플레이스 (Marketplace) 렌딩으로 변화해 가고 있다.

반면에 국내는 기관 투자가 비중이 3% 정도에 불과하다. 기관 투자가는 실적이 어느 정도 검증되기 전에는 투자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P2P 금융 산업이 본격 발전하기 시작한 시기는 지난해 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속 성장하기 시작해 올해 말까지 약 4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내에서도 기관 투자가의 진입이 곧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 수요를 담당하는 두 번째 다리가 길어질 가능성이 농후한 까닭이다.

세 번째 다리는 기타 서비스와 규제다. 기타 서비스란 P2P 금융 서비스가 대출과 투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기능하기 위해 개발해야 하는 대출자에 대한 심사 평가 모델, 대출자와 투자자를 위한 가상 계좌, 자동 이체, 전환율 측정 등 다양한 서비스를 말한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각각의 서비스에 특화된 서드파티 업체들이 등장, P2P 금융기업과 활발한 제휴를 맺는 등 거대한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세 번째 다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다른 하나는 P2P 금융 산업에 대한 규제다. 금융 산업에서 최우선 과제는 투자자 보호와 시장 안전성이다. 이에 따라서 다른 산업에 비해 금융 산업에 대한 규제의 강도가 강한 것은 비단 한국만의 상황은 아니다.

최근 금융위원회 주도로 P2P 금융 산업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TF)가 구성됐다. 가이드라인 발표를 위한 논의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10월 중에 초안을 마련하고 11월에는 가이드라인을 시행할 계획이다. 반가운 사실은 이 과정이 국내 P2P 금융 산업의 혁신성을 간과하지 않으면서 시장 안전성을 견고하게 다져 나가자는 틀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은 다소 짧은 세 번째 다리의 성장이 시작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이처럼 국내 P2P 금융 시장에서는 대출 수요가 가장 크게 존재, 투자 수요 측면에서 기관 투자가의 참여가 이뤄진다면 조만간 큰 발전이 예상된다. 기타 서비스와 규제가 구성하는 세 번째 다리의 성장은 이제 시작되고 있다.

P2P 금융 산업을 구성하는 세 가지 요소가 균형 있게 발전해 풍부한 생태계를 만들고 나아가 금융 산업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아 가길 기대해 본다.

김성준 렌딧 대표 sj@lendi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