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포폰과의 전쟁, 통신시장 정화 계기돼야

남의 명의를 도용한 대포폰의 피해는 잊을 만하면 터진다. 각종 사기 사건에 이용되거나 범죄에 악용된다. 사망자 이름을 사용하거나 노숙자 등 사회 약자의 명의를 이용, 이들을 곤경에 빠뜨린다. 신분 노출을 꺼리는 일반인까지 대포폰을 찾는다. 신종 수법도 등장했다. 외국 관광객의 여권을 훔쳐 대포폰을 개통하기도 한다. 명의 도용에 따른 연간 피해액만 수백억원에 이른다.

정부가 이 같은 폐해를 줄이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20만개에 이르는 대포폰 정리에 착수한 것이다. 대포폰에 대해 직권 해지라는 초강수는 처음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해 부정가입방지시스템을 구축, 대포폰 문제 해결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기존의 차명 가입자는 차단할 수 없었다. 요금폭탄을 맞은 피해자는 끊임없이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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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오는 11월 중순까지 계도 기간을 둔 후 대포폰을 직권으로 해지한다. 우선 대포폰 사용자에게 명의 변경을 유도한 후 불응자에 한해 직권 조치할 방침이다. 미래부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 및 알뜰폰 36개사와 공동으로 `대포폰`을 정리할 방침이다. 11월 15일 첫 직권 해지 폰이 나온다.

국내 대포폰 가입자는 20만명으로 추산된다. 불법체류 외국인뿐만 아니라 일부 불량 내국인들이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기통신사업법은 휴대폰 명의 도용자에게 3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 벌금 부과를 규정하고 있다.

대포폰과 전쟁을 선포한 정부 정책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선 후속 조치를 잘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만 보이스피싱과 대출 사기 등 범죄가 줄 수 있다. 개인정보와 사생활 보호를 강화하려는 정부 정책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정부 당국자의 의지도 중요하다. 차명계좌를 없애는 금융실명제처럼 통신 시장을 깨끗하게 정화시키려는 첫 출발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