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버스보다 못한 전기차?…남산 진입을 허(許)하라

`전기차이용자포럼&페스티벌(EVuff)@서울` 일환으로 열린 `전기차로 달리는 남산서울타워` 행사가 지난 23일 저녁 서울 남산에서 열렸다. 전기차 16대가 서울국립극장부터 남산서울타워까지 왕복 6㎞ 구간을 주행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전기차이용자포럼&페스티벌(EVuff)@서울` 일환으로 열린 `전기차로 달리는 남산서울타워` 행사가 지난 23일 저녁 서울 남산에서 열렸다. 전기차 16대가 서울국립극장부터 남산서울타워까지 왕복 6㎞ 구간을 주행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서울 남산이 디젤버스가 내뿜는 매연에 시름하고 있다. 서울시가 남산을 `친환경·대기청정` 랜드마크로 만들기 위해 디젤·휘발유 차량 출입을 통제하고 이동수단으로 전기버스를 배치했지만, 실상은 디젤버스가 가득했고 정작 전기차는 홀대받는 상황이다. 유럽이나 미국, 중국처럼 친환경 보호지역에 내연기관차를 통제하고 친환경차를 허용하는 `착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23일 `전기차이용자포럼&페스티벌(EVuff)@서울` 일환으로 열린 `전기차로 달리는 남산서울타워` 행사를 계기로 남산을 친환경 지대로 만들기 위해 전기차 주행을 허용해야 목소리가 커졌다.

2016 전기차 이용자 포럼·페스티벌이 지난 23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렸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2016 전기차 이용자 포럼·페스티벌이 지난 23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렸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이날 서울 전기차 시민연대 등의 요청으로 서울시와 중부공원녹지사업소가 한시적으로 서울국립극장부터 남산서울타워에 이르는 왕복 약 6㎞ 구간에 전기차 진입을 허용했다. 일반 시민들이 소유한 전기차 16대가 이 도로를 탄소 배출 없이 질주했다. 국내 일반차량 제한 도로에 전기차가 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시적이지만 남산 정상까지 친환경차가 주행하면서 서울 시민과 전국 지방자치단체, 관련 산업계 이목이 집중됐다.

하지만 서울시가 자랑하는 청정지역 남산의 실상은 전혀 달랐다. 관광객이 탄 디젤버스가 좁은 산길을 달리며 심한 매연을 뿜어 댔고, 그 옆으로 인상을 쓰며 남산 길을 오르는 시민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내연기관차량 진입이 통제된 서울 남산도로 위를 관광객을 실은 디젤버스가 달리고 있다.
내연기관차량 진입이 통제된 서울 남산도로 위를 관광객을 실은 디젤버스가 달리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2005년 남산을 대기청정지역으로 지정하고, 내연기관차 진입을 전면 통제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 등 관광객이 늘면서 16인승 이상 버스에 대해 남산 출입을 허용했다.

전기차 이용자 이원재 씨는 “매연을 마구 뿜어대는 디젤버스가 1분마다 한대씩 남산 도로를 오르며 내뿜는 매연을 고스란히 시민이 마시고 있다”며 “관광용이면 환경을 더럽혀도 되고, 매연을 전혀 배출하지 않는 전기차는 오히려 통제되는 건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디젤버스보다 못한 전기차?…남산 진입을 허(許)하라

서울 전기차 이용자들은 남산과 노을공원(상암동), 한강 등 내연기관차 진입이 제한된 도로에 한시적이라도 전기차 이용을 허용해 줄 것을 호소했다. 선진국처럼 주요 자연 관광지나 친환경 보호지역에 전기차를 허용한다면 친환경 보호인식 확산과 전기차 민간 보급도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이유다.

행사 주최자 김성태(전기차시민연대 대표) 씨는 “전기차 민간 보급과 친환경차 인식 확산을 위해 남산을 전기차로 달리는 행사를 열게 됐다”며 “전기차 선진국처럼 도심의 상징적인 장소나, 시민이 많이 모이는 곳에 전기차가 다니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만한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준 전기차/배터리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