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기획┃공익 예능②] ‘장기 슬럼프’ 빠진 공익 예능, 무엇이 문제일까

사진=방송 캡처
사진=방송 캡처

[엔터온뉴스 최민영 기자] 공익 예능의 황금기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였다.

지난 1997년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이경규가 간다’(이하 ‘이경규가 간다’) 양심냉장고 특집이 사회적 이슈가 된 후 다양한 공익 예능프로그램 및 코너들이 줄지어 새롭게 전파를 탔다.

하지만 방송가 트렌드는 급속도로 바뀌었고, 2000년대 중후반으로 갈수록 공익 예능의 인기는 점점 시들해졌다.

공익성 있는 코너들로 사회적 문제 개선에도 크게 기여하며, 200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 공익 예능의 대표 주자로 군림했던 MBC ‘느낌표’는 갈수록 시청률이 저조해졌고, 결국 지난 2007년 11월 종영했다.

‘신동엽의 신장개업’, ‘러브하우스’ 등 공익적인 코너들로 재미를 봤던 ‘일요일 일요일 밤에’ 공익 코너들 또한 2000년대 중반부터는 시청률 고전을 면치 못했다. ‘꿈은 이루어진다’, ‘주먹콘’, ‘헌터스’, ‘에코하우스’, ‘단비’, ‘집드림’, ‘우리 아버지’ 등 여러 주제의 공익 예능들을 야심차게 선보였지만 모두 얼마 못가 막을 내렸다.

사진=MBC 에브리원, CJ E&M 제공
사진=MBC 에브리원, CJ E&M 제공

시청률 부진이 길어지자 자연스럽게 공익 예능의 수는 줄어들었다. 간간히 공익성을 추구하는 새 프로그램이 생겼다는 소식이 들려오기도 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최근에도 공익 예능은 여전히 맥을 못 추고 있다. 지난 2013년 방송한 SBS ‘심장이 뛴다’는 소방대원들의 생생한 근무 모습과 화재 등 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처 방법 등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며, 상당히 유익한 예능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그러나 시청자 및 평론가들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그램 역시 9개월 만에 종영하는 비운을 겪었다. 이유는 역시 시청률이었다. ‘심장이 뛴다’가 막을 내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당시 시청자들은 폐지 반대 서명 운동을 벌였을 정도로 프로그램 종영을 아쉬워했었다.

이 밖에도 MBC 에브리원 ‘정의본색’을 비롯해 tvN ‘수상한 동창회 투게더’, MBC ‘경찰청 사람들 2015’, KBS1 ‘이웃사이다’, JTBC ‘천하장사’ 등 최근 몇 년 사이에 방송됐던 공익 예능들은 6개월도 채 넘기지 못한 채 끝이 났다.

그렇다면 왜 공익 예능이 이토록 부진을 면치 못하는 걸까. 방송 트렌드가 단기간 내 빠르게 변화한 이유도 있지만 시청자들이 마음 편하게 웃을 수 있는 예능을 원하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현대인들은 갈수록 각박해지는 사회와 계속 어려워지는 경제 때문에 웃음보다 한숨을 더 많이 내쉰다. 이들은 평상시에 받는 스트레스를 재미있는 예능프로그램을 보면서 푸는 경우가 많은데 사회적 메시지를 계속 던지는 공익 예능을 보면 심적으로 편할 리 없다.

또, 시청자들이 공익 예능 자체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상덕 대중문화평론가는 “요즘 예능은 한 해가 갈수록 착한 프로그램들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며 “시청자들이 본성에 충실해지면서 자극적인 방송에 대한 거부반응은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공익성을 추구하는 방송에 대해서는 별다른 감흥을 못 느낀다. 이로 인해 ‘느낌표’ 같은 공익 예능의 영역들은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ON+기획┃공익 예능②] ‘장기 슬럼프’ 빠진 공익 예능, 무엇이 문제일까

공익 예능을 만드는 제작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일반 예능처럼 마냥 재미만을 추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심장이 뛴다’ 연출을 맡았던 SBS 정준기 PD는 “공익 예능은 재미와 공익적 요소를 잘 조화시키는 게 관건”이라며 “예능이 교훈적인 내용으로만 흐르거나 딱딱한 방식으로 정보를 전하다보면 오히려 시청자들의 반감을 얻는다”고 전했다.

이어 “아무리 공익성을 강조한다고 해도 오락적인 요소가 가미되면 대중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고, 친숙하게 인지하기 때문에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확산시키는데도 많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최민영 기자 meanzerochoi@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