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기획┃공익 예능③] 방송 자체가 가질 수 있는 사회 운동

사진=방송 캡처
사진=방송 캡처

[엔터온뉴스 최민영 기자] ‘예능이 웃기기만 하면 그만이지, 무슨 의미까지 찾으려 하나’

간혹 예능프로그램에서 무거운 주제를 다룰 때, 혹자들은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한다. 맞는 말이다. 대다수의 시청자들은 TV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즐겁기 위해 예능을 볼 뿐 일부러 머리 아프기 위해 예능을 보지 않는다.

하지만 때때로 한 번쯤 깊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들을 예능에서 짚어줄 필요가 있다. 지난달 14일 방송한 JTBC ‘비정상회담’에서는 제71회 광복절을 맞아 ‘식민 역사와 독립’이라는 주제로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당시 방송에서 일본 패널로 출연한 오오기는 “일본 젊은 학생들은 학교에서 역사를 제대로 배우지 못해 역사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관심도 없다”며 “국사는 선택과목이지만 세계사는 필수과목”이라고 말하며 일본 역사 교육 실태를 밝혔다.

반면 독일 패널로 출연한 닉은 “독일 학생들은 어렸을 때부터 자세한 역사 교육을 받는다”며 “수학여행도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가서 자국의 부끄러운 역사를 몸소 느끼게 한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일본과 독일은 모두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전범국이다. 과거를 진심으로 뉘우치고 제대로 된 역사를 가르치는 독일과 달리 일본은 여전히 과거 반성은커녕 오히려 덮어두기에 만 급급하다.

‘비정상회담’ 광복절 특집은 역사 교육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걸 시청자들에게 일깨워 준 유익한 방송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6월 개편한 후 공익성을 강화했다. 특히 광복절 특집에 등장했던 조승연 작가를 비롯해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교수 등 비(非)연예인이 게스트로 출연하는 빈도가 높아지면서 좀 더 유익한 내용을 접할 수 있어 좋다는 평가도 많다.

공익 예능은 단순히 유익한 정보만 전달할 뿐만 아니라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는 힘을 가지기도 한다.

과거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코너였던 ‘이경규가 간다’는 시민들의 준법정신 제고에 앞장섰으며, ‘신동엽의 신장개업’과 ‘러브하우스’는 형편이 어려운 소시민들에게 새로운 삶의 터전을 제공했다.

MBC 대표 공익 예능 ‘느낌표’ 또한 의미 있는 결과를 많이 도출했다. ‘하자하자’를 통해 중ㆍ고등학교 0교시 폐지와 청소년 인권 신장에 일조했으며, ‘아시아 아시아’로 외국인 근로자 인권 및 노동 환경 개선,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를 통해 독서 문화 조성 및 어린이 도서관 설립에 큰 영향을 미쳤다.

사진=원종건 군 SNS
사진=원종건 군 SNS

특히 시각장애인들을 각막 이식 수술로 시력을 되찾게 해준 ‘눈을 떠요’ 같은 경우 대중의 장기 기증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데 크게 기여했다.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 따르면 ‘눈을 떠요’가 방송한 해 장기 기증 신청자 수는 직전 해에 비해 약 20배가 증가했었다. 특히 다른 요일보다 월요일에 서약서를 작성하러 온 사람의 수가 훨씬 많을 정도로 당시 ‘눈을 떠요’의 파급력은 대단했다.

또, 앞을 볼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 새로운 인생을 만들어줬다. 특히 시청자들의 감동을 자아냈던 박진숙-원종건 모자는 ‘눈을 떠요’ 출연 이후 완전히 새 삶을 살고 있다.

각막 이식 수술로 시력을 되찾은 박진숙 씨는 이후 꾸준히 기부 활동을 하고 있으며, 건장한 20대 청년으로 성장한 아들 원종건 군 역시 헌혈과 봉사를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있어 훈훈함을 자아낸다.

원 군은 “‘느낌표’가 ‘눈을 떠요’라는 좋은 코너를 기획했기 때문에 어머니에게 기적이 찾아온 것 같다”며 “어머니는 개안 수술 직후 ‘우리도 더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 되자’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어머니와 저는 더 훌륭한 일을 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학업과 봉사, 기부를 함께하고 있다”고 전했다.

tvN 공익 프로그램 ‘리틀빅 히어로’ 제작진은 “많은 이들에게 '이렇게 남들을 위해 사는 사람들도 있구나'하고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는 기회를 만들어주기만 해도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며 “나눔과 공유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퍼뜨리고, 이런 과정을 통해 더 따뜻한 사회가 되는데 공익 예능 프로그램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공익 예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최민영 기자 meanzerochoi@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