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넘버원 도전]<1> 엘오티베큠, 토종 진공펌프 강자… 글로벌 넘버원을 꿈꾸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강국이지만 장비, 소재, 부품 등 후방산업은 아직 선진국에 뒤져 있다. 이 때문에 전방산업에서 벌어 장비, 부품 수입액으로 빠져 나간다.

최근 후방산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오랜 기간 기술개발에 투자한 결실이 맺어지고 있다. 기술력에서 해외 1등 기업을 추월한 기업도 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못지않게 한국경제를 든든하게 받칠 글로벌 스타기업으로 급부상 중이다. 우리나라가 진정한 반도체, 디스플레이 강국으로 도약하려면 이들 기업이 주인공이 돼야 한다.

전자신문은 작지만 강한 기업을 엄선해 조명하는 시리즈를 연재한다. 우리나라 후방산업도 세계 일류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독자들의 관심과 제보를 기다린다.

엘오티베큠의 건식 진공장비 HD 시리즈
엘오티베큠의 건식 진공장비 HD 시리즈

엘오티베큠(Lotvacuum)은 `Leder of Technology on Vacuum`의 줄임말이다. 진공 기술 업계의 최강자가 되겠다는 의지를 사명에 담았다.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은 건식 진공펌프다. 일정 공간에서 기체를 포함한 각종 물질을 빨아들여 진공 상태를 만든다. 반도체, 디스플레이의 전공정 과정 대부분은 진공 상태에서 이뤄진다. 챔버마다 진공펌프가 붙는다. 월 300㎜ 웨이퍼 투입기준 14만~15만장 생산 용량을 갖춘 반도체 공장에는 6000대 안팎의 진공펌프가 설치된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활용되는 건식 진공펌프는 물질을 흡입하고 배기하는 방식에 따라 루츠(Roots), 스크류(Screw) 방식으로 나뉜다. 루츠 방식은 두 개의 회전자(Rotor)가 동시에 반대로 회전하면서 물질을 흡입, 배기한다. 여러 쌍의 회전자를 내장한 다단 형태가 주류다. 영국 에드워드, 일본 에바라가 루츠 방식 진공펌프 전문 업체에 속한다.

스크류 방식은 동일 형태의 나사 한 쌍이 맞물려 회전하면서 물질을 흡입, 배기한다. 다단 루츠 방식 펌프는 부품 숫자가 많지만 스크류 방식 대비 전력 소모가 적다. 스크류 방식은 소음, 전력 소모 부문에서 루츠 방식 대비 불리하지만 배기량이 높고 내부 설계가 상대적으로 단조롭다는 장점이 있다. 어떤 쪽이든 건식 방식은 윤활유를 쓰지 않는다. 펌프 내부에서 맞물리는 로터 혹은 스크류를 매우 미세하게 차이로 떨어뜨려 마찰이 없게 해야 하기에 고도의 기계 설계 기술을 필요로 한다.

엘오티베큠은 스크류 방식 진공펌프 기술을 근간으로 삼는다. 루츠와 스크류 방식을 혼합한 하이브리드 기술 개발에도 성공했다. 높은 배기량에다 소음과 전력 소모량을 줄인 제품을 개발해 반도체에 이어 최근 디스플레이 고객사도 확보했다. 국내 반도체 디스플레이 고객사는 세계 시장에서 1등인 기업이다. 이들 기업에 장비를 주력으로 공급한다는 건 세계적 기술 경쟁력을 갖췄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오흥식 대표는 세계 최초의 진공 펌프 회사인 독일 라이볼트베큠의 건식 진공펌프사업 부문을 2002년 인수해 엘오티베큠을 세웠다. 오 대표는 라이볼트베큠 근무 당시 이른바 `영업왕`으로 불리던 인물이다. 1993년부터 매년 100억원이 넘는 영업 실적을 달성했다. 라이볼트베큠이 1999년 한국에 진공펌프 조립 공장을 세운 것도 그의 의지에 따른 것이었다. 오 대표는 2001년 라이볼트베큠이 스위스계 투자회사로 넘어갈 당시 미국 피츠버그에 있던 진공펌프사업 부문을 인수키로 마음먹었다. 오 대표를 포함한 핵심 엔지니어 10여명은 당시 사업 부문이 있던 미국 피츠버그로 날아가 생산 기술을 한국으로 이전해왔다.

오 대표는 “영국, 독일, 일본이 독점한 건식 진공펌프 기술을 국산화하겠다는 일념으로 당시 사업부문 인수를 결정했다”며 “라이볼트베큠에서 가져온 기본 기술을 토대로 매년 연구개발(R&D)에 매진한 결과 지금은 세계적 기술력과 점유율을 보유한 진공 분야의 손꼽히는 업체로 도약했다”고 자평했다. 현재 엘오티베큠 전체 직원 숫자는 300명이 넘는다. 이 가운데 약 3분의 1이 R&D 인력이다.

엘오티베큠의 향후 목표는 중국이다. 지금까지 성장 이력을 바탕으로 중국 시장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겠다고 오 대표는 강조했다. 2020년 `매출 3000억원 달성`이라는 목표도 지금처럼 간다면 무난하게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 엘오티베큠을 바라보는 외부 전문가의 전망이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