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AMI 입찰서 KT 붙고, SKT 떨어졌다

3년 만에 재개된 국가 원격검침인프라(AMI) 구축사업 입찰에서 스마트그리드업계 강자들이 대거 탈락했다. 새로 이 시장에 뛰어든 SK텔레콤과 관련 전문기업 LS산전·한전KDN·누리텔레콤이 고배를 마셨다. 대신, KT와 핵심 부품업체 두 곳이 선정됐다. 최저가 입찰방식으로 진행되면서 완성품 업체보다는 가격경쟁력에 유리한 부품업체 위주로 시장 구도가 바뀌는 모양새다.

한국전력이 서울 독산동에 구축한 AMI용 데이터집합장치(DCU).
한국전력이 서울 독산동에 구축한 AMI용 데이터집합장치(DCU).

한국전력은 `200만호 AMI 구축 사업` 핵심설비인 데이터집합처리장치(DCU)분야(DCU 2개·브릿지 1개) 3개 권역별 입찰에서 KT와 아이앤씨테크놀로지·씨앤유글로벌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세 업체는 연말까지 DCU·브릿지 등 4만4296대를 한전 전국사업소에 공급한다. 선정 기업별 예상매출은 각 40억원~45억원 수준이다.

최저가입찰 방식으로 진행된 선정에서 아이앤씨테크놀로지는 75만432원으로 가장 낮은 가격을 써냈고 KT와 씨앤유글로벌은 각각 75만5850원·76만4404원으로 낙찰됐다.

반면, LS산전은 84만1189원을 써내 가장 높은 가격으로, SK텔레콤은 권역별 입찰에서 2위권에 머물러 탈락했다.

한전은 최저가 입찰 덕에 당초 책정한 예산보다 두 배 가량 많은 돈을 남기게 됐다. 한전은 DCU 구매예산 235억원을 배정했지만, 이번 사업자에게 실제 지불할 구매비용은 120억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3년 입찰에서 대당 50만원 가량하던 DCU 가격이 올해는 27만원으로 절반 가량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AMI용 DCU 제작 시 부품·제작·생산 비용은 비슷한 반면 전력선통신(PLC)칩 가격은 칩 제작사 별로 다르다”며 “최저가 입찰 경쟁방식이라 칩 회사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발주처는 한전인데도 PLC칩 업체가 사실상 입찰을 주도하는 형국이 됐다.

다음달 초 예정된 한전 AMI용 모뎀 입찰에서도 극심한 가격경쟁이 예상된다.

박태준 전기차/배터리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