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지진 발생, 日 즉시 재난방송 속보 vs 韓 3분 후 자막 내보내

※NHK는 지난 26일 오후 2시 20분 일본 가고시마현에서 일어난 지진을 기상청보다 빨리 알렸다. NHK는 아베 신조 총리의 국회 연설 생중계를 즉시 중단하고 지진 속보 체제로 전환했다. NHK는 지진이 발생한 대략 위치와 함께 `강한 흔들림`이라는 지진 상황을 알렸다. 지진이 발생한 지역 방송국을 연결, 현지 상황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NHK는 지진 발생 몇 분 뒤 리히터 규모 5.7이라면서 쓰나미 우려는 없다고 발표했다. 지진의 파급력이 크지 않다는 게 확인된 이후 지진 속보 방송을 종료했다. 아베 총리 연설은 지진 속보가 끝난 이후 재개됐다.

※ KBS는 지난 12일 경주 지진 발생 3분이 지나서야 지진 발생 자막을 내보냈다. 뉴스특보는 지진 발생 15분 후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4분 동안 방송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강한 지진인 규모 5.8 지진이었지만 드라마 방영을 계속했다. 재난방송은 1차 지진 발생 1시간 20분 후에야 뉴스 스튜디오로 전환, 본격 시작했다. NHK가 기상청보다 먼저 재난방송을 시작한 것과 대조된다.

지진이 발생하자 방송을 즉시 중단하고 재난방송으로 전환한 NHK 시스템을 배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신속한 재난 정보 전달은 차치하더라도 경북 경주 지역의 지진 발생 당시 KBS를 비롯해 지상파 방송 3사는 재난방송 매뉴얼을 준수하지 않았다.

재난방송 종합 매뉴얼은 △화면 상단 정지 자막 △10분당 경고음 △화면 하단 흘림 자막 △대규모 피해 발생 시 계속 방송 등을 규정한다.

지상파 3사는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KBS1은 유일하게 특보체제로 전환했지만 두 차례 지진 특보 모두 3분 이내에 종료했다. 그리고 정규방송으로 전환했다. 규모 5.0의 경우 특보로 전환했을 때 `계속 방송`해야 한다는 지침을 위반한 것이다. 3사는 모두 `10분당 경고음 삽입` 지침과 규모 5.0 이상 내륙지진 시 발동되는 `화면 상단 정지 자막` 지침 등도 지키지 않았다.

◇NHK와 KBS의 차이는

NHK와 KBS 대응 차이는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우선 기상청에서 방송사로 기상정보 전달 기술력 격차가 존재한다. 일본 기상청에서 NHK로 재난정보는 실시간으로 전달된다. 우리나라는 기상청에서 KBS로 전달되는 데만 30초가 넘게 걸린다. 재난 발생시 NHK 기상재해센터장이 곧바로 편성권을 갖게 돼 방송을 중단할 수 있다. KBS는 재난이 발생해도 재난방송 담당인 재난과학부서장이 기존 방송을 중단할 권리가 없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KBS가 기상청으로부터 받은 정보를 확인한 후 의사 결정하는 데 시간이 걸려 지진 발생 뒤 3분 뒤 자막이 나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난 주관방송사 KBS가 골든타임을 놓친 것은 공공 책무 논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재난방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초동대응 시간이기 때문이다. 늦은 정보 전달로 인명사고가 발생하면 재난주관 방송사로서 책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다. 이연 선문대 교수는 “재난 발생 5분 안에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재난방송은 재난 발생과 동시에 시작돼야 골든타임을 잡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신속한 재난방송을 위한 과제는

전문가들은 신속한 재난방송을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과 KBS 변화가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지상파 방송사가 재난방송 매뉴얼을 지키지 않을 경우 정부가 제재를 가하는 등 엄격한 기준이 요구된다. 현재는 방송사가 재난방송 매뉴얼을 따르지 않아도 정부가 제재할 수 없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재난은 국민 생명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정부는 방송사가 매뉴얼을 이행하도록 강제성을 부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지상파 방송사뿐만 아니라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 PP까지 매뉴얼을 지키도록 범위가 확대돼야 한다.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40조 1항에 따르면 지상파와 종편, 보도PP는 재난방송을 의무로 실시해야 한다.

KBS 자체적으로 재난방송 대응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재난방송부서에 자율권을 주는 방안도 필요하다. 이연 교수는 “재난발생시 재난 전문가가 아닌 보도국장에게 방송 중단을 묻고 고민하는 사이에 골든타임을 놓친다”며 “KBS도 재난방송 담당 부서장에게 재난 시 편성 권한을 주면 빨리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