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덕이 만난 생각의 리더]<72>출연연 과학자 정년연장 발의한 이상민 더불어민주당의원

이상민 의원은 “ICT와 과학기술 진흥을 위해 출연연 과학자들의 정년을 65세로 연장해 그들에게 자긍심을 갖고 신명나게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이상민 의원은 “ICT와 과학기술 진흥을 위해 출연연 과학자들의 정년을 65세로 연장해 그들에게 자긍심을 갖고 신명나게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극심하다. 오죽하면 “강도 없는데 다리를 놓아 주겠다”고 약속하는 사람이 바로 정치인이라고 말했을까 싶다. 약속은 누구나 지켜야 할 생활규범이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역주민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일귀익래(日歸翌來:그날 지역구에 내려갔다가 이튿날 아침 서울 여의도로 온다)한다. 그의 지역구는 대전시 유성구다. 지역구에 있는 집에서 서울 여의도 국회로 날마다 출퇴근한다. 대전역에서 첫 기자를 타고 여의도로 왔다가 그날 밤 서울역에서 막차를 타고 대전으로 내려간다. 정치인은 어떤 경우에도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게 소신이다.

이 의원을 9월 2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2층 의원 열람실에서 만났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인 그는 “정보통신기술(ICT)과 과학기술 진흥을 위해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과학자 정년을 65세로 연장해 그들에게 자긍심을 갖고 신명나게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면서 이런 내용을 담은 과학기술기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날마다 대전과 서울을 오가나.

▲초선(17대) 때부터 지역 유권자들과 한 약속이다. 정치인들이 말은 번드레하고 약속은 안 지키는데 지키지 못할 약속은 아예 하지 말아야 한다.

이 의원은 새벽 5시에 일어나 대전역에서 5시 55분 첫차를 타고 서울로 온다. 서울역에서 택시를 타고 국회에 도착하면 7시 30분 전후. 아침은 늘 건너뛴다. 이제는 아침을 먹는 게 생소하다. 집에 갈 때는 서울역에서 밤 11시 30분에 출발하는 마지막 기차를 탄다. 집에 가면 1시경. 그날 남은 업무를 정리하고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2시. 하루 취침은 3시간에 불과하다.

-낮에 졸리지 않는가.

▲기차를 타고 잠깐씩 존다. 나머지 시간에 자료를 보거나 음악을 듣기도 한다. 나를 성찰하는 시간도 이때다. 일단 국회에 오면 바빠서 다른 생각할 겨를이 없다.

-왜 기차를 이용하나. 승용차를 이용하면 편할 텐데.

▲국회의원은 폼 잡는 자리가 아니다. 국민에게 봉사하는 자리다. 기차를 타고 국회로 출퇴근하는 게 일상이 돼 전혀 불편하지 않다.

-바쁠 때는 어떻게 하나.

▲일이 많을 때는 의원회관에서 잔다. 침대도 갖다 놓았다. 아침에 일어나면 국회 의원회관 에 샤워장이 있어 집에서 출근할 때보다 편하다. 아내가 시간이 늦으면 아예 의원회관에서 자라고 권한다. 내가 몸이 안 좋아서 아내가 걱정을 많이 한다.

이 의원은 어릴 적 소아마비에 걸려 지체장애 3급 판정을 받았다. 충남대 법대를 졸업하고 34회 사법고시에 합격, 1995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했다. 17대부터 20대까지 내리 4선을 기록했다. 대전지방국세청 과세적부심사위원, 대덕밸리 벤처연합회 고문, 대한장애인다트연맹회장, 18대 국회 미래전략 및 과학기술특별위원장, 대전시당위원장, 19대 국회 후반기 법제사법위원장을 지냈다. 20대 들어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일명 김영란법)이 법사위원회로 넘어왔을 때 정무위원회 안에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이 포함된 것을 두고 위헌 소지가 있다는 소신 발언을 한 바 있다. 이 의원은 2014년 차세대 리더 100인과 과학기술단체가 선정하는 과학기술최우수의원 등에 뽑혔다.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이번 국정감사에서 어떤 문제를 정부에 따질 생각인가.

▲ICT와 과학기술계의 목소리를 대변해 ICT와 과학기술 진흥 대책 방안 등을 따질 생각이다. 요즘 ICT와 과학기술계의 이슈가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미방위는 과학기술, ICT, 방송 3개 분야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출범할 때 공룡부처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창조경제 주무 부처로 기대가 컸다. 하지만 ICT와 과학기술, 방송진흥 어디에도 기대에 미달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정권과 무관하게 좋은 ICT·과학기술 정책은 계승하고 미흡한 점은 개선해야 한다. 국회는 국민이 신명나게 꿈과 재능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국민이 공감하는 문제를 집중 제기할 생각이다.

-변호사이기도 한데 특허 분쟁을 막는 방안은.

▲특허는 기업의 운명을 좌우하는 핵심이다. 경제와 과학기술 연구개발(R&D) 활동이 활발할수록 특허 분쟁은 필연이다. 이에 따라서 분쟁 소지를 줄여야 한다. 창업자는 특허를 선점해야 한다. 신기술은 개발하는 것 못지않게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특허선점은 분쟁을 막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다. 다른 사람이 먼저 특허 등록을 하면 아무리 노력해도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요즘은 금세 특허 현황을 파악할 수 있다. 대전 특허정보넷 키프리스에 들어가면 해외특허와 상표, 디자인 등록이 모두 나와 있다. 특허청이나 정부 내 관련 기관에서도 실태를 파악할 수 있다. 특허 분쟁이 발생했다면 특허 전문 변호사나 변리사 같은 전문가를 활용해야 한다.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의 경우 자체 전문 인력을 채용하지만 중소기업은 그렇지 못하다. 관련 협회를 이용하거나 공공 기구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 특허 분쟁이 발생하면 허둥대지 말고 냉철하게 대응해야 한다.

-국회 법사위원장 시절에 특허 항소심을 대전특허법원이 전담토록 했다.

▲법사위원장 재임 중에 가장 보람 있는 일 가운데 하나다. 이건 지역의 일이 아니라 국가 과제였다. 한국이 특허소송 허브로 발전하려면 특허 분쟁을 선도해야 한다. 종전의 지방 고등법원이 담당하던 항소심을 대전 특허법원이 전담토록 한 것이다. 특허법원은 전문성이 관건이다. 전문 식견과 폭넓은 특허 경험이 있는 판사를 양성해야 한다. 그러려면 특허법원 관할을 집중시켜야 한다. 그런데도 반대하는 곳이 많았다. 한번은 법사위 전체회의를 중단시킨 적도 있다. 반대 측과 만나 폭탄주를 마시며 설득, 이를 성사시켰다. 의견이 다르면 반대할 수 있다. 그럴 때 상대와 만나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설득하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이 중요하다.

-`인지융합과학기술`포럼을 조직했다. `인지융합`은 무엇인가.

▲작위(作爲) 개념이다. 핵심은 인지(認知)다. 인공지능(AI)보다 상위 개념이다. 사람에 대한 총체를 다루는 학문이다. ICT 뇌공학과 인문·심리·경제학 등을 망라해 보자는 것이 목표다. 인지융합은 현재 학문이자 미래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인지하려면 융합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과학기술인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는 `과학기술기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출연연 과학기술자의 정년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 체제 이전에 65세였다. IMF가 터지자 고통 분담 차원에서 61세로 단축했다. 한국 과학기술의 미래는 인재 양성에 달려 있다. 사람이 곧 미래다. 지금 과기계에 롱텀 연구는 거의 없다. 성과 위주의 단기 연구다. 과학자는 일반 직장인에 비해 출연연으로의 진입이 늦다. 이들이 꿈과 열정을 갖고 연구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과학기술과 ICT 진흥을 위해 국가가 이들을 우대해야 한다. 그래야 젊은 인재들이 과학자의 길에 뛰어든다. 이 법안을 발의했지만 상임위에 계류돼 있다. 이번 국감이 끝나면 국회에서 논의할 생각이다. 지도자들은 과학기술 투자를 확대하고 정부는 성과를 기다리는 인내심을 발휘해야 한다.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19대에서 여당이 낸 `서비스발전법`과 규제개혁기본법 등 민생 법안은 왜 처리하지 못했나.

▲국회의원들이 국민을 보는 게 아니라 자기 보스나 지지자들만 보기 때문이다. 국회가 갈등을 해소해야 하는데 오히려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정치력을 발휘하지 않고 양측이 자기 입장만 고수하다 보니 합의된 것도 통과시키지 못했다. 이 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에 넘어오지도 않았다. 앞으로 법안에 이견이 있으면 우선 합의한 내용만이라도 통과시키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정치는 국민을 위한 것이지 권력자나 당의 보스를 위한 것이 아니지 않은가.

-국회를 세종시로 옮기자고 주장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미 국무총리실을 비롯한 여러 행정 부처가 세종시로 옮겼다. 일부에서 국회분원을 세종시에 설립하자고 하는데 그럴 바엔 본원을 이전하는 게 옳다고 본다. 여의도 국회의사당은 국제비즈니스, 경제허브로 발전시키면 국가에 큰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다.

-정치권이 국민의 불신을 사는 이유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해서다. 나는 정치 기능이 세 가지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국민을 대변하는 일이다. 지금은 그걸 못한다. 두 번째는 조정과 해결 기능이다. 국회의원들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 눈치나 살피면 갈등을 조장하거나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 여야가 싸우더라도 할 일을 하면 국민이 박수를 보낼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니 국민이 `쇼 하네` 하는 소리를 한다. 일은 하지 않고 싸우다가 이런저런 명분으로 여야가 해외에 나가니 국민이 정치권을 믿겠는가. 누가 정권을 잡든 이제는 다수결 원칙을 적용, 현안을 처리해야 한다. 아니면 법안이 3개월 후에 자동 처리되는 것으로 결론을 내야 한다. 이제는 그럴 때가 됐다.

-국회 특권 내려놓기는 왜 하지 않는가.

▲국회에 특위를 만들어 봐야 국민성에 차겠는가. 이제는 모든 걸 내려놔야 한다. 국민 여론이 안 좋으면 있는 것 가운데에서 하나씩 내려놓는 것이 국민 눈에는 어떻게 보이겠나. 꼼수로 보인다.

-더민주당 청년일자리TF 단장이다. 청년 일자리 해법은.

▲정말 화급한 사항이다. 당장 해결할 수는 없지만 근원 처방을 해야 한다. 우선 장기로는 맞춤형 교육을 해야 한다. 민간 기업 청년일자리 1% 할당은 필요하지만 실효성이 낮다. 당장은 응급처방을 해야 한다. 정부가 청년수당이건 뭐건 어려운 처지에 놓인 청년을 지원해야 한다. 그 중간에 소방, 복지, 교육 같은 공공 부문에서 청년 채용을 늘려야 한다.

-꼭 이루고 싶은 일은.

▲ICT와 과학기술 진흥을 위해 꿈과 재능을 펼치면서 신명나게 일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다.

-좌우명과 취미는.

▲좌우명은 `치열하게, 그리고 끈기 있게`다. 영화 보기와 음악 감상이 취미다. 추석 때도 가족과 영화를 보지 못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요즘은 국악이 좋다.

이 의원은 대학 시절 교내음악경연대회에서 1등을 했고, 음악찻집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을 정도로 음악 실력이 수준급이다.

이현덕대기자 hd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