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창조경제 성과 공방…혁신센터의 양면성

국정감사가 파행을 거듭하면서 박근혜 정부의 핵심 정책 가운데 하나인 `창조경제` 이슈가 묻혔다. 현안의 본질보다는 일부를 짚는 파편 자료가 야당 의원 중심으로 나오고 있지만 가장 뜨거운 감자인 창조경제 성과의 논의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분위기다.

창조경제를 실현할 주체로 전국 17개 시·도에 만들어진 `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혁신센터)`는 국감 이전부터 뜨거운 이슈였다.

혁신센터는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하고 전담 대기업 경험을 활용해 아이디어 사업화를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과학기술기본법` 제16조의4 및 동법 시행령에 따라 전국 17개 시〃도에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지정돼 운영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2016년 5월 말 기준으로 전국 창조경제혁신센터는 2357개 창업·중소기업을 지원하고, 2363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2만2013건의 원스톱 서비스와 7044건의 시제품 제작을 지원했다.

이 센터를 둘러싼 논란은 안철수 국민의당 전 공동대표의 발언에서 시작됐다. 안 전 대표는 올해 초 독일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IFA) 2016`에 방문, 정부가 혁신센터를 만들어서 `국가 공인 동물원 구조`를 공고화시켰다고 비판했다.

안 전 대표는 “정보통신부가 있을 때도 중소기업 지원을 제대로 못했고, 지금도 마찬가지로 못하고 있다”면서 “기업이 왜 성공을 못하는지에 대한 기본 개념, 특히 기업간거래(B2B) 기업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다”고 비판의 강도를 더했다. 안 전 대표는 “B2B 기업은 처음 납품한 기업이 생명을 좌우하는데 대기업이 독점 계약을 요구하는 동물원 구조 때문”이라면서 “독점 이후 빠져나가지 못해서 망한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구조”라고 날을 세웠다.

정부가 혁신센터를 만들면서 `동물원 구조`를 더욱 강화했다고 날린 일침이었다. 이 발언은 일파만파 퍼졌다. 새누리당 의원과 각 지역 창조경제혁신센터장, 미래부는 곧장 반응했다. 송희경 새누리당 의원은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동물원이 아니라 마을과 지역, 대한민국 전체를 풍족하게 해 줄 과수원”이라고 반박했다.

창조경제혁신센터협의회는 성명을 내고 안 전 대표실을 연일 방문하며 토론회까지 제안했다. 하지만 무위에 그쳤다. 창조경제 주무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도 나섰다. 홍남기 1차관은 “동물원 비유는 혁신센터 운영 방식과 활동에 대해 잘 알지 못해 나온 부적절한 발언”이라면서 “혁신센터 관계자와 보육기업, 수많은 예비창업자가 상처를 입을 수 있다”며 수위를 조절했다. 그러나 안 전 대표는 이미 몇 해 전부터 B2B를 중심으로 하는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거래 문제를 `동물원 구조`라고 지적해 왔다.

혁신센터는 안 전 대표가 지적한 B2B 독점의 모습도 안고 있지만 분명 창업 분위기 조성, 지역 창업 거점 역할 등 긍정 효과가 있다.

실제로 충북센터에서 LG그룹에 납품을 시작한 한 스타트업 대표는 “납품 계약 때 삼성, 소니 등 경쟁사에는 제품을 납품하지 않겠다는 독점 형태의 계약을 맺었다”고 인정했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일반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납품하려면 밑바닥부터 올라가야 하는데 담당자를 만나지 못하는 일도 수두룩하다”면서 “혁신센터가 있었기 때문에 LG그룹과 직접 소통할 수 있었고, 제품 출시 기회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양면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중복성과 차별성 미비라는 뚜렷한 문제점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설립되기 이전부터 이미 전국에 걸쳐 제기된 여러 형태의 창업·중소기업 지원 조직과 중복성 문제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필연으로 기능 중복 우려가 있다. 전국 18개 창조경제혁신센터도 대부분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어 센터 간 기능상의 차별성이 별로 없다. 또 각 센터는 설립 초기의 임무에 강하게 구속돼 있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형태로 발전할 것인지에 대한 각자의 비전도 희미한 상태다.

창조경제혁신센터 기능을 다양화하고 운영상 자율성을 높여서 각 센터가 직면하고 있는 기능 중복 문제를 지역 상황에 맞도록 테크노파크(TP), 창업보육센터(BI) 등 지역 유관 기관과 해결할 필요가 있다. 고경모 미래부 창조경제조정관은 “TP나 BI는 숙성이 돼 있는 지역 기업, 즉 중소·중견기업을 지원하지만 혁신센터는 스타트업·벤처를 지원한다”면서 “글로벌 진출을 한다는 목표 아래 금융, 고용, 법률존 모두 한 곳에서 처리하는 원스톱 지원 체계를 갖춘 것이 다른 기관과 차별화되는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고 조정관은 “하나의 기업이 커 나가려면 제대로 된 지원을 받아야 한다”면서 “혁신센터에서 보육된 기업들은 6개월에서 1년 후 졸업했을 때 가까운 TP 등으로 연계 지원하는 구조로 돼 있다”고 덧붙였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