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국감]해저지진계 잦은 고장 부실시공 탓

지난해 11월 철거된 우리나라 유일의 해저지진계가 수차례 고장으로 총 운영기간 중 25% 넘는 기간 동안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삼화 국민의당 의원은 30일 열린 기상청 국정감사에서 국내 한 대 있었던 울릉도 해저지진계가 9년간 총 22회의 고장을 일으켰다고 밝혔다. `수신파형 이상`과 같은 간단한 장애도 있었으나 어선에 의해 해저케이블이 끊어지는 일도 4건이나 발생했다.

김삼화 국민의당 의원.
김삼화 국민의당 의원.

해저케이블 단절로 해저지진계는 2010년에는 328일, 2013~14년에는 229일 동안이나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 지진계 설치 완료인 2006년 12월부터 철거가 시작된 2015년 7월까지 운영기간은 총 3115일이었으나, 고장으로 작동 중지된 기간은 총 787일이었다. 전체 운영기간의 25%에 이른다. 이로 인해 지진계 보험료와 유지보수 비용은 25억원이상 투입됐다. 설치비용인 21억원을 넘는 금액이 들어갔다.

김 의원은 이런 고장이 단순 사고가 아니라, 기존의 계획을 제대로 따르지 않은 `부실시공` 때문에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기상청이 해저지진계를 발주했을 때 제안요청서에는 `설치된 해저케이블은 해안가의 어업활동 등에 의하여 훼손, 단선, 유실되지 않아야 한다`고 적혀있다. 어선에 의한 피해를 이미 예측하고 이에 대비해 설치했어야 했음에도 비용과 시간을 이유로 들어, 계획과 다르게 설비를 설치하는 바람에 안전성을 놓쳤다고 김 의원은 지적했다.

2007년 감사원 감사에서도 `이중강화 케이블`을 사용하기로 했던 설계보고서와 달리 실제로는 `단강화케이블`을 설치했다고 지적받았다. 당시 해저지진계 설치를 맡은 업체의 주업종은 `컴퓨터시스템 통합 자문 및 구축 서비스업`으로 전문 시공업체도 아니었다.

김 의원은 “기상청은 과거 `해저지진계 3개 확충 계획`을 세우는 등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해왔으나, 최근 `해양지진계가 굳이 필요하지 않다`고 돌변했다”며 “말썽 많은 해저지진계를 철거하면서 이를 숨기기 위해 입장을 바꾼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2006년 이후 우리나라 남동해 지역에서만 규모 2.0 이상 지진이 30회 이상 발생하는 등 해안 지역의 지진 역시 제대로 된 관측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기상청은 철거된 해저지진계 부실시공 여부를 조사한 뒤, 향후 해저지진계 설치의 필요성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함봉균 에너지/환경 전문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