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의 양면 지닌 대안기술… 범죄 악용되는 `토르`와 `비트코인`

자유로운 인터넷 활동을 보장하는 `토르(Tor) 네트워크`와 기존 국가 중심 통화질서 한계를 극복할 가상화폐로 주목받은 `비트코인` 등 대안기술이 사이버 범죄 온상으로 지목됐다. 강력한 익명성을 바탕으로 수사기관 추적을 피한다. 랜섬웨어부터 아동 포르노, 마약, 불법콘텐츠 유통 등 범죄활동 활성화를 부추긴다는 분석이 나온다.

토르 브라우저 첫 접속화면
토르 브라우저 첫 접속화면

최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토르와 비트코인, 랜섬웨어 등에 대한 정부 대응 미비에 질타가 이어졌다. 제대로 된 해결책은커녕 실태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토르 네트워크는 당초 미국 해군연구소에서 보안을 위해 개발한 익명 네트워크 기술이다. 현재 미국 정보인권단체 `전자프론티어재단(EEF)`에서 기부와 자발적 참여 등을 바탕으로 관리 중이다.

파이어폭스 기반으로 제작된 `토르 브라우저`를 이용하면 세계 각지에 분산된 수많은 가상 컴퓨터와 네트워크 등 중계 노드를 거쳐 인터넷 접속이 이뤄진다. IP가 드러나지 않아 토르 브라우저 내에서 이뤄진 온라인 활동은 사실상 추적이 불가능하다. 국가별로 접근이 제한된 사이트도 손쉽게 접속 가능하다.

토르 브라우저는 인터넷 연결이 검열되거나 제한된 환경에서도 자유로운 접속을 위해 활용된다.
토르 브라우저는 인터넷 연결이 검열되거나 제한된 환경에서도 자유로운 접속을 위해 활용된다.

토르는 인터넷 이용이 자유롭지 않은 일부 독재 국가나 비민주화 국가에서 인권 운동가 등이 국가검열과 추적을 피해 활동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동시에 각종 불법 콘텐츠와 범죄가 횡행하는 딥웹(다크웹)을 구성하는 기반이자 사이버 암시장으로 들어가는 창구로도 활용된다.

신동휘 스틸리언 이사는 “다크웹 내 불법 사이트는 대부분 철저하게 돈을 목적으로 운영된다”며 “여러 국가에서 접근 통제방안을 고민 중이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는 없다”고 말했다.

토르는 국내에서도 음란물이나 불법 도박 등에 악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동청소년보호법(아청법)이 강화된 후 이용자가 늘었다는 평가다. 일반 포털만 검색해도 관련 사용법을 안내하는 글이나 경찰 추적 가능성을 문의하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송희경 새누리당 의원실에서 토르 브라우저로 다크웹에 접속해 조사한 실상(자료:송희경 의원실)
송희경 새누리당 의원실에서 토르 브라우저로 다크웹에 접속해 조사한 실상(자료:송희경 의원실)

비트코인 역시 첫 등장 당시에는 기존 통화질서에 혁명을 가져올 미래 대안기술로 주목받았다. 일부 국가가 시범적으로 화폐가치를 인정하는 등 발전 가능성이 엿보였다. 국내에서도 금융과 IT가 접목된 핀테크 핵심 요소 중 하나로 꼽혔다.

비트코인
비트코인

최근에는 비트코인하면 랜섬웨어 `몸값`을 떠올리는 이들이 더 많다. 비트코인 역시 높은 익명성을 보장한다. 세계 어디서나 전자지갑을 개설하고 지역 상관없이 비트코인을 주고받을 수 있다. 범죄 수익이 흘러들어가도 자금 흐름을 추적하지 못한다. 대부분 랜섬웨어가 암호화한 데이터를 풀어주는 대가로 비트코인 지불을 요구하는 이유다.

보안 전문가는 “오래 전부터 비슷한 악성코드가 존재하던 랜섬웨어가 최근 몇 년 새 급격히 확산된 배경에는 비트코인도 빼놓을 수 없다”며 “범죄자가 경찰 추적 걱정 없이 돈을 받아내는 수단을 마련한 셈”이라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