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룡들, `한국판 핀테크 굴기` 만든다

글로벌 지급결제 기업이 한국을 핀테크 테스트베드로 지정하고 대규모 투자와 협력 사업을 추진한다.

블록체인을 비롯한 사물인터넷(IoT), 간편결제, 디지털 화폐 등 미래 신사업 부문에서 한국이 보유한 정보기술(IT) 경쟁력을 차용하겠다는 것이다. 수많은 한국 스타트업은 해외 무대 `진출 통로`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9일 금융권과 IT 업계에 따르면 최근 비자카드, 마스터카드, 텐센트, 인롄 등 글로벌 지급결제 공룡 기업들이 한국 핀테크 기업에 문호를 개방하고 다양한 사업 공조를 검토하고 있다.

직접 투자는 물론 API(Application Program Interface)를 활용한 파격의 사업 공조, 혁신센터 건립 등 공조체제 구축에 착수했다.

비자 디벨로퍼 플랫폼 개요(자료-비자카드)
비자 디벨로퍼 플랫폼 개요(자료-비자카드)

비자카드는 최근 `비자 디벨로퍼 플랫폼`을 통해 자사 결제 기술을 국내 기업은 물론 해외 스타트업 기업에 무상으로 개방했다. 금융사는 물론 핀테크 스타트업, 기술 제조사에 이르기까지 비자가 보유한 네트워크·보안·결제 전문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미 국내 일부 스타트업은 비자카드 핵심 기술을 융합, 신규 비즈니스 창출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영국 런던, 미국 뉴욕과 실리콘밸리, 싱가포르, 중국 홍콩 등 세계 5개국 43개 챕터를 운영하고 있는 글로벌 핀테크 네트워크 `넥스트머니`와 손잡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도시 여러 곳에 `씨티 챕터 프로그램`을 가동, 핀테크 기업과 은행 관리자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넥스트머니도 한국지사를 설립하고 2018년 초 글로벌 콘퍼런스와 핀테크 스타트업 데모데이, 스타트업 전시 부스를 운영하는 등 글로벌 네트워킹 행사를 통해 토종 핀테크 기업 지원에 나선다.

넥스트 뱅크를 통한 아시아 신생 핀테크 기업 지원 방안도 내놨다.

비자는 넥스트뱅크라는 글로벌 핀테크 커뮤니티를 발족하고 금융 재발명을 촉진하는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아시아 신생 핀테크기업 대회를 통해 40개 핀테크 기업이 무료로 스타트업빌리지에 기술을 전시하고 은행 등 금융사에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마스터카드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 스타트업과 공조 체계를 구축했다.

스타트업 교류 협력 사업인 `스타트 패스 글로벌`을 선보였다. 세계 각국의 스타트업 신규 발굴은 물론 사업 확장과 수익성 제고 지원에 나선다. 세계에 고루 분포돼 있는 고객 접점을 활용, 노하우를 스타트업에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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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본사가 없는 스타트업이면 모두 참여할 수 있다. 블록체인은 물론 인공지능(AI), 챗봇 등 24개국 90개 이상 우수 기업과 협업을 시작했다. 한국 스타트업과의 공조 체계 구축도 검토되고 있다. 특히 마스터카드는 참여사의 20%에 이르는 기업에 직접 투자를 단행한다.

스타트 패스 글로벌에 참여하면 총 6개월 동안 진행되는 가상 프로그램을 통해 사업 문제 해결 지원과 세계를 무대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제공한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텐센트도 한국 인터넷전문은행의 지분 참여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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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센트는 최근 글로벌 스타트업 대회를 개최했다.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중국 4개 지역을 비롯해 한국·미국·인도 등에서 연이어 행사를 개최하고 유망 스타트업 발굴에 나섰다. 창업 기업은 자사 프로젝트와 비즈니스 계획을 발표하고 대규모 투자까지 받을 수 있다.

금융, 전자상거래, 의료, 엔터테인먼트 지식재산(IP), 콘텐츠, 소프트웨어(SW), 교육, 가상현실(VR) 등 최신 사업 분야를 망라한다. 선정 업체는 유명 창업 컨설팅 전문가들의 지도를 받는다. 글로벌 챔피언이 되면 1억위안(약 170억원) 상당의 창업 인프라 및 자원도 지원 받는다. 텐센트는 최근 위챗페이를 통해 한국에 진출, 수많은 기업과 사업 공조도 약속했다. 한국 사업 확대에 맞춰 파트너 확대와 대규모 마케팅도 진행할 계획이다.

루벤 살라자 제노베즈 비자 아·태 지역 상품설계·개발팀 부사장은 “새로운 상거래 환경 중심에 결제 기술이 있다”면서 “자동차, 전화, 가전제품 등 수많은 기기를 통해 결제가 가능해지는 만큼 스타트업이 보유한 아이디어가 실제 개발로 이어지도록 협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