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빠진 대형 OLED...中 "기회는 이 때다"

카티바의 잉크젯 프린팅 장비 (사진=카티바)
카티바의 잉크젯 프린팅 장비 (사진=카티바)

삼성전자가 대형 TV 시장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대신 퀀텀닷LED(QLED)를 차세대 제품으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뒤 중국 패널 제조사들이 차세대 잉크젯 프린팅을 적용한 대형 OLED 기술 확보를 서두르고 있다. 삼성이 없는 시장에서 충분히 1등에 도전해 볼 만하다는 도전 의식이 깔렸다. LG디스플레이가 대형 OLED 패널을 양산하지만 차세대 기술인 잉크젯 프린팅을 활용하면 충분히 역전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BOE와 차이나스타(CSOT)는 각각 초대형 10.5세대와 11세대 라인에 대면적 OLED 연구개발을 위한 잉크젯 프린팅 설비를 갖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가 양산하는 8세대 OLED는 물론 나아가 10세대 OLED 기술까지 연구개발하기 위해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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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중국 주요 패널 제조사는 중소형 OLED뿐만 아니라 대형 OLED 기술에도 관심을 가져왔다. 대형 OLED 공정 비용과 시간을 줄이고 8세대 이상 대면적 양산에 속도를 낼 수 있는 잉크젯 프린팅 기술도 연구개발 해왔다.

최근 잉크젯 프린팅 연구에 속도가 붙은 것은 삼성의 전략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OLED가 아닌 QLED를 차세대 TV 기술로 내세운 직후 중국 패널 제조사들이 잉크젯 프린팅 기술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졌다.

BOE는 10.5세대 LCD 라인 일부를 활용해 잉크젯 프린팅을 활용한 대형 RGB OLED TV 파일럿 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현재 8세대 OLED는 LG디스플레이가 개발한 화이트OLED(WOLED) 방식이 유일하다. BOE가 파일럿 라인을 활용해 OLED 패널을 양산한다면 세계 처음으로 잉크젯 프린팅을 적용한 RGB OLED 패널이 등장하는 셈이다.

중소형 OLED에도 잉크젯 프린팅을 적용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현재 중소형 OLED는 6세대 패널에서 생산하지만 8세대나 그 이상 규격의 패널에서 양산하면 경쟁사보다 빠르게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

차이나스타도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11세대 LCD 라인 일부를 활용해 8세대 RGB OLED TV를 시험 생산할 수 있는 파일럿 라인 조성을 검토 중이다.

잉크젯 프린팅 기술은 기존 증착 방식보다 대면적 OLED를 저렴하고 빠르게 양산할 수 있는 차세대 장비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 모두 오랫동안 잉크젯 프린팅 기술을 양산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개발을 해왔다. 카티바, 도쿄일렉트론, 세메스, STI 등 국내외 기업이 잉크젯 프린팅 장비를 갖추고 패널 제조사와 협업하고 있다.

국내 업계는 중국이 차세대 잉크젯 프린팅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것을 우려한다. 관련 장비와 재료 기술은 해외 기업이 주도하고 국내 패널 제조사는 아직 양산 기술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빠르고 폭넓게 기술력을 축적하고 있는 중국의 특성상 차세대 시장 선점 효과를 뺏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QLED를 내세운 것은 OLED 진영을 와해해 경쟁력을 떨어뜨리려는 계산도 한몫 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예상과 달리 중국 패널 제조사들이 중소형에 이어 대형 OLED에 더 빠르고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단초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