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저작권 사냥`이 수익 모델 돼선 안 된다

외국계 소프트웨어(SW) 업체의 저작권 공세가 강화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전방위 `저작권 사냥`에 속절없이 당하는 신세다. 특히 지난해부터 타깃이 된 대기업들이 SW 저작권 분쟁 과정에서 거액의 합의금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 사냥은 세계 최대 SW 업체인 SAP가 주도하고 있다. SAP는 국내 전사자원관리(ERP) 시장 40%를 점유하고 있는 1위 기업이다. SAP는 기업 감사를 거쳐 ERP를 초과 사용한 개별 기업에 라이선스 추가 구매를 요구한다. 지난 8월 SAP가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벌인 SW저작권 국제분쟁조정 요청도 결국은 저작권 사냥과 다름없다.

외국계 SW업체와 저작권 분쟁을 경험한 기업 대부분은 라이선스 추가 구매 합의로 마무리한다. 승소가 불확실하고 여론화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최근 합의한 대기업은 전자신문이 확인한 것만 해도 5개사나 된다.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MS)와 한국전력, 외국계 기업과 정부 부처의 SW 저작권 불법 사용 문제도 결국 소송 대신 합의로 마무리된 사례다.

외국계 기업과 국내 기업 간 저작권 분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드러나지 않고 진행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금 ERP 등 주요 기업용 SW 시장은 외국계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수요가 정체되면서 기업들은 실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새로운 수익 모델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실적을 만회할 수단을 찾기 어려워 `저작권 사냥`을 새로운 수익 모델로 삼아선 안 된다. 자칫 기업들이 구매를 꺼리는 후폭풍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라이선스 계약은 외국계 SW 업체에 지나치게 유리, 공정거래법 위반 가능성이 제기된다. 필요하다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직권 조사를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외국계 기업의 저작권 사냥은 SW 정품 사용으로 막아야 한다. SW는 외산이든 국산이든 제대로 값을 주고 구매하면 뒤탈이 없기 마련이다. 무엇보다 기업의 인식 전환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