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잘 날 없는 車 업계…“정부 칼날 조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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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자동차 업계가 정부의 강력한 조치에 바람 잘 날이 없다. 폭스바겐 등 일부 수입차 업체는 배출가스 조작으로 `인증취소 및 판매정지`라는 강력한 처분을 받았고, 현대·기아차는 리콜 은폐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했다. 업계에 `정부 주의보`가 내려졌다.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16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신자용)는 지난 10일 국토해양부가 이원희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을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의 수사에 착수했다.

국토부는 현대차가 지난해 6월 2∼3일 생산한 싼타페 2360대에서 `조수석 에어백 미작동 가능성` 결함을 발견하고도 국토부장관 보고 등 적법절차를 취하지 않고 사실상 은폐했다고 보고 이 사장을 지난 5일 검찰에 고발했다.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결함을 알게 된 제작사 등은 국토부장관 보고와 일간신문 공고, 차주 통보 등의 절차를 실시해야 한다. 하지만 현대차는 같은 달 6∼7일 2360대 가운데 2294대만 시정 조치했고, 이미 출고된 66대에도 국토부의 사전 보고를 생략한 채 자체적으로 결함을 시정했다고 사후 통보했다.

현대자동차 중형 SUV `싼타페 더 프라임` (제공=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중형 SUV `싼타페 더 프라임` (제공=현대자동차)>

국토부 관계자는 “현대차는 결함 인지 후 30일 이내에 시정조치를 해야 하는 리콜 절차를 지키지 않았고, 그 사실을 은폐하려고 한 것에 대한 문제로 검찰에 고발한 것”이라면서 “대부분 결함 인지 시점을 명백하게 가리기 힘들어서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결함 인지 시점과 정황이 모두 명백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현대차가 미국에서 리콜을 실시한 `세타Ⅱ` 엔진 조사도 진행 중이다.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 세타Ⅱ 엔진 제작결함 여부 조사를 지시했다. 시동꺼짐이나 소음, 진동 등 결함이 확인되면 리콜을 실시할 방침이었다. 현대차는 당초 `내수용 차량은 문제없다`는 방침을 선회하고 22만4000여대의 보증기간 연장을 결정했다.

현대자동차 중형 세단 YF쏘나타 북미 모델 (제공=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중형 세단 YF쏘나타 북미 모델 (제공=현대자동차)>

수입차 업계는 더욱 몸을 움츠리고 있다. 폭스바겐은 지난 8월 환경부로부터 배출가스 조작 차량이 `판매금지 및 인증취소` 조치를 받았고, 인피니티도 환경부 조치에 앞서 자발적 판매중지를 실시했다. 이에 따라 한국닛산은 닛산 `캐시카이`, 인피니티 `Q50` 등 주력차종을 모두 한국에서 못팔게 됐다. 현재 아우디·폭스바겐은 3분기 판매량이 전년 대비 80% 이상 감소했고, 한국닛산(인피니티 포함)도 올해 영업이 어렵게 됐다.

수입차 업계는 해외에서 차량을 들여와 환경 인증을 통과해야 한다. 이 때문에 환경부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과 같은 존재다. 하지만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이후 인증 기준을 강화하면서 업계에서는 볼멘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특히 디젤차를 주로 판매하는 유럽차 업체는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이후 배출가스, 연비 인증을 쉽게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출시된 신차 중 E클래스는 4개월, 지프 체로키는 1년 만에 인증을 통과했다. 다른 업체도 기존에 준비했던 디젤차 출시를 연기하는 등 눈치만 보고 있다.

환경부로부터 판매금지 조치를 받은 인피니티 디젤 중형세단 `Q50` (제공=인피니티코리아)
<환경부로부터 판매금지 조치를 받은 인피니티 디젤 중형세단 `Q50` (제공=인피니티코리아)>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요즘 정부가 날선 칼날을 휘두르고 있어서 업계에서는 `걸리면 끝장`이라는 분위기”라면서 “정부가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판매저조로 가라앉은 자동차 업계 분위기는 더욱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