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현희 기자의 날]사과나무와 창조경제혁신센터

“저는 다음 정권이 들어서는 전날까지도 사과나무를 심을 겁니다.” 얼마 전 현대원 청와대 미래전략수석이 기자에게 한 말이다. 대뜸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더니 정부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두고 한 얘기다.

“사과나무에서 잘 익은 열매 하나를 맺으려면 얼마나 걸리는 지 아십니까? 3년이 지나야 열매를 맺기 시작하고, 10년 정도 기다려야 상품 가치가 있는 열매가 됩니다. 창조경제혁신센터도 이제 막 열매가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정권에서 더 많은 열매를 수확할 수 있을 겁니다.”

현 수석은 자신감이 넘쳤다. 전국 18개 혁신센터가 3년차를 맞으면서 조금씩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유망 스타트업들이 꽤 탄생했다. 지역별 `창업 거점`이라는 제 역할도 조금씩 해가고 있다. 단기간에 성과를 낸 배경에는 혁신센터 조력자로 나선 대기업 역할이 컸다. 스타트업이 낸 아이템을 경쟁력 있는 제품과 서비스로 승화시켰고, 해외 지원 창구 역할까지 해줬다.

아직 센터 성과까지 단장하긴 이르다. 하지만 분명한건 대한민국에 `창업` 열기를 일으켰다.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창업=집안 말아먹는 일`이었다. 특히나 젊은이들에게 도전하기 어려운 영역이었다. 지금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다. 젊은이 창업 도전에 응원의 박수를 보낼 수 있는 최소한 여건은 만들어졌다.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이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해, 보육 기업이 개발한 `스마트 신발`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청와대 제공>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이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해, 보육 기업이 개발한 `스마트 신발`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청와대 제공>

지난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을 칭찬했다. 이례적이다.

문 전 대표는 “현 정부가 벤처창업에 대한 지원을 크게 늘린 것은 아주 잘한 일이라 생각한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이 부분은) 더 발전시켜 나가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어떠한 정치적 계산에서 나온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으나, 정치권에서 오랜만에 보는 훈훈한 멘트였다. 앞서 안철수 전 대표가 창조경제혁신센터를 `국가 공인 동물원`으로 힐난했던 것과는 대조된다.

혁신센터는 절대 완벽하지 않다. 잡음도 많다. 하지만 창업과 벤처 육성은 다음 세대를 위해 반드시 해야할 일임이 분명하다.
현대원 수석에게 권하고 싶다. 남은 임기동안 진정으로 혁신센터가 다음 정권에서도 활용할 만한 가치가 있도록 다듬어야 한다. 그리고 청와대에 여건이 허락한다면 화단에 사과나무를 기념식수로 심었으면 한다. 다음 정권이 들어섰을 때 다른 것은 몰라도 `혁신 사과` 만큼은 계속해서 심어나갈 수 있도록 상징적 의미에서 말이다. 화단에 심어진 사과나무가 눈에 밟혀서라도 미래세대를 위한 창업지원책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성현희 기자의 날]사과나무와 창조경제혁신센터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