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지도체제 마련하는 네이버, 배경과 전망은?

한성숙 네이버 부사장이 신임 대표로 내정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그동안 네이버 성장을 진두지휘한 김상헌 대표와 이해진 의장이 모두 현직을 내려놓는다. 아시아 기반 글로벌 성장에 멈추지 않고 유럽·북미 행보에 온힘을 다하려는 의지로 읽힌다.

한 부사장이 차기 대표 내정자에 오른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반응이다. 한 부사장은 2007년 입사 뒤 사업 총괄을 맡으면서 네이버 서비스 전반을 책임졌다. 김 대표와 함께 모바일과 글로벌 두 과제를 수행했다.

네이버는 관계자는 “한 부사장은 사용자 작은 목소리와 서비스 구석구석까지 살피는 섬세함, 시장 흐름을 읽어 서비스로 빠르게 엮어내는 과감한 실행력으로 서비스 변화를 주도했다”면서 “빠른 변화 흐름에 맞춰 네이버 모바일 변신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브이 라이브(V LIVE)` 등으로 글로벌 서비스 추진동력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역대 최고 실적이 예상됨에도 경영진을 교체한 것은 현재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글로벌 경쟁에 선제 대비하기 위한 조치다. 유럽·북미 등 새로운 시장에서 글로벌 성장에 박차를 가한다.

네이버는 올해 7월 라인 도쿄, 뉴욕 증시 동시 상장으로 글로벌 성공 신화를 썼다. 80%에 육박하는 검색 점유율을 바탕으로 국내 실적 상승세도 이어간다.

이해진 창업자는 네이버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지만 라인 회장은 유지한다. 국내 사업 위주인 네이버를 넘어 라인으로 글로벌 사업에 매진하겠다는 뜻이다. 이 의장은 7월 열린 라인 상장 기자간담회에서 다음 목표로 유럽·북미 시장 진출을 지목했다. 최근 코렐리아 캐피탈 유럽 투자 펀드 `K-펀드1`에 라인과 각각 5000만유로, 총 1억유로(약 1235억원)를 출자하며 유럽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네이버는 “이해진 의장은 유럽·북미 개척에 매진하기 위해 내년 3월 의장직을 내려놓는다”면서 “다음 목표인 유럽 시장 도전에 더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쏟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가 대외 업무를 주로 담당한 만큼 한 대표 내정자가 기존 사업뿐 아니라 대외 업무까지 수행할지도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는 규제 리스크가 큰 곳인데 김 대표가 대외 역할을 이끌어 온 만큼 새 이사회 의장이 대외 활동을 보조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업계 장수 CEO로 유명한 김 대표는 8년 만에 한 부사장에게 바통을 넘겨주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 김 대표는 판사 출신으로 LG 법무팀을 거친 법률 전문가다. 세계적으로 인터넷산업 규제가 높은 한국에서 네이버가 규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데 기여했다. 외부 활동을 꺼려하는 이해진 의장의 빈자리를 메우며 대외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임했다.

올해 법조계를 뜨겁게 달군 이른바 `진경준 주식 대박`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리면서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만나기도 했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