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LG화학, ECC투자 두고 다른 행보 이유는?

화학업계 빅2 롯데케미칼, LG화학이 에탄분해시설(ECC) 투자를 두고 반대 행보를 걷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LG화학 NCC 설비
화학업계 빅2 롯데케미칼, LG화학이 에탄분해시설(ECC) 투자를 두고 반대 행보를 걷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LG화학 NCC 설비

화학업계 빅2 롯데케미칼과 LG화학이 에탄분해시설(ECC) 투자를 두고 완전히 다른 행보를 걷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ECC 비중을 점차 높이는 반면, LG화학은 투자를 취소하고 기존 나프타분해시설(NCC) 증설을 택했다. ECC, NCC는 에틸렌 등 석유화학 기초 유분을 생산하는 설비로 각각 가스, 석유를 기반으로 한다. 업계는 향후 두 기업 사업 전략을 읽을 수 있는 포인트로 분석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 LG화학이 에틸렌 등 기초 제품 생산을 두고 다른 원료 전략을 구사하고 나섰다. 롯데케미칼은 천연가스 기반 ECC 비중을 늘리는 반면 LG화학은 석유 기반 NCC를 고수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우즈베키스탄·미국 등에 에탄분해설비(ECC)를 건설했다. 현대오일뱅크와 초경질유(콘덴세이트) 정제 합작사업에 나서는 등 나프타 일변도 원료 구조를 다변화했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롯데케미칼 ECC 에틸렌 생산능력 비중은 오는 2019년 25%까지 늘어난다.

반면 LG화학은 NCC 집중을 택했다. 2019년까지 충청남도 대산공장에 2870억원을 투자해 NCC를 증설한다. 증설을 완료하면 대산공장 에틸렌 생산량은 기존 대비 23만톤 늘어난 127만톤이 된다. 세계 NCC 단일공장 가운데 최대다. 올해초 카자흐스탄 ECC 건설을 취소한 뒤 장고 끝에 NCC로 선회했다. ECC 비중은 아직 `0`이다.

수년간 ECC는 우리나라 석화업계 화두였다. 저가 셰일가스 기반 ECC 원가 경쟁력이 급상승했기 때문이다. 북미 석화업체와 경쟁하기 위해 우리 기업도 해외 ECC 투자를 검토해왔다. 최근엔 저유가로 NCC 경쟁력이 크게 개선되며 상황은 또 변했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케미칼은 투자에 적극적 모습을 보인 반면 LG화학은 신중한 자세를 보인다.

업계는 생산제품, 향후 사업 전략에서 두 기업이 반대 행보를 걷는 이유를 찾았다.

롯데케미칼이 폴리에틸렌(PE), 모노에틸렌글리콜(MEG) 등 범용제품 생산을 지속 늘릴 것으로 내다봤다. 북미 ECC, 중국 석탄 화학기업과 가격 경쟁을 펼쳐야 하는데 원가 경쟁력 확보가 최우선 과제다. 이 때문에 다양한 원료원을 확보해 향후 유가 변동에 대응해 원가를 경쟁력을 유지하는 전략을 취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ECC 비중을 지속 높일 수 있다고 봤다.

반면 LG화학은 우리나라 화학업체 가운데 생산 품목이 가장 많고 고부가 제품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원가 보다는 안정적 원료 수급, 제품 특성에 맞는 원료 확보가 더 중요하다. ECC 대비 생산 품목이 다양한 NCC 증설에 나선 배경이다.

백영찬 현대증권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은 원가에 민감한 상황에서 향후 유가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ECC 등 원료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면서 “LG화학은 최종 생산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 고부가가치화에 사업 포인트를 맞췄기 때문에 원료 수급과 최종생산제품 특성을 고려해 NCC를 택했다”고 말했다.

최호 산업경제 기자 snoop@etnews.com